“다양성이야말로 이스라엘의 강점”
“다양성이야말로 이스라엘의 강점”
  • 미래한국
  • 승인 2013.08.28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사와 함께 하는 세계여행⑤ 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
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은 비슷한 점이 많다. 천연 자원이 부족하고 주변에 적대국이 있으면서도 우수한 인력 자원으로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국가들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친(親)아랍 성향 언론 및 인사들의 목소리로 인해 이스라엘에 대한 진실이 알려지지 않은 채 몇 단계 걸러진 편견이 더 많이 확산돼 왔던 게 사실이다. 이에 지난 8월 22일 <미래한국>은 취임 2주째를 맞이한 우리 구트만 이스라엘 신임 대사와를 만나 이스라엘에 관해 알아봤다.

- 이스라엘이라는 국가(State of Israel)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입니까? 유대 국가(Jewish State)인지요, 아니면 다민족 국가라고 해야 할지요?

이스라엘은 2차 대전 당시 홀로코스트(Holocaust)의 상흔을 딛고 건국된 국가입니다. 당시 600만명의 유대인들이 나치 독일에 의해 학살당했습니다.

그 당시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두 이스라엘로 이주해 왔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이스라엘에는 항상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유대인들이 세계 각지를 떠돌면서 탄압을 받았다는 건 사실입니다.

우리의 국가 방침은 모든 유대인들을 다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인구의 20%는 유대인이 아닌 아랍인들입니다. 그들도 투표권이 있고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는 기본권을 가집니다.

법적으로 동등한 이스라엘 시민으로 인정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군복무는 강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의회를 보더라도 아랍계 의원들이 많고 자유롭게 의견을 피력합니다.

 

다양한 문화와 혈통의 국가

- 방금 말씀하신 아랍계 국민들 관련해서 그분들 중 일부는 이스라엘이라는 국가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도 하는 걸로 압니다만.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스라엘이 민주국가라는 사실을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소수에게도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기회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모든 민주주의가 그렇듯 국가의 정책과 방향은 다수의 이익을 위해 결정됩니다.

- 유대인들 내에도 아슈케나짐, 세파르딤, 미즈라힘 등 다양한 문화와 혈통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이 잘 통합되고 유지되는 게 어찌 보면 신기한데요, 어떻게 가능한지요? 또 대사님은 이 중 어느 혈통이신지요?

저는 이 부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약점이 아니에요. 이스라엘은 다양한 혈통과 문화가 존재하는 모자이크 사회입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유대인들은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수십개 국가에서 왔습니다.

유대교는 개종을 강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을 차별하지도 않습니다. 설사 다른 혈통과 문화를 가진 시민들이 과격한 주장을 하더라도 그들이 실질적으로 폭동이나 소요사태 등을 일으키지 않는 한 의사표현의 자유를 인정받습니다. 이게 민주국가인 이스라엘의 특성이죠. 참고로 저는 아슈케나짐입니다.

- ‘유대인’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요? 이스라엘 귀환법(Law of Return)에 따르면 양가 네 명의 조부모들 중 최소한 한명이 유대인이고 본인이 유대인이라고 생각하면 유대인이라 하던데…

다소 이론적이고 정치적인 질문인데요.(웃음) 유대인들에는 다른 나라에서 온 혼혈 유대인들도 포함됩니다. 이들도 이스라엘 국민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와 종교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창조경제, 제 3의 독창적 문화 가능”

- 최근 대한민국 정부가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를 표방했는데요, 이 정책은 이스라엘의 서적 ‘창업국가’(start-up nation)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 대기업인 삼성도 직원들에게 댄 세노르(Dan Senor)와 사울 싱어(Saul Singer)가 쓴 이 책을 읽을 것을 권장했구요. 대사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스라엘 벤처기업 정신의 모델이 한국 상황에 적용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우선 100% 그대로 적용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일부 철학은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한국 내 이스라엘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연구 중이고, 우리와도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 중에 있습니다. ‘창업국가’를 참고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 실정에 맞는 제3의 독창적인 문화를 창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스라엘과 한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3년 전부터 양국이 FTA 논의를 시작했고 FTA 체결이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현재 조심스럽게 진행 중인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협정이 타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대사님의 경력과 고향 등을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예루살렘에서 태어났습니다. 평범하게 자랐고 나이가 들면서 군 복무를 장교로 마쳤습니다. 대학에서는 중동학을 연구해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이스라엘 외교부에 입사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 스웨덴 스톡홀름, 대만, 중국 상하이를 거쳐서 대한민국 대사로 부임했습니다. 외교부에서는 아랍권과의 교류를 담당하는 부서에 있었으며 이집트과(Department of Egypt)에서도 근무했습니다. 결국 중동과 유럽, 아시아에서 모두 근무한 셈입니다.

- 자녀는 몇 명이신지요.

3명입니다.

- 보통 유대인들은 율법에 따라 더 많은 자녀를 두지 않나요.

저는 유대인들 중 50%를 차지하는 세속주의자(secular)에 속합니다. 하지만 저도 유대교의 음식 정결법인 ‘코셔’(Kosher)의 기본적인 수준은 지킵니다.

예루살렘에 위치한 통곡의 벽

혁신과 첨단기술은 군대로부터

- 이스라엘은 영토가 비좁고 인구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적대적인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죠. 이런 환경에서 이스라엘이 그간 생존해 온 건 강력한 군사력이라는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군대의 비결은 뭔지요?

우리처럼 작은 나라에서는 군대 운영이 대단히 효율적이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이스라엘은 혁신(innovation)과 첨단기술 중 상당수가 군대에서 비롯됐습니다. 군대는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창의성과 열정을 발휘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우리의 첨단 의료기기인 필캠(PillCam)의 개발도 군대 내 미사일 기술에 기초한 것입니다. 미사일에 장착하는 카메라 기술을 사용해 몸속을 탐지하는 필캠은 군사기술을 의료산업과 접목시켜 경제적으로 발전시킨 사례입니다.

우리는 군복무를 한 사람들은 성숙하며 책임감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피사(PISA) 테스트를 보면 이스라엘 대학생들이 과학 분야에서 1위라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한된 예산을 가진 작은 국가로서는 이런 혁신이 매우 중요합니다.

-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이스라엘의 입장은 어떤지요?

우리는 북한 핵에 대해 상당히 강경한 입장입니다. 최근 시리아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커넥션이 보도된 바 있죠? 또 이란도 북한의 도움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게 확인된 사실입니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는 우리 이스라엘에게도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만약 북한이 미사일과 핵기술을 이런 식으로 계속 확산시킨다면 이스라엘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이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지지합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더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하구요. 우리는 북한 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독재를 끝내고 민주화되기를 기원합니다.

- 팔레스타인 문제로 고민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제사회에서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와 다른 의견도 많이 제기되는데요, 어떻게 결말이 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이스라엘은 두 국가 건설안 (two states solution)을 지지합니다. 팔레스타인이 독립된 국가를 건립하고 유대국가인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방안입니다. 유대인들은 오랜 시간 나라 없이 떠돌며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 고통을 알기에 다른 민족에게도 그러한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다른 민족을 지배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두 국가 건설안의 실현과 공존을 위해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존립을 인정하고 테러를 멈춰야 합니다.

2005년 샤론 전 이스라엘 총리가 이미 가자지구 10곳과 북쪽 3개 정착촌에서 이스라엘인들이 철수할 것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미사일 공격으로 화답했습니다. 우리는 그곳을 팔레스타인에게 넘겨주고 싶지만 안전보장 조치 없이 그냥 떠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충분한 안전보장 조약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유대 광야의 정착촌 문제는 조심스럽습니다. 적절한 보안대책이 없이 정착촌을 철수한다면 이스라엘 인구의 60% 이상이 거주하는 텔아비브 인근 지역이 전부 위험해집니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지중해 옆인 텔아비브는 서안지구에서 불과 15km 떨어져 있습니다.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것이죠.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존립을 인정하고 평화를 위한 방법은 테러와 전쟁이 아닌 대화와 협상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모사드가 뭐죠?”-정보기관 논의는 금기

-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으로 유명한 ‘모사드’에 대해 한 말씀 여쭙고자 하는데요.

모사드가 뭐죠?(웃음). 비밀조직은 비밀이 아니던가요?

- 한국에 오신 건 이번이 처음이신가요?

1999년에도 한국에 한번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1주일간 머물면서 대단히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때부터 한국 근무를 희망했죠. 자연환경도 뛰어나고, 아주 친절하고 안정적인 도시입니다. 한국 생활에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 기독교인들 중에는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만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분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이스라엘은 작년에 400만 관광객을 돌파했습니다. 이건 이스라엘이 충분히 안전하다는 의미구요, 한국 관광객들이 더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안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스라엘엔 유구한 역사적 유적들과 아름다운 해변 등 멋진 관광명소들이 많습니다. 오시면 만족하실 겁니다.

인터뷰/황성준 편집위원
정리/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