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와 고난의 시기
출세와 고난의 시기
  • 미래한국
  • 승인 2013.09.0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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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의원의 여의도이야기


여의도에서 출세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게 요즘의 내 근황이다.(누군가는 벼락출세라고도 하던데 자랑질은 아니니 절대 오해마시길!) 정치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무리한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경기도 의정부 서생에 불과했던 내가, 8년의 정치공백을 깨고 3선 국회의원이 되더니 대선 조직총괄본부장을 거쳐 여당 사무총장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 그럴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쑥 불쑥 상황설명에 나서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건 쉽사리 출세라는 보통명사 하나로 일괄 규정하기엔 지난 시간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기 때문일까 싶다.

실제 곡절 많은 정치행로를 거치는 동안 기쁘기보다는 아픈 세월이 더 많다. 그러나 나름대로 세운 정치적 목표가 있었기에 단 하루도 헛되게 쓰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사실이다. 하루를 이틀로 삼아 한 땀 한 땀 미래를 채워가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보낸 날들이었다. 언젠가 우리 사회에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나올 용이 없다’는 시각의 TV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인간의 본능을, 그리고 그 실상을 너무 적나라하게 짚어내고 있어 민망하기도 했지만 출세에 대한 인간 심리를 심층적으로 다룬 분야에서는 수작으로 평가할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연출자는 과거와 현대의 출세관을 조목조목 비교해가며 달라진 출세 유형을 우리에게 제시했는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과거에는 높은 학벌, 거대한 부, 고시합격, 정치권 진출 등이 출세할 수 있는 일반적 통로였던 데 반해 요즘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말하자면 출세의 격이 달라졌다는 얘기였다.

이들 요소 중 한 가지만 갖춰도 신분 상승이 허락됐고 또 그런 식의 자수성가가 가능했다. 좋은 대학에서 학위를 받아 교수가 되거나 돈을 많이 벌어 사업가가 되거나 고시를 통해 판검사가 되거나 정치권에 영입돼 정치인이 돼 출세가도를 걸을 수 있었다. 누구든 노력만하면 용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식의 ‘용’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는 지적이었다. 기존의 출세 메뉴에 인기나 명성, 경제력, 가문 등이 더해져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는 권력을 갖췄을 때 비로소 출세 인증이 가능하다는 공론화 현장이었다.

공직사회 이동이 많아진 요즈음 출세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출세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의외로 큰 차이가 없지만 이유 없는 ‘출세’는 없다. 출세의 주역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는 노력과 장점이 많은 공통점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능력에 도취되라는 얘기는 아니다. 엇비슷한 경쟁 틀에서 선택될 수 있었던 행운의 역할을 인정할 줄 아는 겸허함을 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런 경쟁력도 없는 허술한 자신의 현실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반면 선택되지 못한 경우 자질보다는 타이밍의 문제가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생각으로 기다려야 하는 이유다. 인내하면서 자신의 그릇을 갈고 닦다보면 반드시 때를 만날 수 있다.

더욱이 어려운 시기의 고난은 단순한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래의 어느 순간, 내 길을 비춰줄 동반자가 돼 준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별히 개인적 경험으로 얻은 확신이어서 자신 있게 권하는 바다.

홍문종 국회의원(새누리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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