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 스타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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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우
  • 승인 2013.09.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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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는 길고 볼 영화는 많다


작년 추석의 테마는 대선이었다.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치 얘기라도 나올라 치면 영화보다 더 긴박한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이다. 연휴도 짧았던 2012년 추석 영화판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압승으로 끝났다.

2013년의 추석은 보다 다채로워졌다. 우선 공휴일만 5일이라 연휴가 길다. 개봉을 앞둔 작품의 숫자도 많고 장르도 다양해졌다. 치열한 흥행 전쟁이 예고되어 있는 추석의 극장가를 미리 살펴본다.

 

‘2013년의 광해’를 노린다 - 관상

가장 많은 시선을 받고 있는 영화는 단연 ‘관상’(감독 한재림)이다. 영화의 배경은 계유정란(1452)을 앞둔 조선. 훗날 세조가 되는 수양대군(이정재)이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게 된 천재 관상쟁이 내경(송강호)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생 연홍(김혜수)은 은둔해 있던 내경을 한양으로 불러오고, 연홍의 기방에서 사람들의 관상을 보던 내경은 김종서(백윤식)에 의해 궁으로 발탁된다. 수양대군의 역모를 예견한 내경은 조선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분투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출연 배우들의 화려한 면면이다. ‘우아한 세계’(2007)로 한재림 감독과 작업한 적이 있는 송강호가 가장 먼저 캐스팅된 이래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조정석, 이종석 등 세대를 막론하고 가장 ‘핫’한 배우들이 모였다.

여섯 명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광고 포스터는 일찍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포스터 속 송강호의 얼굴은 실존 선비화가 윤두서의 자화상을 모티브로 그려졌다.

‘우리민족끼리’ - 스파이

 

‘해운대’ ‘퀵’ ‘7광구’ 등을 제작한 JK필름이 내놓은 신작영화 ‘스파이’는 외형상 ‘가장 추석영화스러운’ 설정을 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 철수(설경구)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은 승무원 아내 영희(문소리)조차도 모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발생한 북한 핵물리학자의 딸 백설희(한예리)의 한국 망명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철수는 가족과 일의 딜레마에 놓인다.

아내에게 정체를 들켜선 안 되는 철수, 갑자기 나타난 매력적인 남자(다니얼 헤니)에게 설렘을 느끼는 영희를 오가며 ‘스파이’는 웃음을 유발한다. 그리고는 단절된 부부 사이에서 협상과 소통이 갖는 중요성을 환기시키면서 이 메타포를 남북 관계로 투사시킨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RO’의 ‘내란 모의’ 사건에서 한 차례 충격을 받은 관객들이 이 영화가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 국제 감각’에 얼마나 공감해 줄지는 지켜볼 일이다.

 

아이들과 함께 - 몬스터대학교, 바람이 분다

‘관상’과 ‘스파이’를 어려워할 아이들을 위한 영화도 있다. 미국에서 1억40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린 유니버셜픽처스 계열의 ‘슈퍼 배드 2’는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다. 한편 픽사의 ‘몬스터 대학교’, 지브리 스튜디오의 ‘바람이 분다’ 등은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몬스터 대학교’는 2001년 공개됐던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 작품으로 이들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2010년 픽사의 ‘토이스토리 3’가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장난감 이야기를 들려줬다면 ‘몬스터 주식회사’는 귀여운 괴물들의 대학 시절 얘기를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20대를 반추할 계기를 마련해 준다.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한 댄 스캔론 감독은 “픽사는 전 연령을 타깃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바람이 분다’는 한 걸음 더 어른 관객 쪽으로 특화된 작품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벼랑 위의 포뇨’가 그랬듯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세계를 묘사함에 있어 천재적인 성취를 보여줬던 지브리가 이 작품에서 최초로 실존 인물을 다뤘다.

전투기 설계사 호리코시 지로의 삶을 토대로 그의 집념과 로맨스를 버무린 이 작품은 마치 애니메이션에 일생을 바친 미야자키 감독 자신의 일생을 대변하는 듯하다. 다만 호리코시의 전투기가 진주만 공습과 가미카제 특공대의 전투기로 사용됐다는 ‘현실’은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장편 연출에서 은퇴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혼자서 맞는 명절이라면 - 우리 선희

 

추석이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정신없이 지나간다는 건 어디까지나 ‘이론’이다. 살다 보면 민족의 대 명절 추석을 혼자서 외로이 보내는 경우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대규모 흥행을 노리고 개봉하는 전형적인 영화를 선택하면 쓸쓸함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지 모른다. 이 경우엔 텅 빈 도시처럼 여백이 많고 일상적인 영화가 더 잘 어울린다. 때마침 홍상수 영화가 개봉한다.

홍상수의 15번째 장편 ‘우리 선희’는 홍상수의 전형성을 배가시키는 작품처럼 보인다. 주연 배우 정유미는 2008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후 홍 감독의 모든 영화에 출연하며 어느덧 홍 감독의 영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됐다. 남자 주인공 이선균 역시 홍 감독의 영화에 다섯 번째로 출연하고 있으며 정재영, 김상중 등의 배우가 가세했다.

유쾌함과 찌질함이 공존하는 예의 홍상수의 스타일을 이번엔 어떻게 구현해낼지 마니아들의 기대가 높다. 역대 홍상수의 영화중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작품이라는 전언도 들려온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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