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늘리면 복지도 늘어날까?
세금을 늘리면 복지도 늘어날까?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9.12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튼 프리드먼 교수는 복지에 관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복지정책이란 한마디로 국민의 왼쪽 주머니의 돈을 꺼내 오른쪽 주머니에 넣는 일을 무한히 반복하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이것을 경제학 용어로는 세금-복지의 ‘동시중첩’(churning)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국민이 세금으로 구매하는 것이므로 중산층의 경우 자신의 돈으로 자기가 복지를 구매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복지혜택이 없게 된다는 이론이다. 쉬운 예를 보자.

무상보육을 위해 정부는 해당 가계에 현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그 가계 가운데 중산층 이상은 반값 등록금을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

무상보육으로 받은 돈의 일부 또는 전부는 다른 사람의 대학등록금을 내는 데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이전지출로 인한 가계의 (+)소득과 납세로 인한 (-)소득을 합쳐 비교해 볼 수가 있다. 그러한 연구는 '콕스'라는 학자가 했다. 결과는 흥미롭다.

수혜자와 부담자의 딜레마

어느 나라든 일정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은 순수 이전지출의 수혜자가 된다. 반면 소득이 높은 계층은 순수 납세의 부담자가 된다. 문제는 중간소득계층이다. 이들은 정부의 복지 수혜자도 아니고, 순 납세 부담자도 아니다. 그저 오른쪽 주머니 돈을 꺼내 왼쪽에 넣는 일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지출 대비 복지 수준이 높을수록 그런 중첩자들의 비중도 높다.

주요 국가의 직접세 대비 중첩비율은 프랑스 94.9%, 영국 29.3%, 일본 70%, 스웨덴 53% 그리고 한국이 36.6%다. 이 중첩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아무런 실질 혜택 없이 국가에 돈을 내고 돌려받는 일을 무한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듯 자기 돈 내고 결국 자기가 받는 복지의 ‘세금-복지 중첩’은 의료복지에서 두드러진다.

경제학자 하아딩(Harding, 1993)은 호주의 평생중첩의 규모를 추정한 결과 호주의 경우 총 복지지출의 절반 정도가 중첩에 의해 재원이 마련되고 의료지출의 경우 4분의 3 정도가 중첩에 의해 재원이 마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결국 세금의 의료복지라는 것을 생애소득 기준으로 살펴볼 때 결국 자기 돈 내고 자기가 치료받게 되더라는 이야기다.

 

복지에는 비용도 들어간다. 소위 정부의 협력비용과 조세비용, 복지시행비용 등이다.

한마디로 새는 바가지로 열심히 오른쪽 양동이 물을 왼쪽 양동이로 퍼 옮기지만 그 러는 가운데 바가지에서는 물이 샌다. 정부지출이 클수록 그 새는 물도 많다.

그런 점에서 보면 국민복지라는 것이 결국 ‘공무원 복지사업’이라는 이야기라는 말이 농담처럼만은 들리지 않는다.

문제는 내가 번 1만원과 정부로 받은 1만원의 가치가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로부터 받은 복지의 가치 1만원은 자기가 벌어 낸 세금 1만원임에도 중첩자들은 그것을 ‘공짜’라고 생각한다는 점에 있다. 이것이 소위 ‘복지병’이라는 문제의 본질이다.

복지에 관한 가장 불편한 진실은 아무리 세금을 많이 거둬도 복지를 늘릴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이것은 이론과 경험 모두에서 드러난 팩트다.

의욕 저하로 이어지는 세율 인상

헤리티지연구소 다음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세계적인 경제연구소 CATO는 최근 ‘왜 세금을 늘려도 복지는 해결되지 않는가’라는 연구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미국은 가장 많은 세금을 거뒀던 시기에도 늘어나는 사회보장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라는 사실을 적나라한 데이터와 팩트로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원인은 의외로 간단했다. 세율을 높이면 그 만큼 사람들의 근로의욕이 저하되고 기업들은 투자의욕이 감퇴된다. 여기에는 누진 최고세율 부담이 결정적이다. 더 일해서 더 많이 벌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생산이 줄면 소득이 줄고 소득이 줄면 낼 세금도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재정적자를 만회하지 못한다. 세율을 낮춰서 더 많은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려는 본능이 있다. 관료들에게 예산은 곧 자신들의 능력과 승진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프리드먼은 이를 ‘돈 쓰기의 4가지 경우’라는 모델로 설명했다.

1) 내 돈을 내가 사용하는 경우 2) 내 돈을 남이 사용하는 경우 3) 남의 돈을 내가 사용하는 경우 4) 남의 돈을 남이 사용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프리드먼의 이 모델에서 가장 도덕적인 해이와 비효율이 증가하는 경우는 ‘남의 돈을 남이 사용하는 경우’다. 공공 재정지출의 하나인 복지 역시 바로 남의 돈을 남이 사용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전국 요양병원에서 발생하는 노인들의 ‘병원쇼핑’은 그런 대표적인 사례다. 심지어 병원과 환자가 짜고 입원비를 가짜로 만들어 보험비에서 타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는 근본적으로 공공 사회보장제도가 파국적 운명임을 말해준다. 세금을 늘려서 사회보장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미신이다.

올바른 해법은 사회보장에 대해 납세자의 선택적 계약과 탈퇴(Oped-Out),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보장보험을 민영화하는 길이라고 CATO의 보고서는 명시하고 있다. 우리 국민연금을 생각해 보면 타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왜 노후에 돌려 받을 돈을 국가가 강제로 예금시키고는 낭비를 일삼는 것일까.

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부부가 동시에 연금을 받는 경우 배우자가 사망하면 유족연금 80%를 국가가 가져간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 재산권을 탈취하는 행위다. 국민연금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상호부조가 아니다.

복지는 전국민 well fare가 아니라 자력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과 긴급한 구호가 필요한 이들 그리고 실패한 이들의 재도전을 위한 사회안전망이어야 한다.

생각해 보자. 근로자 복지, 대학생, 여성 복지, 농어민 복지, 저소득층 복지, 중산층 복지... 우리나라에서 여성과 근로자, 대학생, 농어민, 저소득층, 중산층을 빼면 남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그러니 ‘국민복지’라는 말은 비상식적 언술이다.

장하준 교수의 주장처럼 복지가 공동구매라면 전 국민들이 공동구매하는 것과 각자 필요한 걸 구매하는 것과 차이가 뭘까. 무엇보다 왜 전 국민이 복지를 공동구매해야 한다는 건가. 무엇을 위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그게 전국민 공동구매로 해결되는 문제인가. 전 국민 공동구매는 이미 소련이 했고 동구권이 했으며 과거 중공이 했고 지금 북한이 하고 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다들 아는 바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er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