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는 중국 말고 인도도 있다
아시아에는 중국 말고 인도도 있다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3.09.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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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함께 하는 세계여행] 비쉬누 프라카시 주한 인도대사
비쉬누 프라카시 주한 인도대사

 

인도는 세계 2위의 12억 인구와 세계 3위 수준의 군사력(병력), 세계 7위권의 국방예산,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등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 공히 떠오르는 강대국이다.

IT분야에서의 빼어난 경쟁력과 풍부한 노동력을 앞세워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는 3년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최근엔 경제분야 뿐 아니라 군사분야의 협력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관계의 중요성은 아직 우리 국민들에게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8월말 비쉬누 프라카쉬 주한 인도대사를 만나 인도와 양국의 이해관계에 대해 알아봤다.

- 올해로 한국-인도 양국의 외교관계가 40주년을 맞습니다. 우선 양국 교류의 역사와 현재 양국의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사실 양국 관계의 역사적 기원은 약 2천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AD 84년 인도 아요드야의 공주가 한반도에 도달해 가야왕국에 정착했습니다. 그녀는 김수로왕과 결혼해 허황옥 왕비가 됐습니다.

현재 양국에서 모두 이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김해김씨가 아주 많은데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를 비롯해서 한국인들 중 약 10%가 김수로왕 허황옥 왕비의 자손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불교가 전파되면서 양국간 관계는 더 깊어졌습니다.

근래에 들어서는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식민지배를 받았던 것처럼 인도 역시 영국으로부터 당했던 200년간의 식민지배를 끝내고 비슷한 시기인 1947년 8월 15일 독립했고 민주화를 이뤄냈습니다.

또한 인도는 1950년 한국전쟁 중에 3년간 의료지원을 해준 사실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양국은 상당히 오래된 우호적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야 김수로왕과 인도 공주의 로맨스

- 최근에는 양국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죠. 그게 어떤 의미입니까.

지난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하면서 양국관계가 전략적 동반자(strategic partnership)로 승격됐습니다.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이 체결됐으며 민간 원자력 개발 등 경제분야의 다양한 협력 뿐 아니라 국방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입습니다. 양국관계의 특징은 정치‧경제‧안보 등 사안에서 대립이나 갈등이 없고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사실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곧 베트남을 방문하는데 이어 인도와의 정상회담 계획 얘기도 들립니다. 향후 어떤 대화와 협력이 이뤄질까요.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이후 매년 고위급회담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략적 대화와 함께 국방 관련 교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인도의 국가안보고문이 한국에 처음 와서 김관진 국방장관을 만났습니다.

현재 양국 간 무역규모도 200억 달러인데 2040년에는 4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입니다. 인도는 인구 분야에서 세계 2위입니다. 엄청난 시장이죠. 이건 한국에도 상당히 매력적일 것입니다.

- 양국의 경제교류 협력에 대해 얘기를 좀 해주시죠. 한국이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구조인데 인도는 무역불균형 해소를 바라고 있을 것 같은데요.

양국간 무역균형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양국은 경제개발 상황이 다릅니다. 전자제품이나 기계 등을 인도가 수입하고 화학제품, 원자재 등을 수출하는 구조입니다. 인도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강한 IT 강국이기도 합니다.

삼성은 인도에서 매년 휴대폰을 약 300만개씩 판매하는데 5만4000명의 기술자들 중 1만2000명이 인도인들입니다. IT도시로 유명한 인도 방갈로에 가면 삼성이 한국 외에서 가장 큰 R&D센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는 인도에서 매년 6만대 이상의 차를 생산합니다. 두산은 인도에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철강공장을 짓고 있구요. 양국은 이렇게 엄청난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양국 군사 협력이 급속히 늘고 있는 이유

 

- 인도내 최대 해외투자가 될 것이라고 하는 포스코의 오리싸 지방내 공장건설과 관련해 잡음과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포스코의 투자는 약간 연기됐습니다. 포스코가 땅을 많이 필요로 하는데 그 중 일부가 토착민들이 사는 땅이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민주국가이므로 땅은 감정적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황을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도는 철강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인도는 매년 인프라 건설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도 국토의 65%가 시골인데 도시화가 진행 중입니다. 정치적 의지와 약속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잘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양국 군사 협력이 급속히 늘고 있는 이유

- 양국의 국방교류가 급속히 늘고 있죠. 인도는 중국의 성장을 우려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미국과 일본과는 상당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인도 군사협력 증진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인도는 한국과의 관계만큼이나 일본과 가깝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인도처럼 민주국가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우리는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과도 긴밀한 관계입니다. 사실 ASEAN 지역 모두와 전략적으로 밀접한 관계죠.

한편 중국은 우리와 엄청난 길이의 국경을 맞댄 거대한 이웃입니다. 중국은 또한 아시아 내 최대 경제대국입니다. 인도와 중국의 성장 및 급부상은 동시에 일어날 것이고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인도 영토 일부를 점거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영토분쟁도 있습니다. 그러나 양국 모두 성숙한 국가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는 무기의 70%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과 군사 분야에서 협력해서 국방력을 강화시키고 첨단 무기 등을 공동생산하는 방안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양국 모두 강한 군대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인도의 외형적 지표는 놀랍습니다. 인구면에서 세계 2위, 병력에서 세계 3위, 국방예산 세계 7위, 경제규모 세계 10위 그리고 핵국가이기도 하죠. 인도는 지역적 헤게모니를 추구합니까?

인도의 역사를 보면 단 한번도 타국을 침략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방식을 타국에 강요하려고 해본 적도 없습니다. 따라서 헤게모니와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죠.

무기수입 등 국방예산이 많은 건 주변국들의 안보적 위협 때문입니다. 우리는 8개국과 약 5만km의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특히 파키스탄은 지금도 각종 테러의 온상이죠. 테러리스트들이 아직도 인도에 테러를 가합니다.

인도의 비동맹주의와 인도인들의 세계관

- 인도는 국제관계에서 비동맹(non-aligned) 운동의 중심에 서왔죠. 한국에서 볼 때는 비동맹이라는게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인도는 과거 식민지배의 희생양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아랍, 중앙아시아, 프랑스, 포르투갈, 영국 등으로부터 계속 침략을 당했습니다.

 인도 뉴델리

19세기 초반에 인도는 전 세계 GDP의 23%를 차지했고 중국이 약 30%를 점유했습니다. 그런데 1947년으로 오면서 인도 경제는 전세계 대비 1%로 폭락했습니다. 식민지배의 상흔입니다. 인도의 부가 착취당했고 인도인들 90%가 빈민이 됐습니다.

이에 우리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중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도에는 ‘코끼리의 춤’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코끼리가 숲에서 춤을 추면 나무들이 파괴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간디, 네루 등 위대한 지도자들도 중립 노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비동맹 노선은 세계의 다양한 국가들과 친분은 가지겠지만 군사적 동맹은 맺지 않고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 하지만 동맹이란 국가적 이념과 가치관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요. 인도는 과거 소련이나 현재의 러시아 등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 국가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죠.

우선 우리는 공산주의의 이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딸 사이에도 100% 공감은 불가능합니다. 일부는 공감하고 일부는 공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관계가 중단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미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등 모두와 친합니다. 중국과도 관계를 개선하길 바랍니다.

- 북한 핵개발 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입장인가요?

인도는 북한 핵실험 이후 공식적으로 북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국제 사회의 질서를 지키라고 북한에 말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깨지 말라는 조언도 합니다. 우리는 통일된 한반도가 우리의 이익에도 맞다고 생각하며 비핵화된 한반도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인도 문화에 대해 얘기를 좀 해주세요. 종교가 인도인들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인도 문화는 모자이크에 가깝습니다. 80% 이상의 인도인들이 힌두교지만 세계 2위의 무슬림 인구를 가지고 있으며 기독교인들도 많습니다. 우리는 불교도 힌두교의 일부라고 봅니다. 생각이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합니다.

선택의 자유(pro-choice), 이게 인도 문화의 핵심이죠. 최정상에 신(神)이 있는데 거기까지 가는 방법은 수백가지라는 게 우리의 입장입니다. 모든 인간은 선한 본성을 가졌다는 게 우리의 믿음입니다. 우리는 윤회를 믿고 카르마를 믿습니다. 일부 교리는 기독교와도 유사합니다.

- 조금 다른 문제지만, 낙태 찬반논쟁에서 ‘선택의 자유(pro-choice)’는 낙태를 찬성하는 리버럴(liberal) 쪽의 입장이죠. 인도 문화의 핵심이 다원주의가 기반이 된 리버럴리즘 같습니다.

네, 낙태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는 세속적인 국가이며 헌법에 따라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모두 개인적 선택일 뿐입니다.

- 최근 벌어진 인도내 집단 성폭행 사건 등으로 인해 부정적 편견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도는 평화로운 나라입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인도인들 중 99%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끔찍한 사건들이 가끔 생기는데 인도인들도 이에 큰 충격을 받고 범죄자들을 비난하고 정부는 상당히 강경하게 대처합니다. 작년에 한 사건 이후 기초단체장이 바뀐 적이 있습니다. 한번은 45시간 만에 용의자가 체포되기도 했구요.

- 인도에 처음 가는 여행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인도 방문이 처음이라면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을 권장해 드립니다. 역사적 도시인 뉴델리, 타지마할, 제푸르 이 세 도시를 추천합니다. 인도는 거대한 대륙입니다. 태양, 해변, 눈, 산 등 모든 걸 다 보실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대사님의 경력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시죠. 한국 생활은 어떠신가요.

한국에서 1년 반째 대사로 근무 중입니다. 직전에 인도 외교부 대변인으로 3년간 근무했기 때문에 솔직히 선택할 수 있는 좋은 근무지가 많았는데 한국을 첫 번째로 선택했습니다.

한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국가이고 양국관계는 대단히 다이나믹하고 급속히 발전하는 중에 있습니다. 한국은 인도를 점령했습니다.(웃음) 인도 중산층들의 집안을 보면 한국 제품들로 가득합니다. 중산층이 2억명이 넘는데 이들이 사는 물건의 50% 이상이 한국산입니다. 그 영향력을 알 수 있겠죠.

인터뷰 / 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정리 /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사진 /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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