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영화에도 온다
추석은 영화에도 온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9.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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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스크린 뒷담화


추석은 극장에 먼저 온다. 예로부터 모든 것이 넉넉하고 풍성해지는 것을 반가워하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계절을 즐기지만 영화인들의 준비와 기대도 크다.

올해도 몇몇 한국영화들이 ‘추석영화’라고 바람을 잡는다. 이미 상영을 시작하고도 기세가 좋아 추석시즌까지 이어지는 작품들을 함께 엮는다면 추석 극장가는 한국영화가 주도할 분위기다.

한때는 외국영화들이 기세등등하며 흥행계를 휘저었지만 지금은 한국영화들끼리 경쟁하는 처지가 됐으니 변해도 크게 변했다. 개천에서 용나고,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했다는 식의 평가가 한국영화에는 가능하다.

추석영화는 늘 대목이었지만 영화계나 관객들에게 ‘추석영화’라는 인상이 강해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가 아닌가 한다. 영화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관객 유치를 위한 광고전이 뜨거워진 시기가 그때부터다. 학생들이 방학에 들어가는 여름과 겨울 그리고 추석과 설이 영화계 최고의 대목으로 꼽는 4대 명절이었다.

특히 추석은 계절도 좋고,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할 때여서 무대에 강아지를 세워도 흥행이 된다고 할 정도로 주목받는 하이시즌에 들었다. 20개 영화사가 외국영화든 한국영화든 내세울 수 있는 숫자는 모두 합쳐도 20편. 관객들 입장에서는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영화를 고르면 되는 것이고,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전부를 차례로 돌아가며 볼 수도 있었다.

‘취권’(1979)은 추석영화 중에서도 초강력 태풍급 바람을 일으켰다. 서울의 국도극장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그해 연말까지 넘어가면서 9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관객 10만명만 넘어도 대박났다고 감격하던 시절에 개봉관 한 곳에서만 100만에 육박하는 흥행을 계속했으니 놀랄 만도 했다.

전국 흥행을 합치면 1000만 명도 훨씬 넘어섰을 것이 분명하지만 집계방식이 달라 정확한 결과를 알기는 어렵다. 이후로 성룡은 영화 흥행의 ‘신’급으로 대우받았고 새 영화가 나오면 대부분 추석에 맞춰 개봉했다. 영화계에서 워낙 인기가 좋으니 추석이나 설날 같은 경우에는 성룡 주연 영화가 경쟁하듯 나오니 언제부턴가 추석이 성룡 생일이냐는 우스개까지 생길 정도였다.

1986년부터 시작된 영화시장 개방과 제작 자유화 조치는 외국영화의 무제한 수입을 불러왔다. 추석시즌에 외국영화 몇 편이 경쟁을 하고 나머지 틈새를 한국영화가 끼어들던 상황이 무한 경쟁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1986년 추석엔 8편이 개봉됐지만 1987년엔 15편, 1988년엔 17편, 1989년엔 18편, 1990년엔 22편이 경쟁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영화사들간의 죽기살기 경쟁이었고 외국영화들 간의 각축이었다. 그 중에서도 성룡 영화는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쉬리’가 한국영화의 판도를 바꾸면서 흥행 중심이 한국영화로 기울기 시작한 이후 ‘가문의 영광’ ‘조폭마누라’ 같은 가벼운 코믹 액션들이 주목받았고 ‘공동경비구역’ 같이 묵직한 영화들도 흥행을 압도하는 일이 빈발했다. 성룡의 인기도 기울기 시작했고 외국영화의 위세도 가라 앉았다.

‘추석영화’가 관심을 끌기는 했어도 진폭과 다양성이 너무 넓고 크기 때문에 공식적인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운데서도 쉽고 재미 있는 영화들, 가족들이 함께 보아도 좋은 영화들이 조금 더 유리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추석영화는 특정한 장르를 가리키는 것이라기 보다는 ‘추석에 맞춰 상영하는 영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올해 추석에는 누가 웃을까?

조희문 편집위원‧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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