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총’ 우습게 알오(RO)?
‘장난감 총’ 우습게 알오(RO)?
  • 미래한국
  • 승인 2013.09.23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강호의 명화산책: <사선에서>
 

“또라이” “동키호테” “정신병동”. 진중권이 ‘이석기 사건’에 대해 숨 가쁘게 날린 멘트들이다. “장난감총… 개조해 무장하고, 손재주로 총기를 깎아 만들고, 철없는 애들… 발당장애”라고도 했다.

한편 이정희는 “장난감총 운운했다고 내란음모로 조작”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개의 좌파논객들 얘기가 다 비슷하다. 정상적이지 않은 자들의 짓거리를 가지고 호들갑을 떨지 말라는 거다.

일견 그렇다. ‘장난감총=내란음모’는 다분히 ‘망가’적이다. 그런데 망가가 아니라 그런 영화가 있다. ‘손재주로 총기를 깎아 만들어’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는 영화다. <사선에서(In The Line of Fire)>라는 영화다.

1993년 작, 20년 전 개봉작이니 꽤 오래됐다. 올해 대학 입학 신입생들이 태어나던 무렵이니 신세대로선 들어보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연 배우들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존 말코비치! 레전드 급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대통령 경호원으로 나오고 존 말코비치가 암살범으로 나온다. 이스트우드가 분한 대통령 경호원 역, 특별할 게 없다. 대통령 경호원의 모습은 상상에서 벗어나는 바가 없다.

그런데 말코비치가 분한 암살범은 좀 특별하다. 아니 좀 더 분명히 하자면 암살범이 저격에 사용하는 무기가 특별하다. ‘손재주로 깎아 만든 총기’인 것이다. 진중권 이정희 식으로 말하자면 ‘장난감총’이다.

영화에선 암살범이 그 총기를 만드는 장면과 시험 장면이 자세히 나온다. 재료는 플라스틱, 금속 위주의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서다. 플라스틱 재질이지만 매우 위력적인데다 견고하다. 몇 번의 시험발사에도 전혀 파손이 없다.

범인은 이렇게 사제 총을 준비한 뒤 저격목표인 대통령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영화에서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 중이다. 범인은 선거 캠프에 거액의 헌금을 한다.

그리고 계획한 날짜가 다가오자 총알을 금속재질인 열쇠고리에 숨기고 플라스틱 총은 분해해서 여기저기에 감춘다. 열쇠고리는 의심받지 않고 검색을 통과하고 몸수색은 따로 하지 않는다.

선거캠프 파티장 입구, 범인은 캠프 고위 관계자와 마주친다. 캠프 관계자는 거액의 헌금을 한 범인을 반갑게 맞이하며 “대통령 가까운 자리를 잡았습니다”고 말한다. 돈의 위력이다. 그렇게 해서 VIP 테이블에 앉은 범인, 테이블 아래에서 보이지 않게 손을 놀려 총을 조립한다.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이 입장하자 범인은 총을 꺼내 들고 겨눈다.

물론 영화에서 암살은 실패한다. 경호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간발의 차이로 알아채고 몸을 날려 막은 것이다. 범인 존 말코비치는 나머지 한 발을 자신에게 총을 겨눈 다른 경호원을 향해 쏜다. 머리에 총을 맞은 경호원은 그대로 즉사한다.

단지 영화? 영화에 나온 그 총을 실제로 제작 시험해본 후일담이 있다. 20년이 흐른 지금은 기술이 훨씬 더 발달했다. ‘3D 프린터’가 등장, 그것으로 만든 총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장난감총? 우습게 알면 안 된다.

누구 말마따나 이석기 일당 같은 또라이들 손에 그게 들려 있다면 어떻겠는가? 우리는 지금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 가능했음을 뒤늦게 목도하고 있다. 호들갑? 경각심은 언제나 사전에 있어야 한다. 뒤늦으면 소용이 없다.

이강호 편집위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