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없었으면 근대화고, 산업화고, 세계화고, 뭔들 됐겠어?
고속도로 없었으면 근대화고, 산업화고, 세계화고, 뭔들 됐겠어?
  • 미래한국
  • 승인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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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익의 국토기행(beautiful korea)⑭ 상경과 귀향 사이 - 서울 톨게이트
“도로망 완성되면 북쪽 공사하고, 대륙으로 나가야지요” 고향에 가는 것은 거기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길 막고 돈 받는 데’라고? 딴은 그렇기도 하네. 불평이 나옴직도 하지. 빨리 가자고 만들어 놓은 길을 통행료 받자고 막아 차가 이 지경으로 밀리니.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아?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돈은 많이 들고, 세금으로는 모자라니 말이지. 그리고 사용자가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공평하기도 하겠지?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기분은 별로야. 서울 들어가는 세금 내는 기분이거든.창피하지만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무슨 시험에나 합격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마도 조선시대 백성들이 성문을 들어섰을 때의 심정이 그랬을 거라. 오죽하면 과천서부터 긴다고 했겠어? 그러니 서울 올라간다(上京)고 하고, 시골 내려간다고 했겠지? 그렇다고 떨어진다(落鄕)고 까지 한 건 너무했어. 아무러나 많이들 올라왔지. 그 바람에 오르내릴 일도 많아졌고. 그나마 고속도로가 있어 다행한 일이기는 하지만.말이야 바른 말이지, 나라에서 세금 받았으면 길도 닦고 다리도 놓는 거 아닌가? 뭐, 생색낼 일도 아니잖아? 그렇지만 나 같은 순천백성이야 나라에서 좋은 일 해주면 마냥 고마운 게 사실이야. 고속도로 없었으면 근대화고, 산업화고, 세계화고, 뭔들 됐겠어? 그러고 보니 40년이 되어가네. 1964년 12월,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아우토반(Autobahn)을 달리다가 차를 세우고 내려서 노면을 직접 만져보았다는 얘기 들어봤어? ‘국가 지도자’라는 말을 들을 때 나는 곧잘 본 듯이 그 장면을 떠올리는데, 그러고 보면 역시 무지랭이인가 봐. 1968년 들끓는 반대 여론 속에서 치러진 경부고속도로 기공식에서 고인은 “경부고속도로야말로 우리 조국근대화의 상징적 도로이며 남북통일과 직결되는 도로”라고 역설했었지. 2월 1일에 기공식하고, 그 해 12월 21일에 일차로 서울-수원간을 개통했으니, 당시 장비와 기술과 돈으로, 생각해 봐, 얼마나 다그쳤겠어? ‘공기(工期) 단축이라는 그 때의 말이 “빨리 빨리” 문화의 중시조쯤 되는 지도 몰라. 2년여 뒤 개통식에서 박대통령은 다시 “경부고속도로는 우리 민족의 피와 땀과 의지로 이루어진 대 예술작품”이라고 갈파했다지. 그렇고 말고. 대상이 좀 크고 복잡하기는 하지만, 나는 국토를 디자인한다고 생각해. 국토에 고속도로를 그려 넣는 것 보다 더 아름답고 더 항구적인 디자인이 또 있겠어? 그래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기다릴 땐 잠시라도 이 불후의 대작을 처음 만든 장인(匠人)과 함께 거기에 목숨을 던져 넣은 이들의 영혼들을 기억했으면 해. 마치 디젤 자동차 시동 걸기 전, 엔진 예열하는 잠깐 동안에 “Thank you, Mr. Diesel”을 되뇌듯이.현재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23개 노선에 총 연장이 2,663km이나 되는데, 하루 평균 406만대 이상이 이용한다는구먼. 한 대에 서넛이 타고 있다면 인구수와 계산이 어떻게 되나? 말 그대로 전국이 30분내에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는 반나절 생활권으로 압축된 거지. 정부선전 잘 믿지 않지만, 그건 사실이야. 연간 통행료로 걷는 돈이 2조3,000억 원이라니, 이게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인가. 그래도 있는 고속도로 유지하고, 새 고속도로 건설하고, 빌린 돈 갚아나가는 예산에 턱없이 모자란다네. 지금도 수십 개 노선에 2,000km 가까운 길을 새로 건설하거나 확장하고 있다니, 놀랍지 않아? 그 많은 건설 공사가 언제나 끝날까? 무슨 소리야, 역사가 끝나는 거 봤어? 거기다 무릇 인프라란 수요를 내다보고 미리 확충해야 하는 것이거든. 2020년이면 총 6,160km의 고속도로를 갖게 된대. 남북 방향으로 7개, 동서방향으로 9개축이 교차하여 꿈의 격자형 고속도로망이 완성된다는 거지. 그러고 나면 뭘 하느냐고 기어이 물어봤더니, 도로공사 강 과장과 교통정보센터 김 과장이 입을 모으네. “북쪽 공사하고, 대륙으로 나가야지요”. 그렇구나. ‘할 일은 많다’는 말이 맞기는 맞네.경부고속도로나 수도권 고속도로는 평일이나 주말 통행량이 엇비슷한데, 영동고속도로 원주-새말 사이나 동해선, 대전-통영선, 중부 내륙선은 주말이 평일의 1.5배나 된대. 놀러 다니는 길이라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통된지 오래지 않거나 연계성이 떨어지는 때문이기도 할 걸?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 알지? 이를테면, 길 닦아 놓으면 공장이 들어선다는 말인데, 요즘은 길 낼 생각도 않고 무작정 아파트부터 짓고 보더구먼. 구정 지나 민족의 대이동이 일단락된 주말에 판교에 있는 서울톨게이트를 찾아갔지. 고속도로와 함께 며칠을 연이어 몸살을 하고 난 직원들이 썰렁한 게이트 박스와 지하 통로에서 여전히 분주하더라고. 날 따라 나선 학생들도 좀은 찔끔하는 기색이대. 남들이 신날 때 고달픈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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