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패러독스’ 해결할 신뢰의 길은
‘아시아 패러독스’ 해결할 신뢰의 길은
  • 김민정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3.09.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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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 학술회의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논의

한때 우리나라 국제정치학계에선 경제나 문화 같은 분야 교류가 국가 간 안보 이슈에서도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능주의 이론이 유행한 적이 있다. DJ 정부의 햇볕정책 같은 대북포용정책도 이런 맥락이었다.

그러나 북한 포용정책의 결과가 북한의 핵무장으로 나타남으로써 그런 주장은 한계에 부딪쳤다. 결국 남북한이 힘 대 힘으로 대결하는 냉엄한 현실에서 순진하게 ‘민간 교류 협력이 평화를 가져 온다’는 식의 이상론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남북 관계를 넘어 동북아시아도 비슷한 양상이다. 어느 때보다 지역 내 경제 문화 인적 교류가 활발하고 상호의존성이 증대하고 있지만, 동북아시아 국가들 간에는 협력 관계보다는 오히려 긴장과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표현대로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다.

그리고 정부는 이런 역설적 현실을 극복해 동북아 국가 간 신뢰를 회복하자는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내놓았다. 물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과 병행하는 또 다른 한 축이다. 세종연구소가 지난 9월 5일 프레스센터에서 국내외 국제정치 전문가를 초빙해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의 본질과 한계, 비전 등에 대해 토론하는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동북아 경제 문화적 상호의존에 걸 맞는 동질감 형성해야

정부는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이 지역 내 국가 간 불신과 대립의 구도를 신뢰와 협력의 구도로 바꾸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조태열 외교부 차관은 기조연설에서 “신뢰 위기에 직면한 동북아의 딜레마를 풀어나가기 위해 기후 변화, 재난 구호, 금융위기 등 여러 이슈에서 협력과 대화의 습관과 관행을 축적해 신뢰의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다른 외교정책과의 차별성과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해선 발제자로 나선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가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 구상은 한미동맹 등의 전통적 양자외교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등과 구별돼 동시에 진행된다.

조 차관도 이 구상이 장기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영향을 기대하지만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로드맵에 대해서는 “준비기와 출범기, 성과기, 정착기 등 4단계로 진행될 수 있다”며 “성과기에는 동북아평화선언을 하고 정착기에는 정상회담이나 외교장관회담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이 ‘실패로 끝난 과거 기능주의적 포용정책과 과연 다른 접근인가’라는 다소 회의적인 문제 제기부터, ‘힘과 압박이라는 전통적 현실주의 방법론으로는 동북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는 긍정론, ‘신뢰를 과연 어떻게 만들것인가’ ‘이 구상의 구체적인 지향점과 비전이 필요하다’는 건설적인 제안이 함께 했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과거 기능주의적 협력에 치중할 때 결국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했는데 북한 문제를 빼고 동북아 협력을 논의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며 “결국 소프트한 이슈부터 시작해 협력을 모색하더라도 결국 안보, 군사 문제와 만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번 동북아협력구상이 6자회담이나 양자 외교와 다른 그 자체의 아이덴터티가 무엇인지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동북아협력구상이 기능주의의 플러스 알파”라고 정의하며 “북핵 문제와 양자외교 이슈는 별도로 있고, 일단 동북아의 공동체 의식을 만드는 갈등 해소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실패한 포용정책일 수 있다’ vs ‘동북아 긴장 해소 해법이다’

반면 이근 서울대 교수는 “신뢰에 기반한 외교가 아니라 신뢰를 만드는 외교를 하자는 것 자체가 대단한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진짜 아시아 패러독스는 역사적으로 전쟁과 갈등이 심했던 아시아에서 60년 동안 전쟁이 없는 상태에서 활발한 경제 교류가 이뤄지고 인적, 물적 상호의존이 심해지는 것”이라며 “연성 이슈에 대한 대화와 협력의 습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 권철현 세종재단 이사장, 조태열 외교부 차관이 개회사와 축사, 기조연설을 하면서 시작했다. 3부로 나눠 1부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배경과 목적, 그리고 구체적인 이슈와 로드맵에 대해 알아보고, 2부는 기존 정부의 구상과 헬싱키 프로세스와의 차별점에 대해 토론했다.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선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 발표했다. 송대성 소장은 개회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은 국내외적으로 넓은 이해와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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