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휘두르는 검찰 칼 맞을 각오 있어야”
“칼 휘두르는 검찰 칼 맞을 각오 있어야”
  • 미래한국
  • 승인 2013.10.07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인터뷰] 홍준표 경남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혼외 자식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고 법무부의 감찰을 거부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채동욱 총장의 측근 검사는 “채 총장의 호위무사로 남겠다”며 사의를 표명하고, 평검사들이 집단 항명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 조직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된 것은 검찰이 앞서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을 무리하게 조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에서부터다. 검찰의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팀의 담당 검사가 좌파 시민단체 후원자였던 사실이 알려지는가 하면, 경찰 CCTV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받기도 했다.

<미래한국>은 지난 9월 24일 경남 창원에 있는 경남도청을 방문해 이른바 ‘모래시계’ 검사로서 청렴하고 대쪽 같은 검사상을 보여줬던 홍준표 경상남도 도지사를 만나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의 무리한 기소와 채동욱 총장의 혼외 자식 논란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검찰 관련 논란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채동욱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로서 30년 지기인 홍 지사는 최근 채 총장에 대해 인터넷과 방송에서 쓴소리를 하며 검찰 조직의 안정을 촉구하고 있다. 홍 지사는 지난해 12월 실시된 재보선에서 당선돼 경상남도의 50년 미래의 기틀을 만든다는 모토로 도정을 살피고 있다.

-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생활 관련 추문이 검찰 내부의 혼란에 이어 불법 사찰 논란까지 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지사님은 채 총장에게 직언을 하시기도 했는데요. 도지사님은 이 사건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검찰총장의 사생활 문제라고 언론에서 얘기하는데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이라면 사생활이 아니라 축첩이고 간통입니다. 대한민국 법이 축첩을 허용하나요?

그리고 이중생활 했다면 간통인데, 범죄입니다. 그러니 의혹이 있으면 당연히 확인해야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하는 일이 공직자 감찰인데 검찰총장에게 이런 소문이 있으면 당연히 조사해야 합니다. 청와대의 엄연한 직무인데 왜 불법 사찰 논란이 벌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임모 여인도 제3자가 아니라 범죄 당사자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확인할 수 있어요. 불법 사찰이 아닙니다. 전 오히려 청와대에서 이것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게 우스워요. 공직자는 자리가 높아질수록 유리알 속에서 사는 것이에요. 사생활도 공무와 관계있거든요.

- 채동욱 총장이나 야당은 박근혜 정부에 밉보여서 탄압받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검사가 하는 일은 처단적 기능입니다. 정권이든 야당이든 누구에게든 밉보일 수밖에 없고 음해당할 수 있어요. 그래서 검사를 제대로 하려면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없고 깨끗해야 해요. 자기가 큰 칼을 들고 휘두르는 사람이니, 언제든 거꾸로 본인도 그런 칼을 맞을 수 있다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밉보였다고 말하는 건 검사도 아니에요. 그리고 법무부가 감찰하는데 본인이 치외법권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잘못된 일입니다. 법무부는 총장 이하 누구도 감찰할 수 있어요.

“검찰총장 의혹 관련 감찰은 당연한 일”

- 지사님과 채 총장은 사법연수원 동기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안타까우실 것 같습니다.

채 총장과는 형 동생 한 지가 한 30년 됐을 거예요. 참 유능하고 똑똑한 인물로 봐왔어요. 그래서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 대표일 때 제가 대검차장으로 추천했어요.

당시 총장으로 한상대 씨를 추천하면서, 한상대 전 총장이 형사부 검사 출신이니 대검차장은 특수부 출신 채동욱으로 해서 검찰을 안정화 시키는 게 좋다는 의견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처신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검찰총장이라면 감찰까지 가기 전에 본인이 심사숙고해서 임모 여인과의 의혹에 대해 해명했어야 해요. 이렇게 오해받을 일을 한 적이 없지만, 오해의 소지를 줬으니 내가 잘못했다고 하고 깨끗이 물러났어야죠. 전 개인적으로는 채 총장이 결백했으면 좋겠습니다.

- 지인으로서 느끼는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검사 출신으로서 보시기에 임모 여인의 해명이 설득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그 여자분은 주변에 채동욱이 애 아버지라고 하고 다녔어요. 실제로 아이의 성도 채 씨고, 학적부에 아버지 이름을 채동욱이라고 했죠.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미혼여성이 애 아버지의 성을 자기 마음대로 골라 쓸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누구 좋다고 그 성을 따라갈 수 없어요.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아버지의 인지 동의가 필요하거든요.

- 그런데 국가의 중심을 잡아야 할 검찰 조직이 과거 하나회처럼 개인 인맥에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듭니다. 평검사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있었고, 김윤상 감찰과장은 채 총장의 호위무사로 남겠다며 사의를 표하기도 했죠.

예전에도 평검사 회의를 해서 반발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어요. 이번에는 검사들이 사생활이라 생각하며 좀 헷갈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트위터에 그건 사생활이 아니라 범죄라고 한 후부터는 좀 조용해진 것 같아요.

검찰 간부가 ‘전설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고 한 말은 어처구니없는 것이고요. 검찰의 전설은 채동욱이 아닙니다. 따로 있어요. 폭력 조직을 소탕했던 조승식 검사 같은 분들이죠. 실제 검찰의 전설들은 워낙 대가 세서 검사장까지도 못간 경우가 많아요.

- 논점에서는 좀 벗어나지만, 전설이라고 불릴 만한 검사를 소개해주시겠어요. 도지사님도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실 만큼 청렴과 대쪽 이미지로 유명하셨는데요.

1993년 정덕진 형제의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할 때였어요. 이때 주범인 형 정덕진을 구속하면서 동생인 정덕일은 불구속했어요. 동생을 달래면서 검찰 고위층의 관련자를 자백 받으려고 했던 거죠.

그랬더니 당시 검찰총장이 직무명령으로 구속 지시를 내렸어요. 직무명령을 거부하면 검사는 사표를 써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직무명령을 거부했어요. 저로서는 내부 부정, 선배들인 고등검사장 등의 비리를 덮을 수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당시 제 상관이었던 송종의 서울지검장이 제 대신 사표를 냈고, 김유휴 서울고검장께서는 또 그걸 수리하지 않고 책상 서랍에 넣고 잠가 버렸어요. 결국 직무명령이 없었던 것으로 처리되고 정덕일을 불구속해서 사건과 관련된 검찰 고위층을 구속할 수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분들이 전설적 영웅이에요.

- 어찌됐든 총장의 축첩과 혼외 자식 의혹에 대해 검찰이 사생활이라고 감싸는 것을 보면 검찰 기강이 흔들리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올 초에는 그간 정치성 논란이 있던 대검 중수부도 폐지됐죠. 검찰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검찰 개혁의 본체는 제도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검사 개개인의 문제예요. 권한을 준 만큼 책임이 따르는 겁니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준 만큼 거기에 따른 책임이 있어요. 검사가 소신을 갖고 수사를 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이 여자문제, 돈문제로부터 깨끗해야 합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한 것도 별로 의미 없어요. 서울지검 특수부를 통해 직무명령을 하면 총장 직할 체제를 만들 수 있거든요.

“국정원 수사권 없애자는 것은 대공 수사 포기하는 것”

-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에서 무리한 기소와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안기부 해체를 주장했던 운동권 출신 담당 검사는 좌파 시민단체를 후원하기도 해 검찰 내에도 종북 성향의 검사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습니다.

전 이 사건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정원이 이렇게 대단했구나’라고 느꼈어요. 야당에선 국정원 댓글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고 하잖아요. 도대체 댓글 몇 개를 달아서 110만 표를 움직였다면 국정원 능력이 정말 대단한 거죠.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다음 대선에 나설 사람이 국정원 직원 한 10명만 동원해서 댓글만 매일 달면 1100만 표 차이도 내는 거잖아요. 담당 검사에 대해선 잘 모르는데, 요새 검사 수가 2000명으로 워낙 많아져서 그런 검사도 있겠죠. 무리한 기소인지에 대해선 제가 얘기할 부분은 아니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합니다.

- 그런데 이런 종류의 사건이 담당 검사 차원에서만 결정되고 진행될 수 있나요?

그건 아니고 중요한 사건은 기소할 때 총장까지 사인합니다. 이런 사건은 총장이 결론을 내고 공소장도 보죠.

- 그런 맥락에서 일각에서는 채동욱 총장과 야당 지도층간의 커넥션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전 채 총장이 야당과 거래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여야를 떠나 중립적으로 사건을 보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검찰 발표대로 국정원이 실제로 선거에 개입할 의도가 있었을까요?

국정원이라는 국가정보기관이 댓글 몇 개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웃기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국정원이 대선을 도와주려 했다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선 과정에서 NLL 대화록을 공개했겠죠.

원 전 원장이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일을 할 정도로 뱃심이 큰 사람이 아닙니다. 정권이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거에 개입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선거법 위반이나 정치관여가 안 되는 것이라고 믿었을 것입니다.

-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이 내란음모 혐의를 받은 것을 보면 종북주의자들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침투한 것 같습니다. 반면에 야당에서는 댓글 의혹 사건을 빌미로 국정원의 수사권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죠. 도지사님은 국정원 개혁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권을 위한 정보기관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정보기관이라는 인식만 있으면 국정원 개혁은 필요 없어요.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이 가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검찰이나 경찰은 인사 이동이 있고 부처 이동이 심해요.

그렇다 보니 사실상 수사 라인이 계속 지속될 수 없거든요. 국정원의 간첩 수사라는 것은 특정 의심 인물에 대해 10년이고 20년이고 추적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그 실무진 라인을 그대로 운영해야죠. 수사권을 없애자고 하면 대공 수사를 포기하자는 거죠.

- 지난 DJ와 노무현 정부 때 대북 정보력이 매우 약화됐다는 평가입니다. 지사님은 지난 정부에서 국회 정보위 소속이기도 하셨는데 국정원의 정보력은 많이 회복됐는지요?

국정원에는 인적 정보망을 뜻하는 휴민트(Human Intelligence)라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휴민트가 없기 때문에 예전 안기부와 정보 교류를 했어요. 미국의 전자 정보를 한국에서 휴민트로 확인해주는 식이었죠. 그런데 김대중 정부 시절 무슨 이유인지 1998년 북한의 휴민트가 발각돼 대거 숙청됐어요.

그 다음부터 10년 동안 미국은 한국을 안 믿었고 정보기관 간 교류도 없었어요. 국정원이 대북 감시 기구인데 10년 동안 대북협력기구로 전락해 버렸으니까요. 지난 MB 정부에서도 그것을 복원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요.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남재준 원장이 제대로 된 일을 하는 것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복지를 주장하려면 세금부터 올려야 한다”

- 최근 서울시에서 무상보육 관련 예산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경남도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쇄 문제로 시끄러웠고요. 복지 예산 문제는 지방 정부 뿐 아니라 전체 국가 예산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지사님은 이런 포퓰리즘적인 복지 지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영국은 의료보험료가 소득의 14% 정도 되고 우리나라는 약 5~6%입니다. 그런데 의료보험의 보장성을 영국만큼 해달라는 것은 가능한 얘기가 아닙니다. 복지를 주장하려면 돈을,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합니다. 세금도 안 내고 복지 수준은 북유럽처럼 하자 하면 안 됩니다. 무상급식도 마찬가지고요.

노인 연금 20만원도 큰 도움이 되는 극빈층 위주로 해야죠. 부유층에 20만원이 무슨 도움이 됩니까? 야당에서 말하는 보편적 복지 프레임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게 민주주의가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형식적 민주주의예요. 실질적 민주주의는 자기 능력에 따라 복지 혜택을 받는 것입니다.

- 한동안 시끄러웠던 진주의료원 폐쇄 논란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국회의원들이 현지 사정과 공공 의료 현실을 너무 몰라서 논란을 키웠어요. 공공 병원과 공공 의료를 구분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공공 병원이 6% 밖에 되지 않습니다. 94%가 민간 병원이죠. 이 민간 병원에서 공공 의료를 합니다.

경상남도에선 작년에 공공 의료 비용이 210억 원 정도인데, 94%가 민간 병원에 들어갔습니다. 강성 귀족 노조에 장악돼 병원 구실을 못하는 공공 병원 하나가 없어진다고 해서 공공 의료가 말살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경상남도에선 그 예산 이상을 다른 공공 의료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 현재 경남도지사로서 역점을 두는 사업을 소개해 주시죠. 내년 지방선거에 차기 경남도지사 재선에 도전하실 계획입니까? 중앙 정치에 복귀 계획은 없으신지요?

일단은 내년에 도지사 재선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경상남도의 50년 미래의 틀을 닦아야 하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경상남도는 지난 35년간 기계공업과 조선산업을 먹거리로 삼았는데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어요. 이제 새로운 도약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경남미래50년추진단’을 만들어 항공, 나노, 해양플랜트, 항노화 산업을 비롯해 마산재생프로젝트, 진주부흥프로젝트 등 36개 전략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강시영 편집국장 ksiyeong@futurekorea.co.kr
정리/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