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 에세이’의 탄생
‘몽테뉴 에세이’의 탄생
  • 미래한국
  • 승인 2013.10.0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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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의 편지

80세면 할일이 다 동이 난다. 혼자 재밌게 소일할 일거리를 찾다 몽테뉴 에세이 3권을 골랐다. 일생 읽었던 책 중에서 제일 좋았던 책이다. 5년 간격으로 쓰인 에세이 3권은 그의 사상 발전 3단계와 보조를 똑같이 하고 있다.

세네카의 ‘대화편’

몽테뉴같이 위대한 사상가도 우연히 만난 책 서너권 덕분에 ‘몽테뉴 에세이’ 같은 대단한 작품을 쓰게 됐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37세에 법관을 내놓고 서재에 들어 앉은 몽테뉴에게 제일 먼저 다가온 책은 고대 그리스의 스토아학파 세네카가 쓴 ‘대화편’이었다. “냉철한 이성으로 정념을 누르고, 강한 의지로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면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금욕주의 철학이었다. 에세이 제1권은 ‘대화편’에 깊이 공감한데서 나온 ‘도덕 훈화집’이 됐다.

플루타르크의 ‘윤리론집’

평온 속에 인간다운 삶을 기리는 몽테뉴에게 초인적인 스토아철학이 오래 갈 수는 없었다.

초인적 부동심을 추구한 스토아학파와는 달리 플루타르크는 애당초 덧없는 인간성을 인정하고 정념과 이성을 조화시켜 양식을 가지고 행동함으로써 행복을 얻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초인 아닌 보통 사람들의 비근한 일상생활 속에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제시했다. 몽테뉴는 플루타르크를 따라 자기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는 데로 눈을 돌리게 됐다.

회의론자의 ‘회의파개설’

스토아학파가 인간의 부동성, 항구성, 획일성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내리는 데 반해 회의파는 모든 사물은 본디 불확실하고 상대적인 것이며 절대적 진리란 불가능하다, 모든 단정적 판단은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꿀이 달다는 것은 감각 현상이지 진리는 아니다, 쓰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꿀이 달다는 ‘현상’은 인정하되 ‘꿀이란 단 것’이라는 ‘판단’은 중지하라는 것.

몽테뉴의 ‘자기묘사’

모든 것을 부정하는 회의주의에 공명했던 몽테뉴도 그후 자기의 개인적 경험만은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역설적으로 자기 경험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플루타르크와 회의파로 인해 몽테뉴는 제2권에서 이미 자기의 생각과 경험을 중심으로 사물을 판단하게 됐다.

그것이 기반이 돼 제3권시대에 들어서면서 몽테뉴는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인간의 모든 성품을 다 지니고 있다. 내가 만일 나의 모든 것을 다 묘사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인류 일반을 묘사하는 것이 될 것이고 그 속에서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 낸다면 그것은 인류가 행복해지는 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의 모든 생각과 생활을 ‘붓 가는대로’ 빠짐없이 적어 나가는 것이 그 길임을 깨닫고 그는 20년에 걸쳐 1300쪽의 방대한 ‘자기 묘사’의 기록을 남겼다. 그렇게 탄생한 ‘몽테뉴 에세이’ 3권은 그의 예상대로 한 개인의 생활 기록을 넘어 ‘인간연구’의 최고 고전이 된 것이다.

에세이 3권은 위대한 사상가 몽테뉴의 사상 발전의 역사가 됐다.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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