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서울대 담배녀"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서울대 담배녀"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10.07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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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7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9위 -

- 정치적으로 올바를 것인가, 실존적으로 복잡할 것인가.

- ‘서울대 담배녀’ 논란의 출발은 2011년 3월 한 커플의 이별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학교 사회대학 여학생 A는 이별을 통보하던 남자친구 B의 줄담배를 ‘성폭력’으로 규정하고는 자신의 피해사실을 학생회에 신고했다. 두 사람의 이별을 공적(公的) 문제로 만든 셈이다. 이 사건으로 A는 ‘서울대 담배녀’라는 사회적 지위(?)를 획득했다.

- A가 자신의 이별을 성폭력으로 간주한 데에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당시 서울대 사회대학의 성폭력 관련 회칙은 다음과 같았다. “한 인간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 성적이거나 성차에 기반을 둔 행위, 의도에 무관하게 피해자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A는 줄담배를 ‘성차에 기반을 둔 행위’로 해석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 당시 사회대학 학생회장 C는 A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며 신고를 반려했다. 다만 B가 A에게 사과할 것을 권유했다. B는 그 권유를 받아들인 모양이지만 A는 다시 한 번 “사과가 정치적이었다”고 반발하며 이번엔 C를 ‘성폭력 2차 가해자’로 지목했다.

- 유시민(10월 7일 검색어 7위) 前보건복지부 장관의 딸로 알려져 더욱 많은 시선을 받은 C는 “학생회장으로서 직무에 맞는 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글을 남기고 학생회장직을 사퇴했다. 여기까지가 2012년 10월까지의 일이며 이 과정은 작년 복수의 언론매체를 통해 수차례 보도됐다. 서울대 학생단체는 일련의 사안에 대해 공식사과를 하기도 했다.

- 오늘 문득 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학생회의 反성폭력 학생회칙이 11년 만에 개정되었다는 소식 때문이다. 개정된 회칙은 성폭력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줄담배를 성폭력으로 볼 수는 없다는 C의 의견과 다수의 여론이 반영된 셈이다.

- 3년간 전개된 일련의 과정은 ‘자칭 피해자’가 얼마나 빨리 ‘가해자’로 둔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편의 부조리극과도 같았다.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right)을 추구하는 과정이 얼마나 많은 ‘실존적 복잡함’을 동반하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 아무리 절묘한 회칙도 사람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 부조리극의 배우들은 지금쯤 배웠을까. 이 세상에 공적(公的)인 사랑은 없다. 사랑에 빠지기엔 너무도 달라 보이는 개개인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부딪치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가는 ‘나와 너의 연애’가 존재할 따름이다. 대한민국은 ‘서울대 담배녀’를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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