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시대에 사라지는 에로영화
‘야동’ 시대에 사라지는 에로영화
  • 미래한국
  • 승인 2013.10.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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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스크린 뒷담화


‘러브레이스’는 포르노 영화의 전설이 된 ‘딥 스로트’(목구멍 깊숙이)(1972)의 여자 주인공 배우 린다 러브레이스(1949-2002)의 일화를 다루고 있다. 지금 시절에만 ‘야동’이 인터넷을 타고 무차별적으로 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그 이전 시절에도 은밀하게 감상하는 사진이나 영화는 많았다.

극장에서 영사실 한칸을 차지하고 있던 육중한 35mm 영사장비는 8mm나 16mm 규격으로 축소되면서 여기저기로 이동하거나 가정에서의 상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기기의 변화는 콘텐츠의 소비에도 큰 변화를 일으킨다.

큰 극장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서 공개적으로 야동을 보는 일은 법률적으로나 문화적, 윤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만드는 것은 물론 유통하는 일은 범죄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주법이 술 유통을 막지 못했던 것처럼 포르노의 금지조치도 은밀한 유통까지 막지는 못했다. 소형화된 장비와 함께 포르노 영화는 은밀하면서도 빠르고 넓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1980년대 중반의 가정용 VTR과 그 뒤를 이은 컴퓨터의 보급은 포르노를 산업의 수준으로 확장시켰다.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의 보급은 거기에다 날개를 다는 격이었고. 지금 포르노 영상은 합법이든 불법이든 전 세계를 공공연히 돌아다닌다.

‘딥 스로트’(1972)는 은밀하게 유통되던 포르노를 지상으로 끌어올렸고, 35mm 대형화면으로 공공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끝없는 화제와 소동을 일으키며, 제작비 2만5000달러 짜리 1시간 영화는 6억달러를 벌어들이며 미국사회를 그야말로 뒤집어 놓았다.

사실 영화의 역사는 포르노의 역사나 다름없다. 에디슨이 처음으로 만든 영상의 소재는 남녀의 키스였고, 이후에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에로틱한 장면들을 연달아 만들어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열광했고, 제작자들은 에로티시즘이 큰 돈을 벌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어떻게 하면 비난 받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에로틱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늘씬한 미녀들의 수영복 장면이 인기 좋았고, 잠자리 날개 같은 얇은 옷을 입고 있다가 갑자기 비를 맞거나 물에 빠지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청춘 남녀의 키스 장면, 최대한 야시시한 분위기를 풍기는 침실 장면은 더 자주, 더 길게 넣으려 골몰했다.

멜로 영화건 액션이건 가릴 것 없이 에로틱한 러브신이 등장하는 것은 영화의 흥행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구성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영화를 만드는 나라라면 공통적으로 그 사회가 인정하는 최고 수준까지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에로틱한 장면을 담으려 한다. 때로는 ‘예술’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되기도 하면서.

그 중에서 영화제작자들이 찾아낸 ‘에로의 왕자’는 ‘타잔’이다. 옛날 극장이나 흑백 시절의 텔레비전에서 타잔을 본 사람이라면 그 영화들이 밀림을 배경으로 한 어린이용 모험 작품 쯤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잔은 에로틱 코드로 무장한 성인용 드라마다.

미국의 영화제작자들이 남녀의 노출조차 금지하던 검열 규정을 교묘하게 벗어나는 수단으로 밀림에서 자란 야생 인간 타잔을 등장시킨 것이다. 역대 타잔 주인공은 대부분 수영선수이거나 철인3종 경기 출신의 몸짱들이다. 여자 친구 제인이 물에 젖은 몸매를 자주 드러내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영화관객을 유혹하던 에로/포르노 영화는 인터넷에 손님을 빼앗긴 탓인지 영화관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넘치는 것 같았던 에로/포르노 영화가 멸종 위기종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요즘의 현상이다. 세상은 변한다.

조희문 편집위원·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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