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멕시코가 온다
‘세계의 공장’ 멕시코가 온다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3.10.0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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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함께 하는 세계여행⑦ 호세 루이스 베르날 주한 멕시코 대사
호세 루이스 베르날 주한 멕시코 대사

멕시코는 최근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발전된 산업수준으로 인해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멕시코는 오는 2014년 4%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며 값싼 운송비와 임금, 풍부한 영어 가능인구로 전체 노동경쟁력 면에서 중국을 능가하며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미래한국>은 9월 25일 오전 주한 멕시코 대사관을 방문해 호세 루이스 베르날 신임 대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같은 시각 미국 뉴욕에서는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호주(MIKTA) 다섯 나라 외교부 수장들이 만나 ‘핵심 중견국 간 협력구축’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20세기 초부터 시작한 한-멕시코 인연

- 한국에 부임한 지 두 달이 채 안되셨지요.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한국과 멕시코가 수교관계를 맺은 지 50년이 지났습니다. 먼저 양국의 교류 현황을 좀 알려주시죠.

양국이 1962년에 수교를 했지만 비공식적인 관계는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 20세기 초한국인들이 멕시코에 이민을 오면서 관계가 시작됐습니다.

당시 멕시코는 농업이 중흥하고 있었고 많은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한국인 1만여명의 이민을 받았습니다. 당시 이민을 오신 한국인들은 대부분 유카탄 반도 지역에 거주하셨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멕시코 내 다양한 지역으로 이주하셔서 살고 있습니다.

1962년에 수교를 한 이후로는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0여년 간은 양국 관계가 더 강화됐으며 무역 및 투자금액도 급격히 증가해 왔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멕시코로 유학을 오는 경우도 많고 멕시코 학생들 역시 한국에 공부하러 많이 옵니다. 멕시코로 여행을 오는 한국인 관광객들도 역시 증가세입니다. 멕시코 내 한국인 교포는 3만5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고 그외 비즈니스 등으로 거주하는 분들이 1만5000명 가량 있습니다.

- 한국·멕시코 양국의 주요 현안은 무엇입니까.

첫 번째는 무역입니다. 양국의 연간 무역량은 현재 15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중 한국이 멕시코에 수출하는 금액이 110억달러로 압도적으로 많기는 합니다만, 멕시코의 대 한국 수출 규모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저희는 한국 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둘째는 직접투자입니다. 현재 1500개의 한국 회사들이 멕시코에 투자를 한 상황입니다. 전자·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이 멕시코에 지사 또는 현지법인을 만들고 생산 및 판매·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대기업들 중 대부분이 멕시코에 투자 중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멕시코가 투자처로서 매력이 있다는 의미죠. 이렇게 생산된 제품들은 미국과 남미 등으로 수출되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첨단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교류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성공한 경제성장으로 유명하죠. 멕시코 역시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겪어 왔기에 한국에서 배울 부분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MISTA, 국제관계의 새로운 장 열 것

- 현재 한국 정부는 중견국가(middle power)들간의 협력 증진에 관심이 많은데요, 이에 멕시코와도 통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실제 멕시코는 지난 몇 달간 신흥 중견 강국들간의 그룹을 형성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해 터키, 인도네시아 등과 활발한 논의를 해왔습니다.

그 결실이 바로 오늘(25일) 오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호주 5개국을 묶는 ‘MISTA’라는 새로운 그룹을 위한 논의입니다. 때마침 오늘 미래한국과 인터뷰를 하게 돼 타이밍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웃음) 한국을 South Korea가 아니라 Korea로 명칭할 경우 ‘MIKTA’가 되겠죠. 경제력에서나 국제적 영향력에서 급성장을 한 국가들 간의 모임이 될 것입니다.

-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새로운 모습의 글로벌거버넌스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국제 조직들을 어떻게 개혁하고 개선시키는 것이 바람직할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 금융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할지, 지적재산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사회보장 시스템 및 에너지 문제는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등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겠지요. 저는 MIKTA를 중심으로 한 생산적인 논의가 국제관계에서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최근 멕시코의 급격한 산업발전 모습을 보면서 중국을 능가하는 ‘세계의 공장’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이 말이 마음에 드시는지요.

현실을 반영한 얘기이겠지요.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멕시코는 후진형 국가였습니다. 80년대만 해도 멕시코 전체 수출의 80%는 석탄과 석유였습니다. 나머지 20%가 산업 및 농업이었구요.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현재 멕시코 수출의 70% 이상은 제조업입니다. 에너지 수출은 10%대고, 농수산물 수출 비율은 4~5%에 불과합니다.

이는 멕시코인들이 생각의 패러다임을 전환시켰고, 각종 개혁 조치를 통해 해외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멕시코인들은 뛰어난 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엔 교육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이로 인해 멕시코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생산기지로 분류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1억 인구 절반이 중산층, 천지개벽은 어떻게 이뤄졌나?

- 엄청난 변화와 발전인데요. 그렇다면 멕시코인들의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멕시코 역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큰 위기를 겪어 왔습니다. 76년과 79년, 82년에 경제위기가 있었고 85년에는 대지진으로 인해 경제가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후 87년과 89년에도 금융위기를 겪었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80년대의 멕시코는 자본주의 국가이기는 했지만 사회주의적 요소들을 꽤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체 경제에서 상당한 부분을 국가가 소유하고 있었으니까요. 이 패러다임이 82년부터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당시 출범한 새 정부가 각종 시장친화적인 개혁을 단행했죠. 이어 88년에 다시 새 정부가 추가 개혁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외국인 투자와 무역 등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경제의 체질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또한 94년에 결성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추가적인 개혁을 했습니다. 같은 해에 멕시코는 개발도상국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OECD에도 가입했고 이후 APEC에도 진입했습니다.

그 이후 20년이 지났고, 현재 우리는 그 결과를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엄청난 양의 해외직접투자가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들어왔습니다. 이로 인해 멕시코인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얻게 됐고 투자 기업들로서는 영어가 능숙한 양질의 인력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결국 우리는 단순한 조립 공장들 뿐 아니라 첨단기술 및 서비스 분야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실제로 서비스 분야가 멕시코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증가 중이고, 중산층도 증가 추세입니다. 뿐만 아니라 멕시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도 증가하면서 경제 전체에 상승효과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통계 자료에 따르면 3년 전에 멕시코 인구의 50% 이상이 중산층이 됐는데, 1억 이상의 인구를 가진 국가로서는 이례적인 일입니다. 중산층이 증가했다는 건 멕시코 내수시장도 그만큼 방대해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멕시코인들이 게으르다는 편견

- 얘기를 조금 바꿔 멕시코 문화와 멕시코인들에 대해 얘기를 좀 해주시죠. 멕시코 국민들은 인종적으로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멕시코는 3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고증이 가능한 순도가 높은 역사라는 게 중요합니다. 아즈텍 및 마야 문명의 각종 유적들을 보면 우리가 3천여년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스페인에 의해 점령당하기 전까지, 엄청난 인구를 가진 고도의 문명국가가 이곳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식민지배 시절에 원주민들과 스페인 이주자들의 혼혈을 통해 새로운 ‘멕시코 민족(race)’이 형성됐습니다. 순수 원주민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1810년에 멕시코라는 독립국가가 공식적으로 탄생했고 현재 안정적인 국가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 멕시코인들에 대한 선입견 중 낙천적이고 게으르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편견 중 상당 부분은 과거 미국의 영화들에 의해 왜곡된 것들입니다. 게으르다는 편견은 멕시코의 열대 기후만 생각하다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멕시코는 지난 수십년간 엄청난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입니다.

현대화되고 산업화된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밀하고 열심히 일합니다. 다만 문화적 측면에서는 여유를 잃지 않고 과거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산업화와 전통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게 멕시코 문화의 강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관광객 매료시키는 멕시코

- 멕시코를 방문하게 될 관광객들을 위해 멕시코를 소개해주신다면.

멕시코 문화는 대단히 자연주의적(naturalistic)입니다. 멕시코 음식은 맛이 풍부하고, 색상도 다양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기가 좋습니다. 데킬라, 맥주 등 주류도 유명하구요.

음악 또한 다양하고 화려합니다. 각종 관광자원과 농산물 등 천혜의 자원도 풍부합니다. 국토를 둘러싸고 있는 긴 해변도 관광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산지, 사막, 정글, 평야, 호수, 강, 바다 등 모든 곳이 다 있습니다.

- 대사님 개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전문 외교관 출신이시죠.

34년 전부터 외교관으로 근무 중입니다. 멕시코-미국 국경 지역에서 태어나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자랐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외교관이 된 후 79년부터 경제 관련 이슈들을 중점적으로 담당해 왔습니다.

제가 외교관으로서 처음 근무한 곳은 미국의 워싱턴 DC였습니다. 85년부터 93년까지 그곳에서 근무하면서 NAFTA 협정 관련 업무를 했습니다. 이후 멕시코인 500만명 가량이 있는 LA에서 영사를 지냈고 96년에 대사로 승진해서 체코에서 근무하다가 이번에 한국으로 부임하게 됐습니다.

- 한국에 가족과 함께 계신지요. 한국생활은 만족하십니까.

부인과 같이 살고 있고, 아들과 딸은 미국에 있는데 아들은 수년전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에서부터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한국에 대해 관심이 대단히 많았고 조만간 한국으로 올 것 같습니다. 한국 생활은 아직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단히 만족스럽고 저에게도 상당히 좋은 경험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멕시코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한국 학생들이 멕시코에 유학을 가기도 합니다. 저는 대사로서 이런 분위기에 더 박차를 가하고자 합니다.

인터뷰/김범수 발행인 bumsoo1@hotmail.com
정리/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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