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의 ‘도청 딜레마’
민주국가의 ‘도청 딜레마’
  • 미래한국
  • 승인 2013.10.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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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Challenge: Telling Good Guys From Bad Guys via Mass Spyware
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미 국가안보국(NSA)이 미국 시민들의 이메일과 전화를 듣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것은 민주 사회에서 시민의 권리와 심각하게 모순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친구와 대화 중에 쇼핑을 가자고 하는 이야기든지 아니면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거나 심각한 개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든지 정부 비밀요원이 대화를 감청하고 있다는 것은 기분 나쁘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그들이 사용하는 기술, 즉 다른 사람들이 말하고 쓰는 것을 도청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이 어떻게 간첩, 공작원, 범죄자들을 붙잡을 수 있겠는가? 비판자들이 미국이 이처럼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규탄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국과 러시아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누가 믿겠는가? 정보기관의 활동을 제한하는 법적 시스템이 없는 이 나라들에서는 정보기관들이 국가 지도자들, 정부와 그 기본 정책을 반대하는 자들을 찾아내는 데 이 이상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김정은 부인의 수상한 사생활 적발

북한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최근에 김정은은 한때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등 북한 지도자들을 즐겁게 해주던 두 개의 음악 그룹 소속 7명을 처형하라고 명령했다.

무슨 잘못으로?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이 이 음악그룹 가수였던 김정은의 아내에 대해 “우리와 놀아났었다”고 말하는 것을 북한 비밀요원이 들었다. 평양의 권력 실세들은 이를 두고 퍼스트 레이디에 대한 ‘중상’이라며 고위 관료들 앞에서 이 범법자들을 처형했고 그들의 가족은 정치범 수용소로 보냈다.

독재자의 명령으로 통치되는 북한에서 정권의 안전을 위해 고성능 장비로 도청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북한처럼 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 KGB가 푸틴 대통령의 적을 찾아내고 오바마와 미 군대, 기업, 의심되는 개인에 대한 것을 감시하고 있다고 해도 미 국가안보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적을 찾기 위해 인터넷 혹은 전화 시스템에 퍼져 있는 수십억개의 단어를 모을 필요는 없다.

문제는 어떻게 민주적 규범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안보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합당한 법원의 승인, 수색영장 등과 같은 정교한 시스템에 있을 것이다. 경찰이 범죄 용의자의 전화 내용을 도청하려면 법원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처럼 국가안보국도 동일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믿는다고 했을 때 국가안보국의 장비는 모든 사람들이 하루에 말하는 말그대로 수십억개의 단어를 모을 수 있을 만큼 정교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 비밀요원들이 우리를 살피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테러리스트들이 이런 감시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사악한 음모를 실행한다면 누가 좋아하 겠는가?

국가안보국의 어떤 사람도 자신들이 감시하는 모든 메시지를 하나하나 확인할 만큼의 시간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히 자신들이 용의자로 정한 사람들의 이름이 나타나도록 하는 시스템을 설정해 놓았을 것이다. 이런 검색어 시스템 때문에 테러리스트나 마약 상인, 적 스파이 등 악당들은 국가안보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정교한 코드를 만드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전자 첩보활동이 알려지면서 이 비밀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정치적 비판과 반박, 조사와 혼란이 초래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전자, 인터넷 시대에서 도청과 수십억개의 메시지 감시를 통한 첩보 활동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기술은 더 확대되고 정교해질 것이다. 국가안보국 뿐 아니라 중앙정보국(CIA)과 미 국방부 정보기관들은 자신들의 이 기술을 향상시키기 원한다. 지역 경찰 조직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

이런 첩보 활동이 일상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겁나는 것이다. 하지만 테러리스트와 범죄자들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보다는 덜 무서운 것이다.

우리는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런 위반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적(政敵)과 이념적 적이 아닌 진짜 악당을 찾는 데 먼지조차 파헤치는 정보기관의 필요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누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지 분간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방대한 도청 장비들이 정치적 기회주의자와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오용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만족스러운 방법이나 해결책은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법원 승인, 사생활 보호, 개인적·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 첩보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요건을 법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규칙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본질적인 것이다.

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번역/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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