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윤석열"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윤석열"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10.2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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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1일 오후 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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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관점의 충돌, 나아가 세계관의 충돌이다.

- 윤석열은 대한민국의 검사로 현직 여주지청장이다. 그의 이름이 널리 회자된 것은 그의 전직(前職) 때문이다. 이른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특별 수사팀장이었던 그는 지난 17일 국정원 직원 3명의 긴급체포 이후 수사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유는 중요 사건의 지시 불이행과 보고 누락 등이다.

- 21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지청장은 ‘보고 누락’ 사실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 “15일 관내 회의 때문에 일과시간 내 보고가 어려워 보고서를 사전에 준비하고 일과 후 지검장의 자택에 방문해 보고했다. (…) 트위터 계정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서에 담아서 신속한 체포 영장에 의한 체포와 압수 수색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고서에 적시하고 수사 계획을 적어서 댁에 들고 가서 직접 보고 드렸다.”

- 이에 대해 조영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은 “정식 보고가 아니었다. 집에서 식사를 한 뒤 다과를 하다 윤 前팀장이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았고, 이에 깊이 검토하자고 돌려보낸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사건은 하나인데 관점은 둘이다.

- 윤석열 지청장은 즉각 재반박에 나섰다. “이렇게 된 마당에 사실을 다 말씀드리겠다. (조 지검장이) 처음엔 격노를 했다.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야당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느냐, 정 하려고 하면 사표 내고 해라, 국정원의 순수성이 얼마나 의심 받겠느냐고 하시기에, 검사장님을 모시고 이 사건을 끌고 나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 이때부터 사안은 폭로전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조 지검장은 윤 지청장의 발언 이후 국감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렇게 항명이라는 모습으로 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조영곤 지검장)

- 윤 지청장이 언급한 ‘외압’ 문제는 특히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여기에는 질문자 역할을 맡은 정치인들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이 지점을 자극했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외압과 관련이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윤 전 팀장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며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댓글 공작이 몇 건이나 되느냐”는 민주당 신경민 의원의 질문에 “상당한 규모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 안 그래도 복잡한 이 사안의 논쟁점은 더욱 다양해졌다. 국정원 직원이 남긴 댓글을 ‘국정원의 댓글’로 볼 것인지 직원 개인의 댓글로 볼 것인지의 문제, 이 댓글들이 대선에 영향을 준 것인지, 줬다면 얼마나 줬는지의 문제, 그렇다면 이것을 국정원의 ‘대선 개입’으로 볼 수 있는지의 문제, 검사동일체 원칙은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느냐의 문제, 상급자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이 맞지 않는 모든 상황을 외압으로 볼 수 있는지의 문제 등등이 남아 있다.

- 사태가 지난해지는 것은 이 수많은 논점들에 대해 O/X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전부 각자의 의견을 정답으로 결론 내린 상태로 논쟁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윤 지청장도 물론 그 중 하나다. “이런 상태에서 검사장을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것은 윤 前팀장이 일련의 수사를 '협업'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으로 생각했다는 심리적 근거가 된다.

- 이미 사안은 복잡할 대로 복잡해졌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닌 이상 이 사건에서 정답의 길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이미 정의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 그렇다면 대중 여론을 장악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를 기준점으로 다시 한 번 댓글 문제가 여론전과 폭로전 양상으로 흐르리라는 전망이 가능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 이쯤에서 한 가지 근본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할 것은 국가정보원이라는 집단의 존재 의미일 것이다. 이 세상에는 민주당처럼 국정원의 국내 파트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고 보는 의견도 있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적 댓글을 남긴 것을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지만, 다소 거칠지언정 그 댓글에 ‘틀린 점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 국정원은 무엇을 위한 존재인가. 허허실실 온화한 존재로 정확하게 규정된 영역에서만 활동해야 한다면 어떤 의미에서 그건 이미 정보기관이라 말할 수 없는 조직이 돼 버리고 만다. 무소불위 식의 활동은 물론 경계돼야 하겠지만, 적(敵)이 있는 곳이 불구덩이든 현실정치든 온라인이든 뛰어들어 타격을 날려야 하는 게 국정원의 존재목적인 것은 아닐까.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관점의 충돌, 나아가 세계관의 충돌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윤석열’을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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