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동맹 강화, 어떻게 봐야 하나?
美日동맹 강화, 어떻게 봐야 하나?
  • 이춘근 박사
  • 승인 2013.10.23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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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박사의 전략이야기
 

지난 3일 도쿄에서 미국과 일본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은 미일동맹을 한층 격상 시키는 데 합의하고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동안 일본군은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군과 함께 전투를 벌일 수는 없는 군대였다.

문자 그대로 일본군은 전투하는 미군에게 탄약이나 날라다 줘야 하는 처지였다. 침략국이라는 원죄 때문에 미국은 일본을 전쟁할 수 없는 나라로 만들어 놓았고 일본의 군사력 역시 자위 수준의 역할만을 담당하도록 제한했던 것이다.

그러던 미국이 이제 적어도 미국이 싸우는 곳에서 일본군도 함께 전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일본군은 이제 혼자서는 남을 공격할 수 없을지라도 미국이 싸우는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함으로써 정상적인 군대를 향해 전진했다.

그러나 일본이 미국과 집단적 방위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한국과 중국에서 극도의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미일동맹 강화가 아시아의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고 한국의 한 신문은 미국의 이러한 조치 때문에 ‘한미동맹이 꼬이고 있다’ 는 제목을 뽑기도 했다. 중국이 미일동맹 강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일동맹이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 군사력을 반기는 미국

그런데 미국과 동맹국인 우리가 미일동맹 강화에 대해 분노를 표시한다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물론 일본의 군사력이 강해지는 것 그리고 일본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감정적으로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정치 문제를 이토록 ‘정서적’ ‘감정적’으로 재단한다면 그것은 한국의 국가 대전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국의 국가 대전략을 파탄 시킬지도 모를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국제문제를 냉혹하게 분석하고 그 기반 위에서 합당한 전략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우선 왜 미국이 일본의 역할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미국이 ‘막나가는’ 일본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단히 의아해 하고 있다. 일본이 2020년에 올림픽을 다시 치르게 됐다는 사실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한국인이 많다.

우리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세계는 일본을 그렇게 나쁜 나라로 보지 않는다. 일본 때문에 세계에 우환이 생길 것이라고 보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별로 없다. 그래서 그들은 올림픽도 개최하게 됐고 우리에게는 평화의 파괴자인 아베 신조가 미국 저명한 연구소의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것이다.

세계 여론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 일본의 군사력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그 예로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모든 나라처럼 정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된 일본은 동북아시아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쓰고 있으며 필립 코닝(Philippe De Koning)은 최근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현재 일본의 군사력은 너무 약하다.

일본 군사력이 이처럼 약하다는 사실은 미국에 위험한 일’이라고까지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일본과 세계가 보는 일본이 이토록 다르다는 사실은 마치 100여 년 전 19세기 말 조선인들의 세계관을 방불케 한다.

세계가 일본 군사력의 증강을 군국주의의 대두가 아니라 평화세력의 증강으로 보고 있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현상을 한국 사람들만 몰라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 안보 정세를 불안하게 만든 주요 당사자는 북한이다. 북한은 이제 곧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할 지경에 도달해 있을 뿐 아니라 무려 120만에 이르는 재래식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두 번째 불안 요인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군사력은 냉전이 종식될 무렵인 1988년 이래 2013년까지 군사비 기준 무려 15배 이상 증강됐다. 지난 10년 동안만해도 중국의 군사력은 무려 5배 이상 증강됐다. 중국은 지난 25년 동안 한 해도 국방비 증가율이 1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문제는 중국이다

우리 국민들이 우경화한다고 목청 높이는 일본은 사실 지난 11년 동안 군사비가 계속 줄어들었던 나라다. 행동으로 볼 때 우경화한 나라는 중국이다. 경제성장 비율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증강하는 중국의 군사비는 불투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은 중국이 발표한 공식 국방비를 그대로 믿지 않는다.

결국 중국의 군비 증강을 우려하던 미국은 2012년 1월 5일 발행한 신국방전략지침에 노골적으로 표현돼 있듯이 중국의 군사력 증가에 구체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으며 아시아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가로 인해 야기된 불균형을 다시 균형화 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미국이 아시아의 균형 회복을 위해 대한민국을 대단히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을 동북아시아 안보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린치 핀(Linchpin)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이 린치 핀으로서 ‘험한’ 역할을 담당해 줄 나라인지에 대해 의심했다.

냉전 기간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진영의 최전선에서 정말 힘든 역할을 몸소 감당했었지만 앞으로 미국이 중국과 벌일 패권 경쟁에서도 한국이 미국이 원하는 역할을 해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국인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보인다.

중국의 도전을 제어하기 위해 씩씩하게 중국과 맞장떠 줄 동맹이 필요한 미국은 일본을 그 적임자로 택하고 있다. 마치 유럽에서 영국이 담당하던 전통적 역할을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맡기려는 것이다.

필자는 사견이지만 한국도 능히 영국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보았고 미국도 그럴 생각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국민과 지도자들이 그럴 ‘의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미국으로부터 거의 영국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될 일등 동맹국 일본과 우리가 갈등을 벌일 때 미국은 한국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가 문제다.

이미 불길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미국에서는 어차피 중국편이 될 한국을 포기하자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하기는 하지만 인도, 베트남, 호주 등이 이미 미국의 중국 제어 전략에 동조하고 있는 마당에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쩔쩔매는 한국을 빼고 하겠다는 말이다. 일본, 인도, 베트남, 호주 등을 확보한 미국은 한국이 없어도 대중제어 전략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미국은 최근 한국이 원하는 요구들을 대부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원자력협정의 개정도,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도 소극적이다. 장병들 군 복무기간은 계속 줄이고, GDP 대비 전세계 평균 수준의 국방비밖에 쓰지 않고, 미군 주둔비를 올려 달라면 난색을 표하고, 미국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맹국 일본과는 계속 맞장을 뜨고,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잠재 적국인 중국과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행동하는 한국이다.

그런 한국의 안보 지원 및 협력 요구를 미국이 선뜻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과는 적이 되고 미국과의 관계도 약화된 한국은 중국에도 별 볼일 없는 나라로 취급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증명된 확실한 안전보장장치인 한미일 동맹을 깨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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