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언제 열릴까? 곧!
전기차 시대 언제 열릴까? 곧!
  • 미래한국
  • 승인 2013.10.2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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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터스 화재사고에도 세계 자동차 업체 전기차 개발 박차
닛산 리프

지난 10월 1일 美워싱턴州 시애틀 외곽 고속도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행 중 차에 불이 붙은 것이다. 문제는 이 차가 전기차 업체 테슬라 모터스가 만든 S모델이었다는 점. 이 소식이 알려진 뒤 테슬라 모터스 주가는 이틀 사이에 10% 이상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전기차 시대 선두주자 테슬라 모터스

전기차 시대는 이미 막이 올랐다.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는 곳은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州는 2009년부터 전기차 판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2012년 1월부터는 자동차 업체들에게 전기차 판매 의무를 지웠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에서는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전기차를 쉽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차종은 테슬라 모터스의 스포츠카 테슬라 로드스터와 S모델, 닛산의 경전기차 리프 그리고 쉐보레가 내놓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볼트’다. 가끔씩 대당 20만 달러에 육박하는 피스커의 ‘카르마’도 눈에 띈다.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에서 포르쉐보다 더 많이 팔리는 것이 바로 테슬라 모터스의 제품들이다.

전자결제업체 페이팔(Payapl)을 창업했던 앨런 머스크가 2003년 자신의 회사를 매각한 돈과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설립한 회사다. 테슬라 모터스는 2006년 첫 시제품을 내놨다. 이름은 테슬라 로드스터.

일반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이전에 내놨던 전기차들이 대부분 유류비를 아끼는 컨셉에서 출발, 출력이 낮고 주행거리가 짧은 저속 전기차를 내놓은 반면 테슬라 모터스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내놨다.

테슬라 인테리어

영국의 유명 수제 스포츠카 브랜드인 ‘로터스’의 ‘엘리제’ 모델을 베이스로 해서 리튬 이온 배터리와 전기 모터 4개를 넣어 2인승 컨버터블 스포츠카인 테슬라 로드스터를 선보인 것이다. 테슬라 로드스터는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이 불과 3.9초다. 이는 기존의 스포츠카 중에서도 5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보이는 슈퍼카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기존의 전기차가 갖고 있던 짧은 주행거리 문제도 극복했다. 기본 사양인 배터리로도 한 번 충전으로 350km를 달릴 수 있었고 옵션으로 대용량 배터리를 선택하면 최대 480km를 주행할 수 있었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도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2시간 남짓에 완전 충전이 가능했다.

2008년 이 테슬라 로드스터가 정식 출시되자 가격이 10만 달러를 넘었지만 예약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잘 팔렸다. 2009년 5월 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테슬라 모터스를 방문, 테슬라 로드스터를 시승하기도 했다.

테슬라 모터스 측에 따르면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세계 40개국에서 테슬라 로드스터 2300여 대를 팔았다고 한다. 테슬라 로드스터의 성공에 용기를 얻은 테슬라 모터스 측은 고급 세단인 S모델을 2012년 출시했다.

재규어 C-X75

화재로 주가 떨어뜨린 S모델, 사실은…

유럽제 호화 세단들과 같은 달리기 성능에도 지금까지의 차량에서는 볼 수 없는 각종 편의장치는 IT기기에 관심이 많은 젊은 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엔진이 없는 차인 덕분에 마세라티 기블리와 맞먹는, 일반적인 대형 세단급 덩치를 십분 활용해 어린이 2명을 포함, 최대 7명이 탈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중앙(센터페시아)에는 17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와 GPS, 3G를 활용한 인터넷 기능을 가진 컴퓨터를 장착, 이를 통해 차량 기능을 조정하고 실시간 교통 상황은 물론 주행 중 인터넷 검색까지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달리기 성능은 1억 원이 넘는 세단들과 맞먹는 수준이다. 최대 출력 416마력, 최대 토크 61.2kg.m/5100rpm의 힘으로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4~5초 내외였고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300km를 훌쩍 넘었다. 최고급 세단에나 장착된 서스펜션 높낮이 조절기능까지 갖췄다.

반면 가격은 최소 6만5000달러부터 최대 10만 달러 내외로 일반적인 중형 세단에 비해서는 비쌌지만 최고급 대형 세단보다는 낮았다.

테슬라 모터스의 S모델은 다양한 면에서 기존의 고급 세단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갖추면서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그 결과 처음 출시한 2012년 하반기부터 2013년 상반기 말까지 S모델은 1만6000대 가량이 세계 각국에서 팔렸다.

특히 2013년 상반기 S모델의 판매량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덕분에 2003년 이후 계속 적자였던 테슬라 모터스의 실적 또한 2분기에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이 와중에 지난 10월 1일 도로에서의 화재 사고로 주가가 추락한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면 테슬라 모터스의 미래는 밝다는 게 금융·산업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실제 테슬라 모터스는 2014년 하반기에 SUV 모델인 테슬라 X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모델은 과거 워싱턴州에 있던 전기차 업체 ZAP의 SUV 모델과 흡사하게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2차 전지와 모터, 그리고 캐피시터라고 하는 일종의 콘덴서다. 이 중에서 2차 전지와 캐피시터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테슬라 S모델에 들어가는 2차 전지는 일본 파나소닉이 납품한다. 과거 테슬라 로드스터의 2차 전지는 한국 중소기업이 납품한 제품이었다).

전기차 시장 성장은 전형적인 동반성장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2차 전지는 리튬 폴리머 전지와 리튬 이온 전지다. 리튬 이온 전지는 과거 노트북, 휴대전화 등에도 사용했던 것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과 함께 충전과 방전을 거듭할수록 충전 용량이 줄어드는 메모리 효과와 고온,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리튬 이온 전지의 문제를 보완하고 형태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2차 전지가 리튬 폴리머 전지다. 리튬 폴리머 전지는 1mm 내외의 얇은 필름 구조로도 만들 수 있어 이를 겹겹이 붙인 적층 리튬 폴리머 전지는 현재 그 시장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캐피시터는 콘덴서의 일종으로 저장을 할 수 없는 전기를 일시적으로 모아뒀다가 순간적으로 내뿜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국내 여론은 전기차에 부정적이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2차 전지 시장을 휩쓸고 있고 테슬라 모터스가 사용하는 캐피시터, 그 밖의 주요 부품들 다수가 한국산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테슬라 S모델의 화재를 부정적으로만 다룰 수는 없을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발전할수록 2차 전지, 캐피시터 등의 부품을 공급하는 산업과 함께 전력 산업, 건설 산업도 함께 성장한다. 곳곳에 전력충전소를 만들고 ‘차량 보관’만 하던 주차장을 충전소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이 병행해야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테슬라 모터스가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차장 때문이다. 미국은 중산층 정도면 대부분의 가정이 개인 차고를 갖고 있고 일본은 차고가 없으면 차를 가질 수 없는 환경이다. 이런 점을 역으로 활용해 전기차가 부유층의 전유물로 급격히 퍼지고 있는 것이다.

BMW i3, i8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서는 저가형 전기차인 닛산 리프와 중저가인 쉐보레 볼트가 테슬라 모터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국 시장 진출에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브랜드는 BMW다. BMW는 시내용 소형 전기차 i3와 전기 슈퍼카 i8 출시를 앞두고 있다.

BMW는 지난 3월 소형 전기차 i3를 세종시에 있는 환경부에 기증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제주도에 전기차 액티브 E 17대를 기증했다. BMW는 2014년 상반기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2014년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대결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포스코 등과 손을 잡고 SM3 ZE 전기차를 국내에 출시한다. 포스코 등은 전기차 충전시설과 주차장 겸용 전기 충전소를 만들 계획이다.

쉐보레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는 볼트를 한국 내에서 시험운행하고 있다. 시험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에는 한국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전기차 시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쌍용차를 제외하고는 별 관심이 없다(쌍용차는 2014년 하반기 코란도C의 섀시를 베이스로 한 플러그인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을 만들어 놓으면 그때서야 ‘숟가락 얹으면 된다’는 마인드가 슬쩍 엿보인다.

셰비 볼트

지금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도 차’라는 선입견에 빠져 테슬라 S모델의 주행 중 화재가 전기차 시장 전체의 모습인양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 휴대전화 시장을 떠올려보면 그런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전기차 시장은 기존의 자동차 시장과는 크게 다르다. 오히려 IT 기기, 그중에서도 휴대전화 시장과 가장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자동차 업체가 설계하면 여기에 맞는 부품을 주문하고 직접 조립생산하는 방식이었다. 최고급 자동차들의 경우 업체가 직접 설계, 생산, 조립까지 했다. 개도국에 주문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대부분의 부품 생산에 상당한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반면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부품 중 CPU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은 개도국에서도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휴대전화 생산 때 중요한 건 이런 부품을 어떻게 배치하고 통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 점유율의 20%까지 많아지면 기술혁신에 게으른 기존의 자동차 업체는 문을 닫게 되리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전경웅 객원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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