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의 교양
학창 시절의 교양
  • 미래한국
  • 승인 2013.10.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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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을 묻는 조카에게

교양은 지성인의 인생철학이다. 내 학창 시절은 6·25 전시 중이었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남은 시간 놀아나 보자고 부산 광복동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환락파가 있는가 하면, 하루를 살더라도 사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니체와 씨름하는 심각파도 있었다. ‘황태자의 첫사랑’을 끼고 다니며 감격에 겨워하는 낭만파도 더러는 있었지.

대학이라는 데가 참 묘한 데란다. 멀쩡한 장정들을 4년씩이나 거저 놀게 놔두고는 대신에 3가지 공부를 하라는 거야. 전문지식과 자기계발, 그리고 교양공부지. 이런 걸 모라토리엄이라고 부른단다.

전문지식은 배워서 생계를 세우라는 거고, 자기계발은 처세술을 배워서 출세하라는 거지.

유독 ‘교양’만은 실리적인 게 아니고 훌륭한 인격을 만들어서 행복을 챙기라는 거야. 사실 부자나 지위 높은 사람 중엔 행복하지 못한 사람도 많지만, 훌륭한 인격자 중엔 불행한 사람이 별로 없거든.
학창 때 교양으로 ‘가치관’을 세우면 중년 때는 그것이 일에 대한 ‘사명감’이 되고, 노년에 가면 그렇게 성취한 일에 행복을 느껴 보람 있는 일생이 되는 거지.

가치관을 3단계로 나눈 정신분석학자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향락(Pleasure), 다음에는 출세(Power)를 추구하게 되지만, 마지막엔 사는 의미(Meaning)를 찾아야 한다는 거다. ‘왜 사느냐는 의미가 뚜렷한 사람은 어떤 경우가 닥쳐도 굴하지 않고 견뎌낼 수 있다.(He who has a why to live can bear almost any how)’ -니체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육체에 깃든다고 하지. 교양이 아무리 높아도 육체가 따라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다. 그 육체를 지배하는 게 ‘의지력’이지.

뇌 중에서 좌뇌는 지능(知), 우뇌는 예능(情) 담당인데, 그간 몰랐던 뇌줄기(Brain Stem)가 의지력(意) 담당인 게 근래에 와서 밝혀졌다. 고생을 이기고 생명을 보존하는 의지력이 뇌줄기에서 나온다는 거야.

인체 기관은 단련을 해야 강해진다. 뇌줄기는 고생을 해야 강해지는데 지금 세상에서 고생을 해볼 수 있는 기회는 군복무밖에 없잖아. 군복무로 강해진 뇌줄기는 일생을 두고 인생 고해를 헤쳐 나가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거다.

진짜 교양은 주위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자기 소신을 관철하는 경우를 말한다. 취직해서 부모에 기대지 않게 되면 자립(Self-help)했다고 하지. 그러나 생계를 전적으로 직장에 의지하고 있으면 아직 독립한 건 아니다. 진짜 독립(Independent)은 월급 없이도 살 수 있는 재산(恒産)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일생 모든 수입의 4분의 1을 저축하는 게 방법이다.

학생 때 길러놓은 교양이 정작 힘을 발휘하는 건 후반생에 와서다. 누구나 노후엔 병과 돈, 고독과 일거리, 4가지 고통에 시달린다.
성인병은 병이 아니라 노화현상이니 허둥대지 마라. 암도 통증 치료에만 그치고 가만히 놔두는 게 고통도 적고 제일 오래 산다는 통계가 있다.

돈은 미리미리 4분의 1을 저축해 나가면 된다.

머리만 맑고 성격만 온화하면 종교 연구같이 노후에 즐길 일은 얼마든지 있다. 고독과 일거리가 한꺼번에 풀린다. 이런 생각들이 다 교양에서 나온다. 교양의 바탕은 독서란다.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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