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속는 투수들의 八色 마구들
알고도 속는 투수들의 八色 마구들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10.30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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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매력은 단체스포츠와 개인스포츠의 성격을 동시에 있다는 것이다. 야구는 두 개의 팀이 9이닝 동안 경기를 해서 더 많은 점수를 내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라는 점에서 단체경기다. 그러나 득점을 내는 순간마다 투수와 타자의 1:1 대결이 벌어진다는 점에서는 개인경기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특히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더 크다. 기량이 출중한 투수가 등판해서 상대 타자들에게 득점을 허용하지 않고 아웃 행진을 이어갈 경우 그 팀은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그렇기에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도 한다.

한국, 미국, 일본 등 어떤 나라에서도 5할 타자는 물론이고 4할 타자조차 찾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수와 타자의 대결에서 기본적으로 우위에 있는 건 투수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투수들이 타자를 압도하고 속일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구(fastball)를 비롯한 다양한 변화구(breaking ball)들이 여기에 속한다.

직구 그립 따라 포심-투심-커터로 분류

속구는 직구라고도 불리며 직선에 가까운 궤적을 그리면서 날아간다. 공을 쥐는 방법에 따라 포심(four-seam), 투심(two-seam), 커터(cutter) 등으로 분류된다.

포심은 가장 기본적인 속구의 형태로, 검지와 중지로 실밥 네 개를 채듯이 잡아서 던진다. 이 과정에서 공에는 백스핀(back-spin)이 걸리고, 그 백스핀이 타자의 배트스피드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타자가 공의 밑부분을 칠 경우 공은 힘없이 높이 뜬다. 물론 헛스윙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위력적인 포심을 던지는 투수는 삼성의 클로저(마무리투수)인 오승환이다. 한 스포츠사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오승환의 포심패스트볼은 초당 57회의 백스핀이 걸린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시속 160km가 넘는 속구를 던지는 크레이그 킴브렐(애틀랜타), 아롤디스 채프먼(신시내티) 등의 포심이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투심패스트볼은 포심과 같은 형태로 던지면서도 실밥을 두 개만 잡아서 던지는 변형 속구다. 포심보다는 약간 느리지만 우투수가 던질 경우 타자 앞에서 우측으로 살짝 꺾이면서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몇 년 전 은퇴한 애틀랜타의 그렉 매덕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일본인 투수인 이와쿠마 히사시의 투심이 가장 심한 변화를 자랑한다.

커터는 ‘컷패스트볼’의 줄임말로 우투수가 던질 때 좌측으로 꺾이면서 휘는 궤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타자 앞에서의 볼스피드는 투심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타자들로서는 더 위력적으로 느끼며 특히 우투수가 좌타자를 상대할 때 전가의 보도로 쓰인다.

포심과 유사한 속도로 날아오다가 좌타자의 몸쪽으로 갑자기 휘는 궤적 때문에 배트 손잡이 부분에 자주 맞게 되고, 타자의 배트가 부러지는 일도 잦다. ‘커터’라는 별칭도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지난 9월 은퇴한 뉴욕 양키즈의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LA 다저스 마무리투수인 켄리 얀센의 커터 또한 위력적이다.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너클볼의 달인들

커브(curve)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변화구다. 1860년대부터 주목을 받고 널리 사용됐으며 포심에 비해 공의 속도가 20km/h 가량 느리지만 타자 앞에서 큰 낙차로 떨어지는 속성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지면을 향해 90도 각도로 떨어지지만 횡으로 변하는 커브도 있다. 변화구 중에서 투수의 팔에 가장 무리가 덜 가는 구질로 유명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기아 김진우와 LG 류제국의 커브가 명품으로 극찬 받으며 미국에서는 세인트루이스의 1선발 애덤 웨인라이트와 워싱턴의 지오 곤잘레스가 위력적인 커브를 구사한다.

슬라이더(slider)는 직구와 커브볼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며 직구처럼 빠르게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하게 방향을 트는 구질이다. 우투수가 던질 경우 좌측 하단으로 45도 각도로 휘는 게 일반적이다.

직구보다는 느리지만 커브보다는 매우 빠르며 1940년대 이후 널리 사용된 현대야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변화구이며 한국 투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미국 프로야구 진출을 준비 중인 기아의 윤석민의 슬라이더가 속도도 빠르고 변화폭도 크다. 미국에서는 텍사스의 에이스 다르비슈 유와 LA 클레이튼 커쇼의 슬라이더가 최고로 평가받는다.

체인지업(change-up)은 현대 프로야구에서 가장 각광받는 변화구 중 하나다. 검지와 중지로 공을 찍어 던지는 포심과 달리 네손가락으로 공을 잡고 던지면 공의 스피드가 포심보다 15km/h 가량 느려지면서도 타자 앞에서 날카롭게 떨어진다.

미국 진출 첫해에 14승을 올린 LA의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미국에서도 명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또한 위력적인 체인지업을 던진다.

스플리터(splitter)는 포크볼이라고도 불리며 포심과 스피드 차이가 10km/h에 불과하면서도 타자 앞에서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 무서운 변화구다. 스플리터는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워서 직구와 같은 감각으로 던지기 때문에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투수의 손가락이 길어야 한다. 팔꿈치에 가장 무리가 가는 구종으로 미국 투수들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으며 노모 히데오, 다나카 마사히로 등 일본의 정상급 투수들이 즐겨 쓴다.

너클볼(knuckleball)은 가장 던지기 어려운 변화구다. 공의 회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중력과 습도, 바람에 따라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불규칙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으로 공을 잡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구부려 손가락 마디로 튕기듯 던진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토론토의 R.A 디키가 고속 너클볼을 앞세워서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의 외국인투수 옥스프링을 비롯해 한화의 마일영, 삼성의 배영수 등이 심심찮게 너클볼을 구사하지만 전문적으로 구사하는 수준은 아니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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