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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보다) 사람이 먼저다.
- ‘로트와일러 전기톱 살해사건’의 출발은 올해 3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안성에서 찜질방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A씨는 자신이 키우는 진돗개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이웃집 로트와일러를 전기톱으로 살해했다.
- 한때 인터넷에는 죽은 로트와일러의 사체 사진이 공개돼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로트와일러 주인의 아들 역시 페이스북에 처벌을 호소하는 글을 남겨 격렬한 논쟁을 유발했다. 3월 29일 동물자유연대는 이 사안을 동물학대로 판단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안성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 “전기톱으로 개의 등과 복부가 갈라져 내장이 드러날 정도로 위해를 가해 결국 목숨까지 빼앗은 것은 단순히 개의 공격성을 막기 위한 정당방위 이상의 고의성을 갖고 동물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
- 검찰 역시 “무참한 범행이므로 기소하는 게 맞다”는 검찰시민위원회의 주장을 참고해 A씨를 법정에 세웠다. 이로써 A씨는 2011년 동물보호법에 징역형이 신설된 이래 처음으로 징역형 기소를 당한 인물이 됐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죽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 그러나 10월 30일, 수원지방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살해당한 개는 공격성이 강한 대형견으로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 조치가 필요하나 사건 당시 아무런 조치 없이 자유로운 상태였다는 것이다. 또한 A씨가 자신의 개와 함께 공격당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정당방위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이후 인터넷에서는 다시 한 번 격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 재판부가 로트와일러를 맹견으로 지목함에 따라 로트와일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경찰경비견으로 사용될 만큼 체력이 뛰어난 로트와일러는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세고 튼튼한 개로 인정받는다. 훈련이 쉽고 충성심이 강한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개로 인한 사망 사건에서 언제나 핏불과 함께 첫손에 거론되는 맹견이기도 하다.
- 2011년 2월초 포항에서는 로트와일러가 9살짜리 어린이를 물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법은 1심 선고공판에서 개 주인에게 중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금고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작년 10월에는 서울중앙지법이 개를 집안에 자유롭게 풀어놔 세입자를 다치게 한 혐의로 60대 여성에게 금고 6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때도 견종은 로트와일러였다.
- 이번 사건이 처음 세간에 알려졌을 때 ‘전기톱’이라는 소재는 A씨에게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게 했다. 9명의 시민으로 구성되는 검찰시민위원회가 ‘기소 권고’ 의견을 제시하는 데에도 전기톱이 큰 영향을 줬을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 A씨는 찜질방 운영에 필요한 장작을 자를 목적 때문에 전기톱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평소 로트와일러를 풀어놓는 이웃집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로 추정된다. A씨에게는 진돗개 뿐 아니라 초등학생 딸이 있으며 찜질방 운영에도 이웃집의 자유로운 로트와일러는 충분히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이 문제는 ‘재산권 논쟁’으로도 인식될 수 있다.
-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12조는 로트와일러를 포함한 맹견의 경우 목줄과 입마개 없이는 집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결국 법원은 이웃집의 로트와일러가 이 규칙을 어긴 것이 사건의 근원임을 간파한 판결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동물자유연대가 우선시하는 동물의 자유도 결국엔 그 동물과 함께 하는 인간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A씨의 진돗개와 어린 딸 역시 동물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존재는 아닐까. 대한민국은 ‘로트와일러’를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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