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대안은 원자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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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3.11.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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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갑수 21세기에너지연구회 회장
한갑수 21세기에너지연구회 회장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민관워킹그룹이 2035년까지 설비용량 기준 원전 비중을 22~29% 범위로 권고하는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3∼2035년) 초안’을 지난 10월 11일 정부에 제출했다.

이번 2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의 원전 비중은 2008년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년)에서 계획했던 목표치인 41%에서 큰 폭으로 낮춰져 현재 수준(26.4%)과 비슷하게 맞춰진 수치다.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원전 반대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또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골자로 해서 전체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공급 위주에서 수요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이 발표되자 산업계를 중심으로 원전 비중 축소는 발전 단가를 높여 전기 요금의 대폭적인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원전을 축소하는 권고안의 방향성이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원전을 신규로 짓는 게 불가피하다며 비난하고 있다.

본지는 환경처 차관과 농림부 장관을 지낸 한갑수 21세기에너지연구회 회장을 지난 10월 21일 만나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의 의미와 한계, 그리고 향후 에너지 계획의 과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21세기에너지연구회는 2005년 국내 에너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결성돼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며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해 조언을 하고 있다.

-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이 원전 비중을 1차 계획안에 비해 낮게 제시해서 전기요금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원전 외에 석탄과 LNG 발전 비중의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LNG 발전의 단가가 원전에 비해 상당히 높으니 전기료가 많이 오르긴 할 것입니다.

그리고 LNG와 석탄을 이용한 발전 비중을 높인다면 거기서 나올 이산화탄소 문제도 생각해야 합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의 방향과 어긋나는 것입니다.

- 원전 비중 축소와 함께 전체적으로 전기요금을 올려서 전기 소비를 줄이자는 수요관리 측면이 강조된 것 같습니다.

이제껏 공급만 생각하고 수요를 관리하는 노력은 무시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전기요금을 올려서 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에요. 전기를 만드는 원료인 1차 에너지보다 2차 에너지인 전기 값이 더 싼 게 우리나라 현실이니까요. 전기요금을 너무 싸게 책정해서 한전 적자만 높이고, 공급만 생각해서 발전소 더 지을 생각만 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전기요금 인상은 맞지만 급격한 변화 안 돼

- 회장님은 전기요금 인상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네요. 일각에서는 특히 산업계가 낮은 전기요금 혜택을 많이 받고 있으니 기업의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낮은 현실은 말이 안 됩니다. 원가 연동제를 만들었지만 정부가 물가 차원에서 통제하고 있으니 유명무실합니다.

그런데 원전 비중을 줄이고 전기요금을 급격히 올리는 계획에는 반대입니다. 우리나라 산업계와 가정이 높은 전기 요금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그럴 만한 체력이 있느냐는 거죠. 특히 산업계로 희생양을 삼으면 결국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 결국 전력예비율이 점점 낮아지는 현실에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려면 원전 비중을 적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말씀이겠네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부존 자원이 하나도 없어요.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에요. 그러면 갈 길이 어디겠습니까. 원전 발전 비중이 70%가 넘는 프랑스처럼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수력, 화력, 조력 발전 모두 한계가 있어요. 신재생에너지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과 마찬가지로 11% 목표치를 제시했는데 여전히 현실성이 없어요. 현재 5%도 채 안되는데 목표 비중 맞추기가 어려워요.

- 일부에선 원전 증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기 수요 예측을 과장한다고도 합니다. 급증하는 가열건조 분야에서도 전기 에너지의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의견인데 이런 주장이 현실성이 있나요?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것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가령 사무실이나 소형 점포에서 전기 난로가 편리한데. 이것을 구공탄을 원료로 쓰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말인데 현실적으로 어렵죠. 결국 가격으로 억제해야 하니 국민적 반대가 클 겁니다.

 

원전 외에 대안 없다 … 신재생, 현실적으로 무리

- 이번 계획안은 학계 전문가보다는 워킹그룹에 참여한 환경단체 인사들의 목소리가 주로 반영됐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어디서나 시민단체나 환경단체 분들 목소리는 큰 편이죠. 이번에는 그 목소리가 그대로 반영됐는데 인적 구성 자체가 시민단체 측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 학계나 정부가 무슨 주장을 할 형편이 아닌 것 같아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 발전소 납품 관련 각종 비리를 일으키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건 때문에 여론도 안 좋은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워킹그룹에서 제시한 것은 권고안이니 정부안이 나오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원전은 당장은 발전 비용이 싸지만 안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민들이 쉽게 지지를 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았던 일본 원전도 현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요. 우리나라 원전 안전성은 어떻습니까?

후쿠시마 원전은 원전 자체의 기계적 결함이 아니라 불가항력에 가까운 자연 재해 때문이었습니다. 10m가 넘는 쓰나미 때문이었죠. 물론 원전의 안전성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야 합니다.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수준을 넘어서 아무 걱정 없이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전된 상황에선 원전의 안전관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현재 내진설계가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에도 견딜 수준이니 큰 걱정은 없지만 일본도 그렇게 큰 쓰나미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잖아요. 지진이나 해일 등 안전에 대해서는 투자를 아까워하지 말고 투자를 해야 합니다.

- 한수원 사건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부 정책에 변화가 좀 있었나요?

후쿠시마 이후 정부도 원전 안전 대책을 강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쓰나미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 외곽에 8~10m 방벽을 세우고 원전시설 내부, 기계, 운전사 안전 등을 강화했어요. 한수원 비리 문제는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할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의견은 한수원 종사자들에게 특별 원전 수당을 주면서 그런 금전적 유혹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처벌은 가중 처벌해야죠. 싱가포르는 이런 식으로 하면서 공직자 비리를 근절했어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 시급

- 원전에 대한 해외 동향은 어떤가요?

중국은 증설하고 있고 프랑스는 꾸준히 확대하고 있어요. 미국은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증설 정책이었지만 지금은 후퇴하고 있어요.

독일은 2020년까지 원전을 폐쇄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죠. 독일은 노천탄이 많고 미국은 최근에 셰일가스 추출 기술을 개발했어요. 하지만 자원이 없는 나라는 죽으나 사나 원전을 개발해야 합니다.

- 회장님이 몸담고 계신 21세기에너지연구회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겠어요.

2005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소위 방폐장 부지선정위원회로 시작했어요. 그때 경주로 결정했었죠. 그후에 21세기에너지연구회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스터디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전문가가 7명 있고, 특히 사용후 핵연료 전문가가 2명이에요. 그 외에 법조인, 여론조사 전문가 등이 포함돼 있죠.

한 달에 한 번 정도 미팅을 하는데 저명한 국내외 인사를 모셔서 강연을 듣고 토론을 합니다. 정부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최종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저희도 자문을 할 계획입니다.

-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고준위 폐기물의 처리 문제가 시급하죠?

원전 직원들의 장갑이나 가운 등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시설은 현재 경주에 짓고 있습니다. 당시 방폐장을 지을 때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서 고준위 폐기물 처분시설은 추후에 결정하기로 미뤄졌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각 발전소 수조에 임시 저장하고 있어요. 2010년부터 발전소마다 저장능력에 한계가 오고 있고, 2024년이면 모든 원전이 고준위 폐기물을 더 이상 처리할 수 없게 됩니다. 그 전에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야 해요. 현재는 50년 정도 중간저장 시설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재사용할지, 폐기할지 결정하는 방식이 공론화 됐어요.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연구회가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속하게 중간 처리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문제가 폭탄 돌리기 비슷해서 서로 안하려고 합니다. 핵연료 재처리는 미국과 협상해야 될 사안이 아니니 정부가 하루빨리 진행해야 합니다.

인터뷰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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