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강국 터키, 한국을 형제라 부르는 이유
유라시아 강국 터키, 한국을 형제라 부르는 이유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3.11.13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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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함께 하는 세계여행⑨ 나지 사르바쉬 주한 터키 대사
나지 사르바쉬 주한 터키 대사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신흥 강국’ 터키.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며 한국과 터키 국민들 사이에서는 역사적으로 양국이 ‘형제국가’라는 인식도 펴졌다. 실제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1만5000여명의 병사들을 파견했고 1000여명의 전사자를 내 ‘혈맹’이 됐다.

최근 터키는 빠른 경제성장과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과거 오토만제국의 ‘영광’에 다가서는 유라시아의 떠오르는 강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한국>은 지난 11월 1일 용산 서빙고동에 위치한 주한 터키대사관을 방문 나지 사르바쉬 대사를 만났다. 터키로의 지면(紙面)여행을 떠나보자.

- 2002 월드컵을 통해 한국과 터키 국민들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있었죠. 오래 전 동북아지역에 살던 돌궐(투르크)족이 터키를 세웠다는 얘기가 널리 퍼지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는 최근 읽은 국제정치분야 책에서 2020년대가 되면 터키가 유라시아지역의 최대 맹주 중 하나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보면서 터키의 숨겨진 저력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먼저, 터키와 한국의 양국관계에 대한 얘기로 시작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터키와 한국의 국민들은 오래 전부터 형제간이 아니었더라도 이웃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터키는 현재 나토(NATO) 회원국이면서 지리적으로 유럽 쪽에 치우쳐 있기는 하지만 뿌리는 아시아입니다.

아시아에 살던 터키인들이 4세기부터 서쪽으로 이동을 시작해서 11세기에 본격적으로 터키 지역에 정착했습니다. 양국은 민족적 뿌리가 같습니다. 언어를 보더라도 터키와 한국은 같은 우랄알타이 어족에 있으며 문법과 문장 구조도 유사합니다. 문화적으로 유사한 점도 많습니다.

- 어떤 비슷한 점들이 있나요. 예를 들어 주신다면?

언어를 보면 한국어에 ‘보자기’라는 말이 있죠? 터키에서도 같은 말로 부릅니다. 그걸로 선물을 싸서 주는 방식도 같구요. 여자가 시집을 갈 때 보자기로 물건들을 싸서 보내는 방법도 같습니다. 놀이문화에서도 유사점이 있는데요, 한국에서 어린 학생들이 즐기는 ‘말뚝박기’ 있죠? 이게 다른 나라에는 없지만 터키에 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즐긴 놀이입니다. 노인과 가족에 대한 존경도 양국 문화의 공통점이라고 하겠습니다.

“한국과 터키의 언어-문화적 뿌리 같아”

-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대규모 군대를 파견했지요. 우리로서는 대단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당시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이유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1920년대 터키 국민들도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웠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유의 중요함을 알고 있었고 이로 인해 터키 젊은이들이 한국을 돕기 위해 달려온 것입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국을 도와야 한다는 판단에서였죠. 전쟁 중에 터키군은 수원에 ‘앙카라스쿨’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700명 이상의 한국 전쟁고아들을 데려다 돌봐주고 교육도 시켰습니다.

터키인들은 지금도 한국에 대해 대단히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터키에 가서 한국인이라고 하면 문을 다 열고 환영해줍니다. 몇 달 전이 종전 60주년 기념일이었는데 터키 참전용사들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분들 중 한 명은 성을 한국식으로 바꿨습니다. 성은 가족을 상징하고 법적 절차도 복잡한데 그걸 해낸 겁니다.

한번은 터키의 아주 작은 섬에서 식당을 찾아갔는데 그 식당의 이름이 ‘코렐리’였습니다. 코렐리는 터키어로 ‘한국인’이라는 뜻입니다. 젊은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할아버지가 한국에 참전해서 전사했으므로 기억하기 위해 그렇게 지었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92세의 터키 참전용사가 방송 인터뷰에서 “난 92살이지만, 만약 한국이 다시 도움을 요청하면 참전해서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 최근의 양국관계는 어떻게 발전되고 있나요.

작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터키를 방문했고 저도 수행을 했습니다. 그때 양국 외교관계가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승격됐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늘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금년 5월부터 양국간 FTA가 발효됐습니다. 이건 대단히 중요합니다. 터키가 아시아 국가와 체결한 유일한 FTA입니다.

우리는 터키 수출기업들이 한국을 동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허브로 활용하길 원합니다. 현재 양국의 연간 무역량은 70억 달러인데 한국의 무역흑자가 좀 높습니다. 특히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터키 수출이 5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압니다. 한국 기업들도 터키에 많은 투자를 해주길 바랍니다. 한국의 대외투자액은 연간 1600억 달러인데 아직 터키에 대한 투자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 한국이 수입량을 늘릴 만한 터키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를테면 한국은 매년 400억 달러의 농산물을 수입하는데 터키에선 아직 거의 수입을 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터키의 농산물은 대단히 경쟁력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과 전자제품과 자원, 가구 등도 경쟁력이 있는 품목들입니다. FTA가 이들 제품의 한국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이미 EU(유럽연합)와 FTA를 체결했고 우리는 EU와 관세면제국가입니다. 이는 터키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유럽에 더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팔린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이 터키에 현지 공장을 건설할 경우 손을 잡고 EU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금년 5월 한·터키 FTA 발효, 한국의 수출 급증

- 터키는 EU 가입을 바라고 있죠.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1960년대부터 준비를 했는데 여러 이유로 인해 좀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성공할 겁니다.

- 터키는 특히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최근 아베 일본 총리가 터키를 방문했고 터키가 중국의 대공미사일 구입을 보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터키의 대외정책은 예전부터 확실했습니다. 우리는 민주국가를 만들었고 국내외에서 모두 평화를 추구합니다.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등 모든 국가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합니다.

- 지난 9월 터키와 한국 등이 주축이 돼서 핵심 중견국간 협력체인 ‘MIKTA’가 출범했지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터키와 한국은 동아시아와 서아시아에서 동시에 떠오르는 별입니다. 터키는 적극적인 외교정책과 강한 경제에 힘입어서 현재 세계 16대 경제강국이 됐고 오는 2023년 터키공화국 건국 100주년 이전까지 세계 10위 안에 들고자 합니다.

터키와 한국 양국은 모두 G20에 포함돼 있고, MIKTA(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호주)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MIKTA는 세계가 맞이한 안보, 환경, 자원 등의 이슈를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중견 국가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는 세계적 문제 뿐 아니라 지역적 문제에도 협력할 수 있습니다.

건국 100주년 2023년까지 세계 10대 경제국 목표

- 터키는 역사적으로 강한 군사력으로도 유명한데요. 병역의무제도 갖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우린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토에서 미국 다음으로 강한 군대를 가진 국가입니다. 나토는 방어적인 조직이며 우리도 잠재적인 적국들로부터의 국토 방위를 위해 냉전 기간부터 강한 군대를 가지려고 했습니다.

 

- 한국·터키 양국의 인적 교류 상황은 어떤가요. 여행지로서 터키를 소개해주시죠.

한국에서 매년 1200만명의 관광객들이 해외여행을 갑니다. 그런데 터키로 오는 한국인 관광객은 연간 15만명에 불과합니다. 이게 양국 관계에 걸맞게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터키는 매년 3200만명의 해외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로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터키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국가 자체가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오래된 교회도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아나톨리아로 왔을 때 세운 교회입니다. 현재 인천과 이스탄불을 잇는 18개의 직항노선이 있는데 내년엔 22개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10시간이 걸립니다.

양국은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8월말에서 9월초까지 경주·이스탄불 문화엑스포가 진행됐는데 터키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제가 수행을 했습니다. 한국 총리와 아주 뜻 깊은 내용의 면담을 했습니다.

극동의 한국과 서쪽의 터키가 협력해서 실크로드를 다시 열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참고로 우리는 작년에 여수엑스포에도 참여했고 금년엔 순천정원박람회에도 동참했는데 터키 전시관이 가장 방문자가 많았습니다.

- 터키는 정치적으로 세속화 국가이지만 여전히 이슬람교도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슬람 국가라고 할 수 있겠죠. 자국내 기독교인 박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많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터키는 모든 종교와 믿음과 성별, 인종을 다 포용해 왔습니다. 다만 비율이 무슬림이 높습니다. 터키에 가면 기독교인들과 기독교 교회도 만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적극 지지

- 북한 핵문제에 대한 터키 정부의 입장은 어떤지요?

제가 북한 대사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과 수교는 한 상태이지만 무역은 일체 안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를 철저히 이행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정책은 명확합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며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모든 유엔 헌장을 반드시 준수하기 바랍니다. 6자회담도 신속하게 재개돼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적극 지지합니다.

- 대사님 개인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전문 외교관 출신이시죠.

전 한국에서 2년 반 근무했고 양국이 56년 전 수교를 한 이후로 22번째 대사입니다. 개인적으로 42년간 외교부에서 일했고 프라하, 이슬라마바드, 로마, 브뤼셀, 뉴욕, 워싱턴, 도하, 비엔나 등에서 직무를 수행한 뒤 현재 서울에서 대사직을 수행 중입니다. 한국에서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구요.

인터뷰 / 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정리 /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사진 / 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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