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휴먼캐피털 전쟁 중
세계는 지금 휴먼캐피털 전쟁 중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11.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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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들은 인적자본의 확충을 무엇보다 중요한 경영자원으로 꼽는다.

미국 민간 경제 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는 지난 1999년부터 매년 한 차례 729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10개의 올해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는 분야를 꼽도록 해 통계를 내왔다.

올해 설문조사는 지난해 9~11월 사이 진행됐다. 인적자본은 아시아, 유럽 CEO들에 의해 1순위로 꼽히면서 종합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뛰어난 영업성적, 혁신, 고객과의 관계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상위권을 차지했던 글로벌 정치·경제적 리스크는 5위로 꼽혔으며 6위는 정부 규제가 차지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컨퍼런스보드는 “기업 지도자들이 지배 가능한 기업 내적인 분야를 우선 통제하려는 것”이라면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패닉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적자본에 대한 수요는 생명공학에서 더 크게 두드러진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인 헤이그룹(Hay Group)의 생명과학 서비스 라인인 글로벌 라이프 사이언스 프랙티스(Hay Group Global Life Sciences Practice)는 생명과학 업계에 대해 인적자본 강화를 촉구하는 백서를 발간했다. 생명과학 업계가 급변하는 환경에서 인력을 어떤 방식으로 조직·관리·선발하는지가 다른 요소에 비해 수익을 증대하는 데 훨씬 높은 영향을 미친다고 백서는 강조했다.

백서에 따르면 생명과학부문에서 성공에 이르는 길은 대부분 차단돼 있거나 아예 끊겨 있으며 이로 인해 인적자본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백서는 ‘특허 절벽’(patent cliff)부터 시장이 생명과학산업에 기대하는 새로운 구도까지 여러 환경적 영향이 이 부문의 성공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보다 큰 이유는 가히 ‘상전벽해’라 할 만한 산업의 변화가 전통적인 사업모델의 유효성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백서는 강조했다.

의사결정 위한 성찰적 지성

인적자본은 미래 성장의 열쇠라는 빅데이터분야에서도 요구된다.
빅데이터는 자료처리의 기술 못지 않게 그 데이터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디지털 인사이트’라는 성찰적 지성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관련 학계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조성준 서울대 빅데이터센터 부센터장은 “빅데이터의 본질은 의사결정을 위한 인사이트, 포사이트 도출”이라고 정의한다. 단순한 기술지식 외에 사회학, 철학, 경제학 등 인문학의 지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고인이 된 경영학의 거장 피터 드러커는 이미 1970년대에 그의 저서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바로 이러한 지식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다. 그러한 사회는 노동자와 자본가가 존재하지 않는 수평적 조직사회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변호사나 회계사들처럼 파트너십을 갖고 일하는 기업문화는 이미 실리콘 밸리와 같은 곳에서는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인적자본이 미래의 부를 결정하는 시기에 우리는 본격적으로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적자본 현황은 상당히 뒤처져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채널 CNBC에 따르면 세계 저명 경제인들의 모임인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이 올해 처음으로 집계한 인적자본지수(Human Capital Index)에서 스위스가 1위를 차지했다. 스위스가 세계에서 장기성장 잠재력으로 꼽히는 근로자 육성에 가장 뛰어나다는 의미다. 한국의 인적자원 경쟁력은 122개국 가운데 23위에 올랐다.

국가경제 흥망의 열쇠

인적자본지수는 교육과 훈련 등으로 축적된 지식이나 기술처럼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노동의 질적인 측면을 측정한 지표로 장기적인 국가경제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번 보고서에선 교육과 건강, 노동고용, 환경 등 네 가지 분야로 나눠 122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뒤 순위를 매겼다.

한국은 전체 순위에서 23위를 기록했다. 분야별로는 교육이 17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고, 건강 27위, 노동고용 23위, 환경 30위 등으로 집계됐다.

핀란드는 교육과 환경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건강(9위)과 고용(3위)에서 뒤처져 스위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가 3위에 올라 아시아 국가 중에선 유일하게 10위권에 진입했고 스웨덴과 독일, 노르웨이, 영국, 덴마크, 캐나다 등이 뒤를 이어 유럽국가가 강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경제대국은 인적자본 개발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미국은 각각 15위와 16위를 기록해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지만 중국은 43위에 머물렀다. 미국의 경우 주요 노동 연령층의 질병 등 건강에서 순위가 떨어졌고 중국도 근로자의 건강을 보장하지 못하는 법률 구조와 낮은 수준의 3차 교육 탓에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한광석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러한 인적자본을 위한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한 위원에 의하면 교육은 인적자본이라는 중요한 생산요소를 생산하는 부문이다. 한국의 고도성장에 대한 경제학계의 평가나 최근의 국가경쟁력 향상에 일등공신인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적자본의 경제적 역할은 매우 크다.

따라서 교육을 공공재로만 인식하는 우리의 사고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독점적이고 획일적인 교육공급 및 관리체제를 포기하고 교육부문에도 시장경제원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최소요건만 충족시키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자립형 사립학교, 특수목적학교, 대학교 등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의무교육의 형태도 개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즉 정부는 교육비를 지원하되 학생에게는 제도권교육 거부 및 대안학교나 재택학교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교육시장 개방은 경쟁 압력을 의미하며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경쟁력 향상을 꾀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때 교사자격제도도 개방형 자격제로 바꿔 교육시장 개방의 한 축이 되도록 해야 한다.

즉 현재의 교사자격 규제를 완화해 고등교육을 받은 자라면 누구든지 교사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개방형 교사자격제도는 석·박사 등의 고급인력을 중등교육의 장으로 흡수시켜 교육의 질적 상승뿐만 아니라 청년실업 문제를 완화하는 등의 결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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