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고민 “박원순에 대항할 후보 어디 없소?”
새누리당의 고민 “박원순에 대항할 후보 어디 없소?”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11.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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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서울시장 선거를 어떻게 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평론가를 자처하는 친 민주계 이철희 전 의원이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괘씸하기 짝이 없겠지만 사실 그 말이 가당치 않다고는 할 수 없다. 박원순이라는 난적(難敵)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권에서는 자천 타천의 인물들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는 있지만 오리무중이라 할 만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 모드다.

일단 당내에서는 박원순 시장에 대한 경쟁력으로 호남 출신을 꼽는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파격적인 인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론 시뮬레이션 결과는 어느 후보를 검토해도 이기기 어렵다는 예측이다.

당내에서는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 공약 논란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 지도부와 각을 세운 처지기에 차출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들 외에도 안대희 전 대법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당내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혜훈 최고위원과 김용태 의원, 원희룡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 김황식 전 총리

우선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다. 호남 출신이고 합리적이고 청렴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김 전 총리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바가 없다”며 “그런 입장을 밝힐 처지도, 시점도 아니며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 코멘트는 ‘시켜주면 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박원순 후보에게는 다소 어렵다는 평가다.

◇ 정몽준 의원

정몽준 의원은 차출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가 가진 위상과 대선 후보로서의 지명도로 볼 때 기꺼이 당을 위해 나서줘야 한다는 여론이다. 하지만 정몽준 의원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10월 18일 “일부 언론의 정몽준 의원 서울시장 후보 차출설 보도와 관련, ‘황우여 대표는 최근 정 의원을 만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기에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정몽준 의원의 시선은 대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그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 박원순 후보에게 패배할 경우 정치적 생명에 결정타를 입는다는 계산이 고려됐다고 볼 수 있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

최근 귀국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미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을 지지하는 언론은 박원순 시장이 오세훈 전 시장의 정책들을 베끼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내놓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가 지난 6월 서울시민 7500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양자 대결에서 오세훈 전 시장(44.3%)과 박원순 시장(44.2%)이 초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1.13포인트)

오세훈의 행보는 새누리당내 친이계의 결속과 관계가 있다는 관측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 오세훈의 재기를 통해 친박에 대항하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친이계의 절박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 카드는 친박의 새누리당으로서는 쉽지 않다.

물론 민주당이라고 해서 박원순 시장의 재선을 낙관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다는 점과 박원순 시장의 당선이 최근 위헌정당으로 해산심판 청구가 이뤄진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장 당선 후 야권연대를 지지하며 민주당에 통합진보당의 원내 진출에 협조할 것을 종용한 바 있다. 그 방법은 민주당이 통합진보당에 선거구를 양보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민주당에 ‘종북의 숙주’가 될 것을 요구했다는 평가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새누리당의 차기 서울시장 선거전략은 ‘사상戰’이 돼야 할 필요가 있다. 박원순 시장의 기회주의적 종북 지지 성향을 얼마나 제대로, 그리고 설득력 있게 서울 시민들에게 제시해서 심판받게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 김진태 의원

김진태 의원은 19대 초선이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 그의 지지도는 어느 중진 못지 않다. 명철한 논리와 애국심,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그를 젊은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했다. 한마디로 골리앗 박원순에게 대항하는 보수의 ‘다윗’이라 평가할 만한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 김진태는 박원순과 대한민국 ‘가치전쟁’을 치를 수 있는 독보적인 존재다. 초선인 이유로 정치적 부담도 적다. 젊은 보수 대 수구좌파, 기회주의적 진보, 종북의 숙주라는 민주당 박원순 후보의 아이콘에 상징 투쟁을 할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가 차기 정권 재창출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김진태 의원은 이념구도 재편의 전선을 만들 수 있는 유력한 인물이다. 김진태는 박원순 시장에 대해서 그가 종북 통합진보당 5명의 반체제 국회의원들과 이석기 RO 등 내란세력을 배출한 실질적인 설계자이자 책임자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젊은 후보라는 이야기다.

그것이 어떤 점에서는 이철희 소장이 말한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떻게 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답하는 것일 수 있다. 전선(戰線)을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승부가 변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차피 전쟁을 하려면 이길 수 있는 전쟁을 해야 한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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