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털사이트 NAVER 3위 -
- 광주 북구갑 국회의원 강기정의 ‘폭행 드래곤 볼’ 수집은 오늘도 순조롭다.
-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폭행사건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7월 미디어법 통과 당시 강 의원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욕설을 하고 보좌진을 폭행한 사건은 그의 화려한 데뷔전이었다. 이 사건으로 그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패기와 기개에 비한다면 약소한 금액이다.
- 2010년 12월 8일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의 주먹다짐은 고독한 파이터가 더 강한 상대를 찾아 떠난 여정에 다름 아니었다. 육군사관학교 럭비부 주장 출신인 김 의원에게 안면을 가격 당한 강기정 의원은 입술에 통한의 피를 흘렸다. 초등학생들 싸움은 피를 보면 끝나게 마련이지만 국회의원씩이나 되는 사람들의 결투가 그걸로 멎을 리는 없었다.
- 자신이 공격당한 이유가 국회 경위의 저지 때문이었음을 간파한 강기정 의원의 날카로운 눈썰미. 결국 그는 해당 경위의 얼굴을 무차별적으로 가격하며 복수의 응징에 나섰다. 이때 어디에든 빠지는 법이 없는 박지원 의원은 옆에서 함께 주먹을 날리며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었다. 이 사건으로 강 의원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김성회 前의원은 500만원).
- 보좌관에서 국회의원으로 이어진 강기정의 ‘폭행의 역사’는 드디어 오늘, 청와대를 겨냥하며 긴 침묵을 깼다. 강 의원은 시정연설을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국회를 찾은 경호실 직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 주차시켜둔 대형버스 3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일성 사망 당시 빈소까지 차려가며 슬픔을 달랬던 전남대의 운동권 출신인 그에게 이 버스는 곧 ‘독재의 상징’ 바로 그것이었던 셈이다.
- 강기정 의원은 “연설이 끝났으면 차를 빼야하는 것 아니냐”며 발로 차를 차다가 경호실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가 택한 무기는 주먹이 아닌 머리.
- 갑자기 내린 첫눈처럼 빠르고 매섭게 경호원의 얼굴을 두부(頭部)로 가격한 바, 청와대 경호원은 통한의 선혈을 낭자하며 라운드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강기정 승. 이제 남은 것이 있다면 벌금 1500만 원 정도일까. 혹은 ‘의원직 상실’이라는 궁극의 훈장 또한 오늘의 그에게는 조금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 이번 폭행 사건에는 아직까지 부각되지 않은 미담(美談) 하나가 더 있다. 지난 날 강 의원과 함께 땀방울을 나눈 사이인 박지원 의원이 “강기정 의원을 폭행한 경호원을 용납해선 안 된다”며 일갈한 일이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빛이 바라지 않은 사나이들의 우정은 혀에서 주먹으로, 주먹에서 뒤통수로 역사를 계승한다.
- 폭행 3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그가 ‘7개의 폭행 드래곤 볼’을 모두 모으면 한국 정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흔들림 없는 운동권 출신의 ‘운동 전설’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대한민국은 ‘강기정’을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