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변호인"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변호인"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11.19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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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9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1위 -

-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세 가지의 신화가 있다. 단군신화. 그리스로마신화. 그리고 노무현 신화.

- 영화 ‘변호인’은 노무현 신화의 원점을 탐색한다. 1980년대의 노무현이 인권변호사가 되어 훗날 전두환에게 명패를 집어던지는 불꽃남자로 거듭난 기점을 추적해 영화화한 것이다. 주연 송강호. 개봉은 16대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12월 19일이다. 또 하나의 소란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가?

- 80년대 초 노무현이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고 돈 잘 버는 세무변호사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 영화는 부산을 주름잡았던 그가 부림사건에 휘말린 국밥집 아들을 변호하면서 운명의 경로가 바뀌는 과정을 담았다. 실제로도 노무현 前대통령에게 이 시기는 한 발 앞서 인권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던 문재인 現의원과 한 배를 타게 되는 중요한 기점이었다. “제가 하께요, 변호인. 하겠습니더.”

- 상황이 이 쯤 되면 부림사건에 대해서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검색어 5위). 네이버 검색창에 ‘부림사건’을 기입하면 두산백과사전의 정의가 가장 윗줄에 뜬다. “제5공화국 군사독재 정권이 집권 초기에 통치기반을 확보하기 위하여 일으킨 부산지역 사상 최대의 용공조작 사건이다.” 위키백과 역시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 부림사건으로 체포된 이들이 끔찍한 고문을 받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의 인권은 처참하게 유린되었고 자유는 제한 당했다. 이것은 두말 할 것도 없는 현대사의 아픈 질곡이며 결국 우리가 극복해야만 할 상처이기도 하다.

-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순수하게 사회과학을 공부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대답은 No가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공부했던 것은 막스 베버가 아닌 칼 맑스였다. 레닌이고 엥겔스였으며 그 이외의 누구도 그들의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이 목표로 했던 것은 ‘교양’이 아니라 ‘혁명’이었다. 세상의 모든 ‘국밥집 아들’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정말로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는가? 당신들은 민중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에 동의했었던가?

- 지금이야 순수하게 마르크스를 공부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지금은 되는데 그때만 안 됐던 거라면 당연히 그때가 ‘이상한 시대’였던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혁명과 사회전복을 목적으로 모여서 마르크스를 공부한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사항이 된다. 이제 우리는 한 자리에 모인 그들에게 RO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것도 안다. (※ 물론 통진당의 경우와 달리 부림 당사자들을 종북으로 볼 수는 없다.)

- 마지막으로 생기는 것은 배우 송강호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의 배우생활 원점인 극단 연우(演友)가 소위 말하는 ‘문화운동가’들과 깊은 관련이 있는 단체였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연기를 하고 싶다고 찾아가서 청소 같은 잡일부터 시작한 송강호가 연우 핵심멤버들의 ‘혁명 지향성’을 전혀 모르지는 않았을 거라고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다.

- 영화가 아직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송강호에게 묻고 싶어진다. 노무현을 모델로 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정말로 부림을 ‘용공조작 사건’으로 생각했는가? 그랬더니 몰입이 잘 되던가? 2003년의 명작 ‘살인의 추억’ 때처럼, 관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림이 용공조작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 부림을 용공조작으로 보는 것은 그들에 대한 커다란 모욕이다. 그들은 공(共)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극심하게 고문당하고 괴로워했다 해서 그들이 마르크스주의자였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이것은 신화인 만큼 어느 정도의 미화는 불가피하겠지만, 관객의 동의를 얻으려면 각색에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은 ‘변호인’을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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