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FK, 음모는 없었다
JFK, 음모는 없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11.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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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명화산책
 

영화는 아무튼 재미가 있어야 한다. 예술성이 어떻고 메시지가 저떻고 간에 여하튼 그렇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각각이니 재미의 기준을 딱 떨어지게 정의할 순 없다. 하지만 어쨌든 2시간 남짓(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둘 수 있어야 한다.

존 F. 케네디의 이야기는 확실히 그런 요소를 갖추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취임 불과 3년 만에 암살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것만으로도 극적인데 그를 둘러싼 갖가지 얘깃거리가 전부 영화적이다.

집안 학벌 등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스펙에 지성과 미모를 함께 갖춘 아내를 동반한 젊고 잘 생긴 정치인이었다. 대통령이 돼선 취임사에서부터 명언을 남기고 재임 중에는 쿠바 미사일 위기 극복, 서베를린 방문 등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이런 인물이 충격적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았으니 음모론의 등장은 어느 정도는 당연하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워렌 위원회는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때는 물론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음모론은 계속되고 있다.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란 ‘사실의 단순한 진술’이 아니라 언제나 ‘사실관계에 대한 믿음’을 동반한다. 대단한 인물에 어울리는 죽음이 되려면 그 내막에도 그만큼 ‘뭔가 있어야’ 마땅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영화 JFK는 그런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다. 케빈 코스트너 주연,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91년 작이다. 짐 개리슨(케빈 코스트너)이라는 한 지방검사가 나름대로 케네디 암살사건을 조사해 배후인물 중 한 명이라고 추정하는 인물을 법정에 세우기까지의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물론 그 인물은 무죄가 된다.)

영화는 전임 대통령인 아이젠하워의 군산복합체에 대한 경고 연설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서 케네디 시대에 대한 회고가 기록 영상과 함께 펼쳐진다. 케네디는 실패로 끝난 쿠바 피그스만 침공 작전과 관련해 CIA에 속았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소련과 타협적이라고 비난받았다, 베트남전 참전에 반대했다, 그리고 드디어 미국식 무력이 아니라 냉전종식으로 평화를 이룬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등등.

그런데 이것은 왜곡이다. 쿠바 침공은 케네디 자신이 결정했으며 베트남에 대한 개입을 본격적으로 확대시킨 장본인도 케네디였다. 그리고 케네디는 신중하고 때로는 우유부단했지만 근본적으로 소련의 야욕과 대결을 마다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소위 군산복합체와 평화의 사도 케네디의 대결구도를 그려내기 위해 이리저리 꿰맞춘 것이다. 물론 개리슨 자신은그렇게 믿고 있었다. 감독 올리버 스톤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좌파 영화인답게 그 믿음에 적극 부응해 영화를 ‘잘’ 만들었다. 케빈 코스트너의 연기도 ‘역시’다. 그래서 JFK는 영화 자체로는 꽤 볼만하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에서 그럴 듯하게 제시되는 음모의 갖은 증거들은 왜곡 아닌 게 드물다. 애초 개리슨 자신이 날조를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음모론자들 사이에서도 배척받았다.

매우 중대한 사건도 실제 내막은 어이없을 정도로 싱거울 수도 있는 게 진짜 세계다. 레이건 암살 미수범은 그냥 ‘또라이’였다. 그러나 만약 당시 레이건이 사망했다면 아마 소련이나 좌파에 의한 암살 음모론이 분명 나왔을 것이다. 음모론이라는 게 그렇다.

이강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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