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해가 설득의 시작이다
인간 이해가 설득의 시작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12.0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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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Ⅱ>
 

내 주장이 확실하면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까? 내 주장의 설득력은 오히려 상대방의 성격과 기질, 감성에 따라 달려 있다는 점을 간파한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메시지를 받아들일 청중의 감성과 정서, 즉 파토스(pathos)의 여러 상황을 식별한 후 이에 맞는 논증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의사소통과 설득에서 인간의 정서와 심리의 중요성을 정확히 간파한 셈이다. 결국 주제의 논리력 못지않게 청자의 심리적 상황과 성격과 기질, 즉 하비투스(habitus)가 화자의 설득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사람은 인간 정념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화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중의 하비투스와 정념의 상황에 따라 때로 설득력이 발휘되기도 하고 효과를 보지 못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안에 대해 청중들을 분개하게 만들려 한다고 치자. 분개의 감정은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누리는 영예나 행복을 볼 때 느끼는 고통과 극도로 불쾌한 심사이다. 즉 부정의한 일에 사람들은 분개하게 된다.

이런 경우 어떤 사안이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 주면 청중을 분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자들이 노예 같이 비굴한 성격을 가진 자들이나 야망이 없는 자들은 좀처럼 분개하지 않는다.

경쟁심, 시기심을 유발시키고자 할 경우에도 이런 감정이 경쟁 관계에 있거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 발생한다는 특성을 알아야 한다. 특히 ‘타인의 획득물이나 성공이 비난의 조건이 되는 경우’ 이런 감정을 유발시키기 쉽다. 화자는 이런 정념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지를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 청자들에게 직접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증으로 들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청중이 인생의 어느 시기에 해당하는지에 따라서도 설득의 수사는 달라질 수 있다. 희망과 확신을 불어넣어줄 경우 누구보다도 용감할 수 있는 청년의 특성에 합당한 담론은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는 노년에 대한 수사와 달라야 하는 것이다.

설득을 위해 속담, 격언, 예증과 우화를 들거나 삼단논법이나 생략삼단논법 등 논증기법을 병행해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하지만 모든 장르의 공론에 사용할 수 있는 삼단논법이나 생략삼단논법을 다양한 주제에서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려면 특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수사학을 집중 연마한 덕분에 아고라에서 대중 연설을 꽃피울 수 있었다. 거꾸로 대중 설득을 필요로 하는 민주주의가 수사학의 발전을 촉진시켰는지도 모른다.

상대의 처지와 상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일방적 주장을 강요하는 것은 진정한 소통과 거리가 멀다. 분출하는 욕망의 충돌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 설득과 소통에 미숙한 한국인들에게 쌍방향 소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수사학이야말로 진정 필요한 교과목이 아닐까?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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