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진보’를 바라보는 복잡한 마음
‘새누리 진보’를 바라보는 복잡한 마음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12.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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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10개월의 형을 선고받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11월 23일 만기 출소했다. 그러한 정두언 의원은 2012년 총선이 끝난 직후 속칭 ‘새누리 진보파’를 결성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좌우에 진보, 보수, 수구가 있다. 우파는 진보우파, 보수우파, 수구우파가 있고 좌파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통합진보당은 수구좌파라 할 수 있고 새누리당은 수구우파가 다수로 보이는데 어제 모인 4인은 진보우파를 지향하는 모임이다.”

‘수구우파가 다수’라며 진보파를 자처한 이 모임에는 4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남경필, 정병국, 정두언, 김태호 의원 등 이른바 ‘쇄신파’들이다. 쇄신파에서 ‘새누리 진보파’로 명패를 바꾼 셈이다.

그런 새누리 진보파의 수장을 자처하는 남경필 의원은 ‘경실모’라는 경제민주화추진 의원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민주당보다 한 수 더 떠서 ‘갑’의 착취를 주장하고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 금지, 프랜차이즈 영업 확대 금지, 중소기업 고유업종 지정과 같은 반시장법안들을 양산해 냈다. 그 결과는 비참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재래시장을 살리기는 커녕 24시 편의점 호황을 만들어 소비자와 골목상권 모두를 패자로 만들었다.

대형마트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중소기업과 농어민 등 납품업자들은 소득이 줄었다. 프랜차이즈 영업 규제가 자영업의 활성화는 커녕 규제를 받지 않는 일본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골목 시장 진출을 촉발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들은 자신들의 오류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생각은 과연 옳은 것일까. 그것을 검증해 보는 방법이 있다. 새누리당 진보파와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의원들과 대부분 겹치는 국회선진화법 찬성 및 주도 의원들이다.

국회선진화법 두둔

지난해 5월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했던 주인공들은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 15명이었다. 이들은 11월 15일 성명을 통해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헌법소원이나 개정안은 실효성도 없을 뿐더러 선진화법의 본질을 잘못 진단한 처방이다”라고 주장했다.

위헌성 여부를 검토하며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린 지도부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다. 이들은 원내지도부를 향해 “국회 정상화를 위해 충분히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국민의 질타에 귀 기울이고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민주주의 구현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를 두고 자유보수진영에서는 “종북의 숙주 민주당을 미국의 민주당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비난이 터져 나온다.

성명에 참여한 소장파는 남 의원을 비롯한 쇄신 진보파 대부분이다. 이번 성명을 계기로 경실모 소속 한 의원은 “경실모가 이제 경제민주화뿐 아니라 정치 현안에도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상일 김상민 이운룡 이재영 의원 등 친박그룹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가세했다. 대표적인 친이그룹인 정병국 의원까지 참여해 사실상 새누리당 진보는 계파를 초월했다.

진보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원내지도부는 강경한 입장이다. 특히 최경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지금 여당은 총알 없는 총을 들고 전투를 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당내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야당이 막무가내 정쟁의 도구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상황”이라며 개정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당내 비주류 중진인 이재오, 이인제 의원과 비주류 소장파인 조해진 의원 등이 선진화법 입법 문제를 지적하며 사실상 원내지도부에 힘을 싣고 있어 진보 소장파의 반발이 확산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눈여겨 볼 대목은 이 새누리 진보 소장파 의원들이 지난 1년간 치열했던 국정원 댓글 사건과 NLL 사초 실종 문제에 대해서는 노골적이거나, 은근하거나 또는 침묵하는 방법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자유보수진영에 타격을 입혀왔다는 점이다. 이들의 주장은 ‘국정원이 노무현 정권의 NLL 포기를 맞다고 하는 건 북 주장에 힘 실어주는 이적행위’로 압축된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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