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도망가도 통일은 쫓아온다
우리가 도망가도 통일은 쫓아온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12.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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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노래의 공식 제목은 ‘우리의 소원’이다. 북한에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부른다. 1947년 천재적 예술가라고 불렸던 안석주가 아들 안병원이 지은 동요곡에 ‘우리의 소원’이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썼다.

‘우리의 소원’은 그해 3‧1절 기념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 나왔다. 그때 가사는 ‘우리의 소원은 독립, 꿈에도 소원은 독립’ 이렇게 시작됐다.

당시 해방된 조선의 운명은 알 수 없었다. 미‧소간의 회담으로 분단의 그림자는 더 짙어 가고 있었고 ‘우리의 소원’이 라디오로 나오던 1947년 3월 1일에는 좌‧우익간에 대규모 충돌이 벌어졌다. ‘우리의 소원’은 이듬해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교과서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로 가사가 변경돼 실렸다.

이 노래는 1989년 임수경이 무단 방북한 후 북한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명명되면서 가사도 약간 바뀌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 만찬에서 함께 불렀고 그의 묘비에 기록돼 있다.

2013년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더 이상 ‘우리의 소원’을 부르려 하지 않는다. “분단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늘어가고 있고 특히 젊은 세대들의 통일에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 말한 이는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이런 문제들을 시대의 변화라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의식을 깨워나가면서 현실감 있는 통일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젊은 층일수록 통일 무관심

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인식하게 된 것은 청년들의 통일인식에 대한 부정적 확산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0월 23일부터 11월 4일까지 전국의 성인 남녀 814명과 통일‧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105명을 상대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남북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한국의 일반 국민 78%와 전문가 98%가 공감했다. 하지만 연령이 낮을수록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낮아져 40대 84%, 30대 74%, 그리고 20대는 66%만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통일이 필요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31%나 돼 3명중 1명꼴로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5월 서울대 사회학과는 학부 재학생 660명을 대상으로 ‘서울대학교 학생의 인식과 생활에 대한 조사연구 : 대북인식 및 안보관’이라는 제목의 설문을 조사했다. 그 결과 서울대 학생 40% 가량이 남북통일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이는 2009년에 비해 8%p 가량 늘어난 수치여서 통일에 대한 서울대 학생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설문 결과 36.9%가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했으며 2.2%는 ‘절대로 통일이 돼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반응은 61%였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통일에 따른 정치적, 사회적 혼란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가장 컸다. ‘통일비용에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 예상되기 때문’(26.4%), ‘북한 주민에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7.6%)이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응답자들도 ‘통일이 최우선’이라는 응답은 6.3%, ‘통일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느낀다’는 응답이 54.7%였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39.3%)였다. 22.2%는 ‘우리나라의 경제력 성장을 위해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인구 및 영토 규모의 확대를 위해’(20.7%),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8.3%),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4.3%)의 순이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과 전문가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올해 10월 일반 국민 1200명, 윤리학 전공 교사 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대 한국 시민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9.6%가 ‘현재 대로가 좋다’고 응답했다.

8.7%는 ‘통일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절반이 넘는 53.6%는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기는 했으나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통일비용은 미래 투자

하지만 통일인식에 대한 중요한 변화도 눈에 띈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국민들 가운데 통일비용을 적극적인 미래투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3년 통일의식 여론조사’는 일반 국민 78.0%와 전문가 98.1%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일반 국민 67.0%와 전문가 98.1%는 통일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통일비용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통일비용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변화다.

통일을 위해 한 해 얼마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일반 국민의 경우 ‘부담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 2011년 46.0%에서 올해 27.0%로 줄었다. 통일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응답이 73%로 늘어난 것이다.

‘한 해 10만원 이상 부담할 수 있다’고 응답한 일반 국민은 같은 기간 3.1%에서 15.2%로 늘었다. 연 2만~10만원이라는 응답은 17.5%에서 32.9%로 증가한 반면, 연 1만원 이하라는 응답은 33.4%에서 24.9%로 감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남북관계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한반도 통일을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어 통일비용 부담에 대한 인식도 개선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적극적 통일교육 통해 통일친화적 사회 만들어 가야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통일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국민들은 통일비용에 적극적인 인식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가 자칫 세대간의 인식 단절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무엇보다 청년,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적극적인 통일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통일에 대한 준비와 재원 마련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논의들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분단의 기회비용과 통일의 이익이라는 관점을 구체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의 질서가 통일의 관점에서 매우 혼란스럽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질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문제가 남북통일에 결정적인 우리의 전략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들은 중국의 한반도 통일 역할에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으며 일본에 대해서는 반감이 고조되고 있고,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실망감이 점증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과연 남북통일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회의적이라는 이야기이고 이는 다시 현 정부의 외교안보의 역할에 대해 국민들의 여론이 분열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이미 그런 조짐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를 바라보는 서로 이질적인 시선으로부터 확인되고 있다.

올해 7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관훈토론회에서 한중정상회담 중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한반도 통일 논의가 깊숙이 이뤄졌음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한중관계에서 터부(금기)시 됐던 통일문제에 대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는 윤 장관의 발언은 박근혜 정부가 남북통일에 있어 중국의 역할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통일은 중국의 소원”이라는 레토릭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마디로 믿을 수 없다는 태도다.

미국은 이미 지난 해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대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분석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공개된 미 의회보고서는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환영하지 않으며 중국의 왜곡된 역사 인식이 한반도 통일의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밝혔다.

상원 외교위 간사인 리처드 루거 의원(공화·인디애나) 주도로 발간된 이 보고서의 제목은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미치는 영향과 상원에 제기하는 문제’였으며 이 보고서는 ‘한반도 영토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북한 내 경제적 영향력 확대로 볼 때 중국은 한반도 통일 과정을 관리하거나 심지어 막으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어서 ‘중국은 한반도 통일의 와일드카드(예측할 수 없는 변수)’라고 강조했다.

북한 붕괴 가능성 공론화 해야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북‧중관계에 대한 언급이다.

보고서는 “통일이 남북한의 협력 방식이든, 북한 내부의 급변 때문이든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환영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미국에 친화적인 통일 한반도를 막기 위해 북한을 전략적 방패막이로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이러한 시각은 우리로서는 참으로 난감하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비핵화 압력을 높여야 실질적인 북한의 행동이 개선된다는 점은 이미 미국의 북핵대응 실패가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워싱턴이 보는 남북통일의 조건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전문가가 있다. 미국의 안보 전문 민간기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이 바로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 출간한 저서 ‘북한의 붕괴 가능성 대비(Preparing for the Possibility of a North Korean Collapse)’에서 미국과 한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인한 심각한 파장을 최소화해 통일로 연결 짓는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북한 정권의 와해 가능성을 공론화해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 그의 주장의 핵심은 이렇다.

베넷 연구원은 먼저 북한 정권의 와해가 북한과 주변국들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재기와 가격 인상으로 식량과 필수품을 얻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인도주의적 재앙을 불러올 수 있고 파벌간 주도권 싸움이 내전으로 이어져 이웃 나라들에까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여기에 대량살상무기의 사용과 확산 가능성 역시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베넷 연구원은 이 같은 비상사태 통제를 위해 미국과 한국의 군사적 개입이 필요하며 한반도 통일이 최종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개입엔 철저한 사전준비가 따라야 하며 북한 주민들을 안심시키고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무장해제와 대량살상무기 제거 등 실질적인 조치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며 정치범들이 처형되기 전에 이들을 구출하고 재산권 보호 등 법적 장치까지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베넷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준비를 위해 한국에서 북한의 붕괴 가능성이 제약 없이 논의되고 공론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베넷 연구원이 주장하는 핵심 요지는 ‘통일을 원한다면, 통일을 이루려는 액션을 하라’는 이야기다.

그의 말대로 통일의 기회는 우리의 모든 예상을 뛰어 넘어 갑자기 찾아 올 수도 있다. 최근 북한의 2인자 장성택의 숙청은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붕괴 그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중국식 개방,개혁을 주장했던 장성택의 몰락으로 북한은 다시 선군정치로 귀환할 것이며 그 결과 과거 300만 이상의 북한 주민이 대량 아사했던 그 참극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가 그런 사태를 감당해 내리라 보는 전문가들은 오직 국내 종북세력들 밖에는 없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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