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에너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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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3.12.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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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병윤 건민이앤씨 대표, 유기 폐기물을 연료탄으로 상용화 성공
 

슬러지(sludge). 근래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음료 ‘슬러시(slush)’ 얘기가 아니다. 슬러지란 하수 정화처리를 하고 남은 미생물 사체 침전물을 말한다.

과거에는 땅에 그냥 묻거나 바다에 버리면 됐는데 환경 규제가 강화된 지금은 처리가 어려워져 지자체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가 됐다. 2003년 직매립이 금지된 데 이어 2012년에는 해양 투기마저 금지됐다.

최근에는 이런 슬러지를 포함한 각종 폐기물을 처리해서 땅에 묻는 매립지조차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례로 인천시는 수도권 쓰레기의 상당 부분을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를 2016년 사용 종료할 계획이어서 환경부,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전국에서 하루 1만 톤 이상이 나오는 하수 슬러지의 처리 방법을 찾는 게 지자체와 환경 당국의 급선무일 수밖에 없고 이에 슬러지를 처리해 에너지원화하는 시도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 전남 광양시의 경우처럼 슬러지 처리 설비의 기술적 문제로 가동이 안 돼 수십억의 시설비를 날리거나 운영 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가 예산 부족으로 작동을 못하는 지자체도 있다.

땅에 묻을 수도 바다에 버릴 수도 없는 폐기물, 어떻게 하나?

‘건민이앤씨’는 하수 슬러지를 건조해 수분을 최소화한 후 이를 연료로 만드는 기술을 가진 회사로 핵심은 수분량인 함수율을 1%까지 끌어내린 극단화된 건조 기술이다. 2012년 우수 재활용제품 인증인 GR 인증을 획득하고 올해 말부터 과천 하수슬러지 연료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같은 기술력이 인정돼 이달 환경부 장관상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미래한국>이 미래 환경기술을 개발, 상용화에 성공한 영등포구 양평동 건민이앤씨 본사를 찾았다.

-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그 내용과 개념을 설명해주시죠.

슬러지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쓰고 버린 하수를 강이나 바다에 버리기 전에 미생물을 사용해 정화해야 하는데 이 미생물의 사체(死體)가 하수 슬러지가 됩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해양 투기를 해왔는데 이걸 더 이상 못하게 돼 육상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냥 땅에 묻을 수도 없습니다. 수분이 대부분인 슬러지를 건조해서 화력발전소에 보조연료로 처리하는 게 현재 방식이죠. 화력발전소에는 무상으로 버리는 개념으로 제공했는데 요즘에는 운반비 정도를 받습니다. 그런데 건조 때 악취가 심해서 이것을 처리하는 게 더 힘들어요. 주민 민원도 생기게 마련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처리가 힘든 하수 슬러지 폐기물을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잘 건조해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이죠. 우리나라 많은 지자체에 하수종말처리장이 있고 여기서 오수를 정화해서 버리는데 하루에 하수 슬러지만 1만 톤이 나옵니다.

- 슬러지를 건조해서 만든 제품이 에너지 연료로서 실제 가치가 있습니까?

저희 기술의 핵심은 함수율을 1%까지 극단적으로 건조하는 기술입니다. 냄새도 거의 안 나서 사용하는 데에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2001년과 2002년, 2009년 특허를 받고 2010년에 환경신기술 인증을 획득했어요.

특허는 국가적으로 30만호 째인데, 이 상징적인 숫자에 적합한 기술에 특허를 주자고 해서 저희가 받은 거죠. 그리고 2011년에 GR 인증을 받아 지금은 슬러지로 만든 국내 유일의 제품으로서 마트에서도 번개탄처럼 판매할 수 있어요. 가격은 기름 값의 5분의 1 수준인 톤당 20만~30만 원 수준입니다. 현재는 산업체나 농가 하우스 등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 함수율 1%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저희는 건조할 때 열을 전달하는 매개체를 공기가 아닌 기름을 사용합니다. 감자 튀김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튀기고 나면 수분기가 하나도 없이 바삭바삭 하잖아요. 기름이 급속하게 열을 가해서 수분이 증발해서 그런 겁니다.

1차 탈수한 함수율 80% 짜리 슬러지와 기름을 함께 넣어서 진공상태서 열을 가하면 기름이 수분을 순식간에 증발시키죠. 기름과 수분의 비점 차이를 이용하여 수분을 증발시키는 원리입니다.

그런 후에 기름을 제거하면 함수율 1%의 건조 슬러지만 남게 되죠. 한 마디로 슬러지를 튀기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건조할 수 있어서 운영 비용도 적게 들게 됩니다.

슬러지를 ‘감자 튀김’ 같이 기름에 튀겨 함수율 1% 달성

- 이러한 기술을 상용화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남은 도전들도 있겠구요.

슬러지를 함수율 1% 짜리 제품으로 전환시키겠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는 게 가장 어렵고 답답했어요. 정부 보조금을 받은 것도 전혀 없었죠. 사실 종이 함수율이 8~12%이니 못 믿을 만도 하죠.

그래서 2007년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공동으로 1일 30톤 규모의 실증설비를 설치하고 3년 간 운영했습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눈으로 확인하라는 것이었죠. 여기서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환경신기술도 받고 GR 인증도 받은 겁니다.

박병윤 건민이앤씨 대표

- 폐기물 처리와 같은 국가적 환경문제이니만큼 정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저희 제품이 GR 인증을 받는데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기준이 변해서 많이 어려웠습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정식으로 질의와 응답을 하며 진행한 것인데 무시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환경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는 국내에선 사업하기가 힘들어서 해외로 나갈 생각을 많이 합니다. 환경기술은 해외에서 더 인기가 좋거든요. 물론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저희도 미국의 투자자가 좋은 조건으로 합작 법인을 세우자는 제의가 있어서 고민 중입니다.

- 정부 입장에서는 일부 업체들이 설익은 기술을 산업화해서 실패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신중한 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면도 있습니다. 일부 업체들 가운데는 공사를 따서 시공하는 데 급급한 회사들이 있어요. 이건 입찰 방식에도 문제가 있는 건데 기술보다 저렴한 가격에 가점을 많이 주니 업체들이 덤핑으로 들어와서 문제가 되는 거예요.

일례로 한 지자체는 기술력이 없는 업체가 설비를 설치해 운영비가 톤당 25만원이 들어갔어요. 너무 비싼 거죠. 지자체의 운영 예산은 이에 턱없이 부족하니 기계를 돌리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슬러지 에너지화 사업을 진행하게 되는 겁니까?

수도권매립지 실증 사업 성공 이후에는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어요. 경기도 과천시와 과천하수슬러지 연료화 사업 계약을 맺고 올해 4월 공사를 시작해 1일 45톤 규모의 설비를 곧 완공합니다.

금년말에 시운전에 들어가 조만간 제품을 양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11년부터 3년 간 11억 원 규모의 환경부 연구개발과제도 수행하게 됐고 이러한 기술이 인정돼 최근 환경부 장관상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과천에 1일 45톤 처리설비 올해 가동

- 역시 문제는 운영자금일텐데요. 회사의 재정, 수익구조는 어떤가요? 그리고 향후 계획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죠.

특허를 받기 전 연구단계인 1994년부터 이제까지는 계속 연구하고 준비하고 인정을 받는 단계였습니다. 사실 사업 초기 단계에선 부친이 운영하고 계신 건민산업에서 준비를 했고 2007년에 건민이앤씨를 설립하고 부산그린창투와 산업은행 투자를 받아 독립 경영 중입니다. 건민산업은 45년 된 회사인데 각종 플랜트 제작에 참여해 왔습니다.

매출은 이제 좀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익구조는 지자체로부터 슬러지 처리 비용을 받고 슬러지 연료탄 판매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과천의 하수 슬러지 연료화 사업은 민간투자사업 형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엠코와 대명건설 등이 저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참여하고 있죠. 현대엠코, 대명건설과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설에 환경부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향후 시장은 매우 희망적입니다. 저희가 갖고 있는 슬러지의 건조, 연료화 기술은 음식물 폐기물과 축산 분뇨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음식물은 하수 슬러지의 10배, 축산 분뇨는 이 음식물 쓰레기의 10배이니까요.

인터뷰·사진/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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