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운명은 대만이 결정한다”
“대만의 운명은 대만이 결정한다”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3.12.19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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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함께 하는 세계여행⑪ 량잉빈 주한 대만대표부 대표(대사)
량잉빈 주한 대만대표부 대표(대사)

대만은 대한민국과 공통점이 많은 나라다. 양국 도시의 거리 모습과 국민의 외모, 1인당 국민소득 등 겉모습 뿐만이 아니다.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산독재국가인 중국과 맞서고 있으며 1990년대까지 한국,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네마리 용’으로 각광받았으며 20세기 초반 일본의 식민지를 거쳤다.

양국 관계는 갑작스러운 단교가 이뤄졌던 1992년까지 경제·사회·국방·스포츠 등 교류가 활발했다. 당시 단교 과정에서 대만 국민들의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어 아직까지 앙금으로 남아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본지는 지난달 주한 대만대표부를 방문해 량잉빈(梁英斌) 대표(대사)와 인터뷰를 갖고 양국 관계의 현황 및 발전 방향에 대해 경청하는 기회를 가졌다. 특히 대만 국민들이 중국의 굴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식민지 경험이 있는 일본에 대한 국민정서가 대단히 호의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이 궁금했다.

- 최근 대만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꽃보다 할배’라는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대만의 명소들을 소개했다고 해서 대만 방문자가 늘어났다죠?

저도 그 프로그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직접 보기도 했구요. 덕분에 한국 관광객들의 대만 방문이 늘어나고 있어서 반가운 일입니다.(웃음)

- 한국과 대만의 외교적 관계는 우여곡절이 좀 있었죠? 먼저 양국 관계의 현 주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양국은 1992년에 단교를 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었죠. 하지만 1년 후에 양국이 각각 대표부를 수립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여년간 양국관계의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과학·경제·투자·인적 교류·학문적 교류 등의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2012년 통계를 보면 인적 교류가 약 80만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55만명의 대만인들이 한국을 방문했고, 25만명의 한국인들이 대만을 방문했으니 인적 교류가 상당히 활발한 편입니다. 또 현재 185개의 한국 대학들이 85개의 대만 대학들과 공식 교류 중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작년 양국간 무역량이 약 270억 달러였습니다. 다만 한국이 무역흑자를 많이 냈죠. 이제 품질 좋은 대만 상품들이 한국에 더 많이 수출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한국 관광객들의 대만 방문이 더 늘어나기를 희망합니다. 특히 대만은 오는 2016년에 관광객 1천만명 유치를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이 중에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포함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대만 FTA 논의 시작할 때

- 92년 단교 이후 양국 관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차이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을 때에는 정부 고위층 간 접촉이 잦았습니다만 현재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고위 인사들의 접촉을 늘려서 경제교류를 더 늘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양국 관계도 더 강화될 수 있겠죠.

- 껄끄러운 일이지만 92년 매끄럽지 못한 단교 과정이 아직까지도 종종 회자되는 게 사실입니다. 당시 한국 정부가 갑자기 단교 사실을 통보하면서 3일만에 모든 대만 대사관 직원들이 재산을 처분하고 한국을 떠나야 한다고 통보했었죠.

그때 한국 정부가 너무 급하게 알려준 부분이 있었고 저희가 힘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후에 한국 정부가 정식으로 사과를 했구요. 우리도 TF팀을 서울에 남겨서 계속 양국 관계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화의 창구는 계속 열려 있었고, 그 결과로 대표부가 양국에 설립되면서 20여년간 계속 관계가 회복되고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과거보다 미래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대만의 좋은 친구이고 우리는 한국 정부를 설득해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FTA를 가장 활발하게 맺고 있는 국가로, FTA의 허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젠 양국이 FTA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양국 무역량이 많기 때문에 FTA는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양국 관계 발전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만과 한국의 산업구조는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요, FTA가 양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윈윈(win-win)이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한국 기업들이 대만에 현지 공장을 설립해서 중국 및 기타 동남아시아 시장들을 공동으로 공략하는 사업모델이 가능하죠.

대만·중국 양안관계, 2008년 이후 급속 개선

- 대만과 중국의 관계는 현재 어떤가요? 마잉주 총통 취임 이후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8년 이전엔 양안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천수이볜 전 총통이 독립을 주장했기 때문이죠. 실제로 당시에는 양안간 공식 접촉도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2008년에 마잉주 총통이 당선되고 나서 양안관계가 개선됐습니다.

19개의 MOU에 서명했고 2012년에만 500만명의 대만인들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또 250만명의 중국인들이 대만을 방문했습니다. 특히 30만명의 중국 여성들이 대만 남성들과 결혼하고 대만 시민이 됐습니다.

- 현재의 집권당인 국민당(KMT)이 만약 2016년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양안관계는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겠군요.

KMT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유화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민주국가이므로 2008년에 경합 끝에 KMT가 집권했는데요, 2016년에 누가 집권할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마잉주 총통은 이미 재선을 했고 아시다시피 어느 나라이든 재선 임기 후반에는 지지도를 유지하기가 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조어도는 대만의 실효지배 아래 있어”

- 대만과 중국의 통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양안관계는 개선됐지만 대만은 계속 군사력 확충에 투자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대만의 운명은 대만 정부에 달린 것도 아니고, 중국 정부에 달린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대만 국민들만이 대만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군사력은 세계 어떤 나라라도 필요합니다. 자체 방어에 대한 권리가 있으니까요. 특히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군대는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군대의 존재는 절대적입니다. 대만은 매년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입는데 그때마다 군인들이 봉사를 합니다. 또 테러에도 대비해야 하구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겁니다.

- 센카쿠 열도(조어도) 문제에 대한 대만의 입장은 어떤가요? 외부에서 볼 때는 중·일 양국 사이에서 일본에 다소 유화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국제법과 역사적 사실 및 지리적 위치를 볼 때 조어도는 대만 소유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본 순시선들과 대만 어선들이 대치한 적이 있었죠. 그런데 최근 일본과 협정을 맺고 대만 어선들이 조어도 인근 특정 지역에서 조업이 가능해졌습니다. 그 이후로 일본과는 분쟁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 대만이 일본과 합의한 부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어떤가요.

그리 심하게 반발하지는 않구요, 중국 정부도 우리 입장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대만 어선들의 조업 구역은 예전보다 더 넓어졌습니다. 비록 조어도를 두고 중국과 일본 간 영토분쟁이 있지만 대만과 일본과의 어업협정 내용을 보면 조어도가 대만의 실효지배 하에 있다는 게 입증됩니다.

한국·일본 관계 vs 대만·일본 관계

- 최근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 일변도로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식민지 시대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한 국민정서가 호의적인데요.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계화된 세계에서는 갈등을 다루기 위해 항상 대화와 협상이 필요합니다. 대만 정부가 중국 공산당에 밀려서 섬으로 밀려났을 때 초반에는 양안간 군사분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결론을 보면 중국이 대만을 압도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2008년 이후로는 양안간 대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 대화가 평화(peace)와 안정(stability)의 중간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화가 없으면 상호간 이해도 불가능합니다. 이해가 없으면 실수와 잘못된 결단이 계속 나올 뿐입니다.

- 대만 국민들이 일본에 호의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대만인들은 비교적 관대한 편입니다. 특히 외국인들에 대해 관대합니다. 다만 한국 국민들이 가진 반일감정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일본의 식민통치 방식이 달랐을 수도 있고, 한국 국민들이 안좋은 일을 더 많이 겪으셨을 수도 있으니까요.

- 북한과 남북 문제에 대한 대만의 시각이 궁금합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문제 인권문제 등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지난 3년간 북한이 3번의 큰 사건을 일으켰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및 핵실험까지요. 대만은 이런 도발행위와 관련해서 북한을 신속하게 비난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며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를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개성공단 등 남북 공동의 사업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호간의 신뢰가 필요할텐데요, 대만과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차근차근 신뢰를 축적해 나가는 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서두에 언급됐듯 최근 한국인들 사이에서 대만 관광이 인기인 것 같습니다. 한국 관광객들에게 조언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대만에서 가장 멋진 건 다른 명소들 보다도 대만 국민들입니다. 저는 한국인들이 대만에 오시면 꼭 현지인들을 만나보실 것을 권유해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타이루거 국립공원 방문을 하시면 좋을거구요. 초고층 건물인 123타워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123타워는 에너지 절감을 위한 ‘그린 오피스’ 개념으로 건설되고 관리되고 있습니다.

또한 대만엔 편리한 점들이 아주 많습니다.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서점이 있는데 대만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 대표부 근처에 있습니다. 여기서도 현지인들을 많이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북한 도발에 가장 먼저 비난, 남북관계 개선 희망

- 마지막으로, 대사님 개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대만 외교부에서 35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대만의 중앙통신사인 CNA에서 기자로 근무했습니다. 외교관으로서 첫 근무지는 뉴욕이었는데 거기서 한국 기업들을 아주 많이 봤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한국인들이 아주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분들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호주 멜버른에서도 근무했구요. 대사로 처음 발령받은 곳은 베트남 하노이입니다. 그리고 이제 서울에 왔습니다. 전 여기서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대만과 한국은 비슷한 부분이 많고 적응도 편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근무하게 돼서 대단히 기쁜 또 한가지 이유는 한국은 세계 강대국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6자회담만 보더라도 한반도가 지리적·정치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전 젊은 외교관들에겐 한국이 외교와 국제정치를 배우는 데 있어서 최고의 장소라고 조언합니다.

인터뷰/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정리/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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