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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픽션입니다. 사실관계가 왜곡됐어도 픽션이므로 문제를 제기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 방학을 맞은 대학생 A군은 요즘 괴롭다.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도무지 미래에 대한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울타리는 지금껏 A군의 인생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지만, 요즘 들어선 솔직히 말해 너무 부담스럽다.
- “준비는 잘 돼가니…? 저번에 원서 넣은 데는 발표가 언제였더라…?” 어머니도 나름대로 수없이 고민하고 한 마디 건네셨다는 걸 A군도 잘 안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선 언제나 괴로운 어머니의 그 한 마디.
- ‘저도 취직하고 싶어요. 누구보다도 제가 제일 취직하고 싶고 효자노릇 하고 싶어요. 근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구요….’ 그래도 이런 말은 실제로는 못 한다. 아들이 최고인 줄 아는 엄마의 자존심을 다치게 할 순 없으니까. “잘 돼가지 그럼. 왜 이렇게 사람을 숨 막히게 해? 그만 좀 물어 봐 진짜.”
- 누워도 쉬는 게 아닌 가시침대 위에서는 잠도 깊게 못 든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일단 바깥으로 나가는 게 상책이다. IMF 시대, 실직 당했지만 식구들에겐 말하지 못하고 정장 차림으로 탑골공원에 갔던 아저씨들의 심정이 정확히 이해되는 순간이다.
- 터덜터덜 걷다 보니 어느덧 학교 가는 길이 나왔다. ‘나도 선배들 말 듣고 1년쯤 휴학이라도 할 걸 그랬나.’ 한숨과 회한이 뒤섞인 심정으로 캠퍼스에 들어가니 A군의 학교에도 ‘대자보 안부인사’들이 즐비하다. A군은 그 중 코레일 직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대자보 하나를 읽어보기로 한다. 요즘 워낙 화제니까 혹시 면접문제로 나올지도 모른다.
- ‘불쌍하다. 힘들게 취직했어도 저렇게 잘리면 정말 허탈하겠지….’
- 그런데, 대자보 하단에 기재된 필자의 이름 옆에 누군가가 낙서를 휘갈겨 놓은 게 보인다. 반론의 ‘댓글’이다.
- “흑인이 백인인권 걱정하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취업 면접관 앞에서도 똑 같은 얘기 할 수 있어? 저 사람들이 얼마씩 받고 일하는지 알아는 보고 지껄이란 말이다. 정의로운 척 남의 안부나 걱정할 수 있는 너희들은 완전 안녕한 거야. 조용히 좀 해.”
- 거창하고 준엄하게 붙어 있는 대자보보다 그 밑에 갈겨진 낙서 한 토막에 A군의 마음이 더 흔들렸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꿈속에서 탈출해 두 발로 땅을 내딛는다. 그의 앞에 놓인 것은 몇 마디 말로 재단되는 4차원의 비현실이 아니라 두 발로 뛰면서 해결해야 할 3차원의 현실이었다.
- 주머니를 뒤적여 스마트폰을 보던 A군은 이내 하나의 뉴스에 시선을 빼앗긴다. ‘코레일 500명 규모 채용계획 발표 … 소정의 교육을 마치면 1월 중 현장투입 가능할 것.’ 그날 오후 2시, 안녕하지 못했던 A군은 ‘코레일 채용’을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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