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피의 숙청, 다음은 김원홍?
시작된 피의 숙청, 다음은 김원홍?
  • 미래한국
  • 승인 2013.12.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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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지난 12월 12일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북한의 권력 2인자로 불리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노동당 중앙위원회 행정부장이 반당반혁명종파행위를 이유로 공개처형됐다.

세이브엔케이는 장성택 숙청설이 본격 거론되던 지난 12월 초 북한의 현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첩보전이 벌어지고 있는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번 장성택의 숙청은 노동당중앙위원회 행정부와 국가안전보위부와의 파워게임에서 시작된 것으로 평양의 소식통은 전해왔다.

이번 사건은 장성택의 권위가 높아지자 이용하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이 행정부의 권위를 앞세워 국가안전보위부를 장악하기 위한 시도를 2012년부터 진행한 결과인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부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소속 기관(부서)을 제외한 북한의 모든 근로단체, 사법, 검찰, 안전, 보위기관의 당적 지도 및 감찰 기능을 수행하는 부서이다.

최근까지 장성택은 행정부를 앞세워 당중앙위원회 핵심부서(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를 제외한 모든 부서와 사회, 근로단체 및 사법, 검찰기관과 인민보안부, 국가안전보위부의 기능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4월 김원홍(68·인민군 대장)이 국가안전보위부 부장으로 임명된 후 국가안전보위부의 기능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김원홍은 국가안전보위부가 수령(김정은)의 권위를 위한 유일적 지도체제의 절대적인 보장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국가안전보위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외적인 정치 상황에 대한 정보수집 및 내사를 강화해 왔다. 이러한 내사에 의해 장성택과 관련된 주변 인물들의 비사회주의(비리) 및 권력남용행위에 관한 정보들을 수집했다.

4월부터 보인 파란의 조짐

장성택은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자신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음을 알고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을 동원해 김원홍 부장을 밀어낼 작전을 지난 4월부터 시작했다.

이에 김원홍 부장 역시 장성택의 최측근들인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에게 대항하기 위한 내사에 박차를 가했다. 김원홍 부장은 장성택의 측근들의 내사를 맡은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에게 “죽기를 각오하고 김정은 장군님의 권위를 좀 먹는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과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장성택 측근들의 극렬한 저항에 부딪치자 김원홍 부장은 7월 중순 김정은을 찾아가 독대했다. 독대에서 김원홍은 그동안의 내사 상황을 보고하고 조직지도부와 중앙검열위원회 합동 조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원홍 부장의 끈질긴 설득에 김정은은 장성택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조직지도부(조직지도부는 당기관의 조직생활 지도 및 감찰하는 기능을 가진 부서임), 검열위원회 합동으로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현재도 장성택 측근 제거작업을 국가안전보위부 반탐부서와 조직지도부, 중앙검열위원회 합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반당반혁명종파분자 제거에 국가안전보위부와 조직지도부, 중앙검열위원회 합동 조사가 진행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장성택과 그 주변 인물들을 숙청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북한의 권력핵심들은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가안전보위부는 김원홍의 지시로 조직지도부와 검열위원회 합동으로 지난 8월부터 장성택과 관련된 해외 공작원들을 소환해 집중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조사의 핵심은 장성택의 해와 비자금 규모를 알아내는 데 집중됐다. 이를 확인한 장성택은 지난 8월 중순 해외 은닉자금들을 숨길 것을 해외 라인을 통해 비밀리에 지시했다.

심상치 않은 북·중 관계

이번 장성택 숙청사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장성택 주변 인물들에 대한 집중 내사에 들어간 사건은 이미 지난 10월 초 중국에 있는 장성택의 해외 라인을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의 대북 관련기관에 장성택을 도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두 차례 평양 방문해 평양에 ‘장성택을 제거하면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당시 북한은 장성택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이지 장성택에 대한 조사는 아니라고 변명하다 지난 10월 말 중국에 장성택이 수령(김정은)의 유일적 권위에 도전하는 반당반혁명종파행위를 저질렀다고 통보한 것으로 중국 주재 북한 정보원들이 전해왔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에 “결과는 냉정할 것이다. 북한에 무슨 수령이 있는가? 수령도 수령의 역할을 해야 수령이 아닌가?”라며 대로했다고 한다. 이후 중국은 북·중 국경지역(라오닝성 단동지구, 길림성 장백지구)에서 지속적으로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장성택 숙청사건과 북한의 최근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김정은 체제를 비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반응에 북한은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평양의 소식통은 전해왔다.

결국 장성택은 누구에게 당했는가? 자신의 라이벌인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 부장에게 당한 것이다. 김원홍은 장성택을 당자금유용 및 은닉, 해외 정보기관들과의 커넥션 문제, 당의 유일적 지위 남용 등에 걸어 반당반혁명종파분자로 만들어버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장성택과 관련된 사건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평양은 여전히 장성택의 잔당들을 숙청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 속에 신조어가 등장했다. “모두 죽여버려”이다. 그만큼 장성택 숙청으로 국가안전보위부의 위상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권력이 하늘을 찌를 때 또 다른 숙청이 시작될 것이다.

북한의 권력 유지를 위해 숙청의 앞장에 섰던 인물들이 무사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김원홍의 운명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요즘 북한 권력층들은 김정은의 다음 숙청 타깃은 다름 아닌 김원홍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평양 소식통은 전해왔다. 그만큼 평양의 겨울은 혹독할 것이라는 것이 북한 권력층들의 평가이다.

박광일 세이브엔케이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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