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대사와 함께한 세계 여행
6개월간 대사와 함께한 세계 여행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3.12.31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독자들의 가장 많은 호평을 받은 본지 기획연재물 중 하나는 ‘대사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시리즈였다. 7월 1일 주한 스페인 대사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지난 6개월간 이란, 남아공, 브라질, 이스라엘, 인도, 멕시코, 프랑스, 터키, 스웨덴, 대만, 스위스 등(순서대로) 12개국의 주한 대사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대사와의 만남’ 시리즈의 첫 기획 의도는 독자들에게 재미 있으면서도 품격 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본지가 정치, 안보, 북한 문제 등 시사문제들을 주로 다루다보니 자칫 기사들이 무겁고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조금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을 발굴한다는 취지였다.

가능한 대사들의 인물사진도 크게 게재해 가독성을 높이고 각국의 다양한 문화적 특징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양국의 관계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섭외 과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각국 엿보기

필자 개인적으로도 대사들과의 만남은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로웠다. 우선 인터뷰 섭외 과정에서부터 각국의 특징과 문화적 분위기가 드러났다. 본지의 인터뷰 요청에 즉각 반응해 대사와의 인터뷰 일정을 바로 잡아주는 대사관이 있는가 하면 인터뷰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아예 관심이 없는 경우, 혹은 전화연락조차 잘 되지 대사관도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다양한 반응에는 대사 개인의 성격과 업무 성향이 작용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나라의 크기와 문화적 특성이나 국격, 그리고 우리 한국과의 상대적 우위에 따른 묘한 입장 차이도 감지됐다. 본지에 대한 대사관측의 ‘인지도’가 이슈가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점은 본지에 대해 차분히 설명을 하거나 실제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해결됐다.

 

지면에는 미처 다 담지 못했지만 각국 대사관의 위치와 분위기, 접견실의 크기, 대사와 직원들의 응접 및 대화 스타일 등 인터뷰 과정의 모든 것 하나하나가 실제 나눈 대화 내용에 못지않게 그 나라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담고 있었다. 각국 대사와 개인적으로 친분을 나누게 되고 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고 또한 본지 미래한국을 알리게 된 것도 수확이었다.

애초의 기획의도대로 인터뷰 내용은 가급적 각 나라의 문화적 특성과 우리나라와의 외교적, 경제적 관계 등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동시에 양국간의 껄끄러운 이슈나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그 나라의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가는 법은 없었다.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여러 질문을 통해 그 나라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내용도 짚었다.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

과연 이 세상에는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가 있을까? 이 질문은 본질적으로 ‘좋은(착한) 사람과 나쁜(못된) 사람이 정해져 있는가’라는 문제와 같다고 본다. 필자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라에도 좋은 나라와 안좋은 나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각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오랜 기간의 그 나라의 역사와 지리적 조건, 정치적, 자원적, 문화적 요소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라고 본다. 북한과 한국의 국민이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은 오늘날 ‘악한’ 나라의 역할을 전세계적으로 하고 있는 반면 대한민국은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로서 후진국들의 모범이 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미래한국 시리즈를 통해 지금까지 만난 12개국의 대사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다 친절하고 선량한 사람들일지라도 그 나라의 세계적, 인류적 역할은 각기 다르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이번호에 소개된 스위스 대사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여유가 느껴졌다. 인터뷰 직후 인접한 대사관저를 함께 둘러보고 다음날 스위스 국가대표팀 초청 만찬에도 언론사로서는 유일하게 초청된 것은 여유의 한 단면이었다.

지난호에 소개된 대만 대사(대표)는 자국을 알리는 데 가장 적극적이었다. 1992년 우리나라가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루아침에 외교관계가 단절됐지만 국익을 위해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모습이었다. 인터뷰 이후 필자를 대만으로 초청해 본지가 타이베이 현지 취재를 하기도 했다.

 

각국 대사들의 이런저런 모습들

스웨덴 대사를 만났을 때 우선 놀랐던 것은 대사 집무실이 대단히 작았기 때문이다. 대사관내 다른 직원들의 방과 크기가 같았고 응접실도 따로 없었다. 스웨덴의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가 아무 말 없이도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방문했던 주한 해외 대사관 건물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근사했던 곳은 프랑스 대사관저였다. 서방국가 중 가장 오래된 130년에 이르는 수교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배어 있었는데 ‘아르메니(강남) 좌파’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도 했다.

그 밖에도 깊은 문화적 토양을 느끼게 해준 남아공 대사, 진지하면서도 여유가 느껴지는 스페인 대사, 선이 굵으면서도 (그래서 그런지?) 약속을 펑크 냈던 멕시코 대사, 양국 국민의 인간적 관계를 강조하던 터키 대사, 경직돼 있었지만 개인적 매력을 느끼게 해준 이란 대사 등과의 만남이 기억난다. 일본계 브라질 대사의 경우 자국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유롭게 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그 역시 브라질의 문화와 분위기를 드러내는 단면이었다.

내년에도 좀 더 새로워지고 친밀한 분위기의 미래한국 ‘대사와의 만남’ 시리즈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발행인 김범수 www.kimbumsoo.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