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년 전의 문장론
2300년 전의 문장론
  • 미래한국
  • 승인 2013.12.3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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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Ⅲ>
 

내 일상의 담화나 연설, 그리고 문장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주장의 합리적 증거는 적절하게 인용되고 있나? 문체나 담론의 배열은 적절한가? 글은 쉽고 명확하며 즐겁게 읽히는 리듬을 갖고 있는가? 논지를 돋보이게 하는 유추와 은유, 대조와 비교는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불완전하게 쓰는 말과 글의 허점을 찌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1권에서 논리적 논증의 테크네(techne)를, 2권에서는 인간의 정념에 초점을 맞춘 테크네를 기술했다. 수사학 3권에서 그는 담론과 문체, 그리고 문장의 적절한 표현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테크네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문학적 테크네의 종합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전개하는 방법론들이 현대의 담화나 글쓰기에도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경이적이다. 2300여 년 전의 문장론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담화든 문장이든 모든 문체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미덕은 명료성과 적합성이다. 여기에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낯선 색채를 부여해’ 색다른 인상을 느낄 수 있게 한다면 금상첨화다.

담론이 그 대상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하면 그 담론은 죽은 것이다. 또 너무 평이해서도, 너무 부풀려서도 안 된다. 시(詩)에서 자주 쓰이는 시적 표현은 산문에 부적합할 수 있다. 담론에 맞게 적합한 표현 수단을 갖춰야 문장이 살아 숨 쉰다.

수식어를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우화를 사용하는 우언법(寓言法)을 장황하게 기술해도 담론의 대상이 모호해진다. 적절한 비교(comparison)와 은유(metaphor)는 산문에 있어 더 중요하다. 다만 은유는 ‘멀리서 취하지 않고, 같은 종에 속하는 대상들과 유사한 형식들로부터 가져와야 한다. 즉 은유는 대상을 명명하면서도 직접적으로는 명명하지 않는 것이다.’

은유를 함축한 수수께끼도 대용될 수 있다. 은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통찰력이 요구된다. 서로 ‘동떨어진 대상들 사이에서 동일한 유사성들을 간파해 내는 것’은 명철한 지성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담론의 문체는 시처럼 운율적이어서는 안 된다. 대신 리듬을 가져야 한다. 대조법을 통해 리듬을 만들 수도 있다.

문장의 정돈도 중요하다. ‘그 자체로 시작과 끝이 있는 문장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확장된 문장의 형태’ 즉 총합문은 이해하기 쉽다. 담론에서는 서론, 명제, 확증, 결론의 적절한 전개가 중요하다. 전주곡에 해당되는 서론은 짤막하되 인상적이어야 한다. 청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찬사나 비난으로 시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정의 변론은 청중의 호의적 태도와 순응적 태도를 얻어내는 게 우선이다. 또 담론의 명제와 확증 단계에서는 증거가 도덕적, 증명적 성격을 갖도록 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반박되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근거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연설과 담론에 활용돼야 할 효과적인 문학적 기법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명확한 문장의 사용, 리듬과 적절한 표현, 음량, 억양 등 연기력, 담론의 배열과 전개 방식까지 꼼꼼히 제시하고 있다.

청중을 설득하기 위해 화자(話者)가 습득해야 할 실용적인 기법들이다. 여기서 제시된 기법을 주의 깊게 학습해 체득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대화와 담론의 수준을 상당 수준 향상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2300년 동안 철학자, 정치가, 변호사, 웅변가에게 수사학의 최고 학습 교재로 사랑받은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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