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창조경제의 도약을 기대하며
2014년 창조경제의 도약을 기대하며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12.3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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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해 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된 이슈가 있다. 바로 ‘창조경제’다.

창조경제는 박근혜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첫째인 경제부흥의 핵심 추진전략이다. 세계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창조경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취임사에서 10번의 언급을 하는 등 시작부터 그 중요성이 강조됐다.

하지만 국민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제대로 콘셉트를 잡지 못했다. 현오석 부총리는 안팎으로 질타를 받았다. 무엇이 창조경제냐는 개념 정의는 사람들마다 달랐고 학자들 마다 달랐으며 이해관계 따라 해석이 분분했다.

정부가 기조를 잡은 창조경제는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에 접목해 기존 산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으로 요약된다.

그러한 창조경제 연관 분야는 정보통신이나 소프트웨어 등 단지 과학기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환경, 교통체계, 보건산업, 농림축산업, 서비스·문화산업 등 산업 전 분야에 걸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창조경제는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 전반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140개 국정과제 중 20개 과제가 창조경제와 관련돼 있을 정도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관련 정책을 발표하며 창조경제 기반 다지기에 주력해 왔다. 창조경제 정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ICT진흥특별법,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활성화법 등 법률 제·개정이 이뤄졌다.

정책 발표도 연중 계속 돼 지난 5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등이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창조경제에 대한 모호함이 남는다. 그냥 정보기술 응용 경제라고 하면 왜 안 될까.

여전히 모호한 ‘창조경제’ 개념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 40여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끈 추격형 전략은 글로벌 경제 위기와 신흥 산업국가의 추격 등에 따라 한계에 봉착했다”며 “모방·응용을 통한 추격형 성장에서 벗어나 국민의 창의성에 기반한 선도형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난 6월 한 행사에서 주장했다. 한마디로 이제 그만 베끼고, 우리 스스로 오리지널을 만들어가 가자는 이야기. 그래서 정부는 창조경제 6대 전략도 마련했다.

▲창의성이 정당하게 보상받고 창업이 쉽게 되는 생태계 조성
▲벤처·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 및 글로벌 진출 강화
▲신산업·신시장 개척을 위한 성장동력 창출
▲꿈과 끼·도전정신을 갖춘 글로벌 창의 인재 양성
▲ 창조경제의 기반이 되는 과학기술과 ICT 혁신역량 강화
▲국민과 정부가 함께 하는 창조경제문화 조성 등 6대 전략이 그것이다.

하지만 진부하다. 어떤 경제에는 그런 전략이 필요하지 않은가. 상황이 녹록지 않자, 결국 정부는 재계와 손을 잡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정부가 19일 발표한 ‘제6차 산업기술혁신계획(2014~2018년)’에 대해 “창조경제 실현을 앞당길 것”이라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4대 분야 13개 대형융합과제는 우리 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 창조경제 실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또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는 규제 개선 등 투자 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제6차 산업기술혁신계획’을 통해 13개 기술을 유망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5년간 약 10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13개 대형융합과제는 ▲입을 수 있는 스마트 기기 ▲자율주행 자동차 ▲고속·수직 이착륙 무인항공기 ▲극한 환경용 해양플랜트 ▲첨단소재 가공시스템 ▲국민 안전·건강 로봇(이상 시스템 산업) ▲고효율 초소형화 발전 시스템 ▲저손실 직류 송배전 시스템(에너지 산업) ▲탄소소재 ▲첨단산업용 비철금속 소재(소재·부품 산업)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시스템 ▲나노 기반 생체모사(인공장기) 장치 ▲가상훈련 플랫폼(창의 산업) 등이다.

창조경제 클러스터론의 배경

문제는 이런 산업들이 존재해야 할 공간이다. 그래서 창조경제 클러스터론이 나왔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마트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한 지역 클러스터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던 것은 그런 취지였다.

김 정책위의장은 “창조경제의 성공 사례인 영국은 지역에 특화돼 있는 창조산업 클러스터가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창조경제를 성공으로 이끌고 일자리 찾기 좋은 국가경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부터 다함께 신발 끈을 묶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과 기업, 공공기관, 학교,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하는 클러스터 구축으로 지역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나아가 창조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새누리당의 이런 구상은 다가올 지방자치 선거에서 ‘선물 보따리 꾸리기’라는 의심을 자아낸다. 지자체 후보들의 창조경제 산업단지 유치 공약 경쟁은 이미 예약완료다.

창조경제가 SOC 토목 건설판이 되지 않으려면 프론티어 정신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박정희 창조경제론’으로 풀어냈다.

좌 교수는 제주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한국경제 2014년과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란 주제의 기조발제를 통해 ‘박정희 창조경제 정책’을 설명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먼저 좌 교수는 박정희 창조경제를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하며 “1960년대 이후 30년 가까운 기간에 이룬 연평균 8% 이상의 초고속 성장은 세계 경제발전사에 지울 수 없는 금자탑”이라고 평가한다. 그런 금자탑을 이룰 수 있었던 프론티어 정신을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스스로 돕는 자를 더 우대하는 차등과 차별화를 통해 혁신가들을 양산하고,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워내고, 게으른 마을을 부지런한 마을로 바꿔내고, 가난한 자를 부자로 바꿔내고, 실패하던 사람들을 성공의 대열에 참여시키는 과정이었다.”

다시 말해 좌 교수에게 창조경제의 프론티어 정신은 ‘잘하는 자를 대우하자’는 말로 압축된다.

그는 박정희 창조경제정책의 사례로 △수출 우수업체만 지원한 수출진흥정책 △성과 우수 새마을만 지원한 새마을운동 △수출에 성공한 기업에게만 진입을 허용한 중화학 육성정책 △수출우수 중소기업만 지원한 중소기업육성정책을 들며 “창조적 정신으로 성공하는 국민을 우대함으로써 국민성공시대를 실현하고,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앞서가는 국민을 우대함으로써 모든 국민을 하면 된다는 이념과 정신의 소유자로 전환시켰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은 창조경제의 좋은 예”

좌 교수의 이 프런티어 정신이 창조경제의 근간이라는 점은 이스라엘의 아밋 랑 경제부 차관의 조언으로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국이 경제성장을 가속화하려면 40대에 퇴직하는 중년층 재창업을 유도해야 합니다. 경력 있는 중년층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층이 함께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청년실업과 중년층 재취업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밋 랑 차관은 최근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는 삼성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한국 스마트폰은 창조경제의 좋은 예”라고 말한다. 창조경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스라엘은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표방하기 시작하면서 벤치마킹 사례로 주목받아 왔다.

이스라엘에는 300개가 넘는 R&D 센터가 만들어졌으며 이 중 200개는 구글, 삼성 등 글로벌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크게 경제부 산하 수석과학관실(OCS)을 통해 R&D 산업을 지원하며 산업통상노동부 산하 이스라엘투자센터(IIC)를 통해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해 기업들이 혁신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랑 차관은 “OCS는 4억달러(약 42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R&D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혁신적인 사업이라면 특정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지원해 주는 안티 타깃팅(anti-targeting) 법칙을 따른다”고 설명한다.

청·장년이 함께 시너지를 내는 모델은 최근 열린 ‘창조경제 박람회’에서도 제시됐다. 지난 12월 12~13일 열린 이 행사에서는 벤처창업의 1세대 시니어들이 청년층들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대중을 상대로 한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하 강연회와 토론을 가지기도 했다.

“창의성은 세상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고갈되지 않는 자원이다. 세계에는 창조경제로 크게 성장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국가도 많다.”(UNCTAD 2010)

2010년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는 ‘창조경제 - 가능한 개발의 선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창조경제가 다가올 미래의 주 성장동력임을 밝힌 바 있다.

UNCTAD(2010)의 ‘Creative Economy Report’ 보고서에 의하면 창조경제는 창조산업부문과 관광·레저 등 소비부문으로 구성된다. 창조산업은 지적 재산에 의존해 상징적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경제활동이라고 정의된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이러한 창조산업의 요소를 ‘소프트 파워’라고 불렀다.

소프트 파워라는 창조물의 본질은 문화고, 그 문화는 다시 창조적 교육으로만 가능하다.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2014년에는 교육혁명이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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