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3.0, 세상이 진화하고 있다
정부3.0, 세상이 진화하고 있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1.10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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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들은 ‘정부3.0’이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그 관심의 차이는 조만간 새로운 빈부격차를 만들 수 있다. 세상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진화는 정부가 일부러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부로서도 가야 할 길을 가기에 진화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는 정부 3.0이 나와 무슨 관계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른 후 독자들은 자신이 ‘원숭이로 남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정부3.0’은 공공데이터를 기관간에 공유하고 민간에 개방해서 생산성 증대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 효과는 자못 크다.

공공 데이터의 개방과 공유

특히 소규모 벤처 창업자들에게 공공데이터의 개방은 예상치 못한 대박을 불러올 수도 있다. 만일 임플란트 시술을 하고 싶은데 집 근처에 있는 치과 병원들에 대한 정보와 가격을 비교해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분명히 그런 수요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지난해 10월 23일 서비스를 개시한 ‘메디라떼(MediLatte)’가 그렇다. 이 앱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데이터베이스 등 병원 정보 관련 공공데이터를 활용한다. 같은 자료를 잘 정리해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든 앱이다.

가장 가까운 병원을 찾으려면 치과 아이콘을 선택하고 원하는 지역을 선택만 하면 된다. 할인이나 캐시백 서비스 등 혜택이 많은 순서나 다른 사람들이 좋은 병원이라고 많이 추천한 순서,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순서 등으로 병원을 정렬해 볼 수도 있다. 자신의 위치 버튼을 누르면 주변에 가장 가까이 있는 병원들을 지도 위에 표시해 준다.

34세 동갑내기인 두 벤처인이 아이디어만으로 설립한 회사는 올해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등학생 세 명이 개발한 화장품 분석 앱 ‘화해’도 그런 공공데이터를 이용했다.

이 학생들은 식약청에 제공하는 데이터를 통해 화장품의 성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개발해 여성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공공데이터가 우리의 실생활에서 가장 가깝게 사용되는 경우가 바로 교통 정보와 날씨 정보다.

날씨 정보는 IT기술과 접목해 무한한 부의 창출의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기상 정보는 슈퍼마켓에서 상품을 옥외에 전시하는 맞춤데이터로 판매되고 있다.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기상 정보는 ‘서울 맑음’ 이런 식이 아니라, 수요자의 반경 몇십 km내의 정보를 세밀히 분석한 정보다. 그런 것이 가능할까.

가능해졌다. 바로 빅데이터라는 IT기술의 등장 때문. 빅테이터는 대량의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과 함께 그 정보를 분석해 유용한 지식을 이끌어 내는 기술이다. 이러한 날씨 정보에 대한 수요는 고용을 창출한다. 미국에서 기후학이 유망하게 떠오르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KT가 한국기상산업진흥원과 ‘기상 정보 기반의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사업 제휴를 체결했다. 이 두 기관이 정부3.0의 창조경제를 기반으로 개발하는 기상 정보 오픈 서비스를 활용하면 국내 중소기업이나 개발자들이 날씨에 따른 상품별 매출 분석과 제품생산 등과 같은 날씨경영, 지도나 교통데이터 등과 융복합된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 개발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공공데이터는 2017년까지 전체의 60%인 1만2000여건이 개방될 예정이다. 안전행정부의 경우 소관 데이터 180종을 2017년까지 전면 개방한다. 개방되는 공공데이터는 안행부 전체 공공데이터의 72% 수준이다. 그 중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데이터 110종은 올해 말까지 개방한다.

안행부가 개방하는 공공데이터는 국민안전과 지방자치, 그리고 국가행정 등 3대 분야로 구분된다. 올해 말까지 제공되는 데이터 11종 중 국민안전분야에서는 1일 재난위기 상황,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 승강기 사고 등 안전정보가 개방된다.

지방자치분야는 주민등록인구 상세 현황, 국가주소, 지방자치단체별 부채 및 재정·세정 현황 등이다. 국가행정분야에서는 공공취업정보, 중앙부처 주요 직위, 대통령기록물 목록, 정부포상기록 등이 개방될 예정이다.

개방되는 정보의 수준도 이전보다 높아져 중요한 정보들이 다수 포함된다. 안행부는 이처럼 종합적인 정보 제공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주민통계의 경우 기존에는 읍·면·동별 인구 수 등 일부만 개방됐다. 하지만 이번 공공데이터 개방으로 읍·면·동별로 출생·사망·세대현황·인구변동 추이 등의 정보가 추가 제공된다. 이로써 지역별 인구분포를 상세하게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교육·복지·보육·실버산업 등 산업 분야의 정책 결정과 소상공인 창업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 공유로 일자리 확대

무엇보다 정부3.0으로 인해 행정서비스의 개선이 맞춤형으로 진화한다는 점이다. 동사무소의 인감증명이 디지털화돼 3D암호화로 만들어지면 누구나 인감증명을 떼러 동사무소에 갈 일이 없어진다.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이 각자 개인의 휴대폰 속에 코드로 저장되어 전송되고 인증받는 날도 멀지 않았다. 이미 지자체들은 그런 시민참여형 관계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서울시의 ‘천만상상오아시스’와 경기도 ‘온통’(溫通)처럼 앞으로 정부3.0의 기본 가치인 개방·공유·소통·협업이 행정 전반에 스며들게 할 전망이다. 국민과의 협치를 통해 민·관 간 소통·협력 채널은 모든 행정기관으로 확산된다. 이제 소수 엘리트의 포장된 지식보다는 다소 불합리하고 거칠더라도 시민 한사람의 절실한 요구가 더 소중한 대접을 받는 시대가 온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정부3.0의 시대는 집단에서 개인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진화의 형태를 띤다. 거기에 맞는 시민교육이 따르지 않으면 정부3.0을 활용하는 시민들의 능력에 따라 또 다른 ‘행정 양극화’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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