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3.0 지금 남양주市에서는
정부3.0 지금 남양주市에서는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1.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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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랍 30일, 남양주시로 청와대 고용노동 선임행정관과 보건복지부 등 6개 중앙부처 관계공무원 일행이 달려갔다. 그들이 찾은 곳은 남양주고용복지종합센터였다.

정부의 고용, 복지 고위공무원들이 남양주시로 총집결했던 이유는 그곳에서 전국 최초로 고용과 복지를 융합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가 출범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고민해온 맞춤형 복지, 고용융합적 복지의 모델이기도 했다.

남양주시의 고용복지 융합모델은 주민들의 복지에 대한 니즈를 개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맞춤형으로 서비스하며 일괄 원스톱으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복지 전달 체계의 진화와 비용 절감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의아하다. 어떻게 그런 모델이 서울시나 부산 또는 경기도가 아닌 남양주시에서 최초로 등장할 수 있었을까.

교통과 환경의 난제를 극복

여기에는 한 가지 사연이 있다. 바로 남양주가 처한 현실이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인구는 서울시에 비교할 바 안 되는 60만명 수준이다. 남양주시는 양수리와 팔당댐으로 대표되는 남한강과 북한강 수변지역과 천마산 등 산악지대로 둘러 싸여 있다. 자연히 넓은 땅, 적은 인구는 교통의 문제를 불러왔다. 동시에 행정적으로 민원처리의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들간의 소통도 원활하지 못했다.

여기에 남양주시는 상수원보호지구와 환경보호지구, 군사보호지구 등 각종 규제로 개발이 막혔다. 기업이 들어올 수 없자 젊은이들은 남양주를 떠났고 고령의 시니어들이 남았다. 문제는 그들을 남양주시가 돌보기에는 너무나 남양주가 넓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결국 이런 문제는 이석우 시장의 결단을 필요로 했다. 이 시장은 남양주에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지원하는 행정 서비스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 주민이 주민을 돕는 복지를 관이 지원하는 모델이 그것이었다. 그러한 주민들의 자조적인 복지모델은 ‘희망케어’라고 불렸다.

주민들의 자원봉사와 후원금 등이 모이자 기업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남양주시의 동부, 서부, 남부, 북부에 희망케어센터가 들어섰고 기업들은 여기에 자발적으로 기부금과 승용차와 생필품들을 지원해 왔다.

생계가 어려운 남양주 시민들과 자활이 필요한 이들이 이 희망케어센터를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남양주자원봉사 시민들은 ‘자활복지’에 대한 주민 수요 파악이 가능해졌다. 그러한 데이터들이 남양주시청의 복지과와 연결되면서 어떤 이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에 대한 경험적 지식이 축적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18세기에 영국 에든버러에서 일어났던 평범한 지식인들의 브리태니카 백과사전 편찬과정과 원리면에서 같았다. 바로 자발적 집단지성의 힘이었다. 누구에게 어떤 복지가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쌓여 온 것이다.

남양주시는 그런 주민들의 자발적 복지를 빅데이터 분석의 행정서비스와 연계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주민이 주민을 가르치는 ‘학습등대’

남양주는 이러한 주민들의 자조(self help)적 복지를 평생학습모델에 적용해서 ‘학습등대’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주민이 주민에게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고 가르쳐주는 시스템이다.

‘1·2·3 학습등대’ 라는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출범 2년여 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지역사회 평생교육모델로 평가받았다. ‘1·2·3 학습등대’ 는 지난해 10월 교육부가 주관한 제10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인 국무총리상의 영예도 안기도 했다. 지금은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 남양주시를 찾고 있다.

‘1·2·3 학습등대’는 평생학습기회 활성화와 주민공동체회복을 목표로 2011년 9월 첫 걸음을 뗐다. ‘10분내 학습등대, 20분내 주민자치센터, 30분내 도서관의 평생학급 인프라’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프로젝트의 뼈대인 학습등대는 마을단위 유휴공간을 학습관으로 지정하고, 맞춤형 평생학습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한 주민성장과 참여형 학습공동체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현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실과 작은도서관·마을회관·노인정 등의 공간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주민 맞춤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상·하반기 3개월씩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부터 성인·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참가 중이다. 피교육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올해 5~6월 학습등대 성인학습자 8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7%(790명)가 교육 내용이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

주민들의 자발적 학습이라는 프로젝트는 주민들의 소통과 화합에 큰 역할을 한다. 모르는 주민들이 만나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언니, 동생’이 되고 ‘형님,아우’가 된다. 이웃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평생교육의 확산은 도·농간 학습기회의 격차가 크고, 교육문화 인프라 기반이 적은 남양주시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양주시에는 ‘점프 벼룩시장’이라는 또 다른 자발적 교환 공동체가 존재한다. 지난 4년간 약 30만명이 참여한 이 벼룩시장은 주민들의 여론 광장이자 소통과 사교의 공간이다.

주민들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싸게 사고 파는 이 벼룩시장은 자발적 교환이라는 시장의 원리를 충족한다. 그러한 교환은 서로에게 이익이다. 그리고 신뢰자본을 형성한다.

점프 벼룩시장에서 일상품을 사고 파는 주민들은 단지 거래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서로를 알게 되고 대화를 하게 되고 공연과 이벤트를 즐긴다. 먹거리들이 등장하고 곳곳에서 놀이가 등장한다. 참여와 소통을 통한 마을의 진화다.

“남양주시의 희망케어센터와 학습등대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인 ‘정부3.0의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3.0의 패러다임은 능동적 참여·개방·공유·소통·협력을 가치로 하고 있죠. 정부3.0은 이미 남양주시 안에 있습니다.”

이석우 남양주 시장의 말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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