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벗어나니 한국이 보였다
한국을 벗어나니 한국이 보였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1.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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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임택부 (인도 MSU 경영학 전공)
 임택부 학생 (인도 MSU 경영학 전공)

올해 스물넷인 나는 필리핀에서 8개월, 인도에서 9년 정도를 보내고 두어 달 전에 입국했다. 외국생활 10년은 개발도상국의 관료 폐해를 몸소 경험한 시간들이었다.

한국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나라에서의 관료체계와 일처리는 매우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시스템도 좋고 일처리도 정말 훌륭한 나라가 한국인데 한국인들은 무슨 불만이 이렇게 많은 것인지 솔직히 의문이다.

처음 인도에 정착하면서 겪은 희한한 일화만 해도 몇 개나 된다. 신분이 외국인이다 보니 요구받는 서류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자국민에게 요구되는 서류도 만만치는 않았다.

필요 서류와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보니 하루에 한 가지 서류가 통과되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보통 이틀에서 1주일 정도 소요되는 일이 많기에 관료들이나 관료를 상대하는 대리점 주인에게 뒷돈을 주며 일을 빨리 끝내라고 보채는 일이 많다.

인터넷과 전화신청 및 개통을 하는데도 3주가 넘게 걸린다. 집안에 도시가스가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에 가스공사에 가스통 신청을 하고 주문이 오는 데도 적어도 며칠에서 2주가 걸린다.

지역에 따라 주문이 쇄도하는 경우가 있어 한 번 주문이 밀리면 언제 가스통이 올지도 모르고 독촉을 해도 오리무중이다. 민원을 제기한들 그 지점 직원들에게 찍혀 가스통이 올 기회 자체가 상실되기도 한다.

이런 인도에 있다가 한국으로 온 지 두어 달이 돼 가는 시점에서 느끼는 바는 많다. 모바일 개통도 단시간에 됐고 인도에서는 3명의 서명과 증명사진 여러 장, 그리고 15일의 시간이 걸리는 은행계좌 개설을 한국에선 몇 가지 서류와 서명만으로 단시간에 끝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을 신청할 때도 전화 한 통으로 신원증명만 하면 바로 재개가 가능했다.

인도에서 살면서 사기업이든 공단이든 공기업이든 그들에게 민원을 넣으면 그들은 “알았다”고만 하고 자세한 경과나 이해관계나 설명 등은 별로 하지 않았다. 후에 전화를 걸면 “하고 있다”는 말만 하고 다음에 걸면 “내일이나 모레쯤 될 것이다”라는 식이지만 그 후에 또 전화를 걸면 전화를 아예 안 받는다.

물론 한국인들에게도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최근 한국의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피해를 봐서 소비자보호원에 민원을 넣고 이런저런 억울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 몇 가지 서류를 접수하고 계약서를 증거서류로 넣었다.

상담원이 말하기를 늦어도 15일 정도 걸린다고 했으나 일처리는 7일 만에 끝났고, 피해액을 모두 보상받지는 못했지만 부분적인 합의금은 받았다. 인도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면 그 정도 금액이나마 보상받는 건 어림도 없고 시간은 최소 두어 달쯤 걸렸을 것이며 지체되는 시간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보다 빠르고 체계적인 한국 사회의 일처리 능력은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매몰비용을 줄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다시 한 번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이렇게 발전된 삶과 그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자세가 지금의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것 같다.

임택부 학생
인도 MSU 경영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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