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대한민국 역사를 세운다
책으로 대한민국 역사를 세운다
  • 황성준 편집위원
  • 승인 2014.01.29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년기획] 知性에게 듣는다 -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

기존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성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교학사의 한국사교과서가 결국 일선 고등학교로부터 외면 받았다. 애초 이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도 많지 않았지만, 그나마 균형 잡힌 역사 교육을 위해 나섰던 학교들도 나중에는 채택 방침을 줄줄이 철회했다. 전교조와 일부 시민단체의 집요한 압력 때문이다.

역사왜곡 바로잡기에 나선 교과서의 ‘잔혹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과서의 정상화를 위해 정치·경제·역사 전문가들이 모인 ‘교과서포럼’이 집필한 2008년의 <대안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역시 좌파가 장악한 역사학계의 거센 공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대안 교과서의 제작을 주도하고 출간했던 출판사가 바로 ‘기파랑’. 2004년 창립한 기파랑은 좌파진영이 장악하다시피한 출판계에서 외롭게 문화 균형을 맞추고 있다.

<미래한국>은 안병훈 기파랑 대표를 만나 현재 좌편향 일색인 역사학계와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안 대표는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편집인, 대표이사 부사장을 지낸 대표적 언론인 출신 원로다.

- 도서출판 기파랑이 창립한 지 10년이 됐습니다. 도서시장, 특히 우파진영의 출판시장이 매우 열악한데 운영은 어떤가요?

잘 안 팔리는 책만 하니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긴 합니다. 원래 출판사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신문사를 그만두고 보니 ‘우리가 출판시장을 너무 소홀히 했구나’라고 느꼈어요. 신문사를 나오고 한 3년 쉰 후의 일이죠. 당시 서점의 이념도서 매대는 완전히 새빨갰어요. 그래서 ‘누군가 이걸 바로잡아야 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용감하게 시작했습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2005년부터인가 좌파 성향의 역사 교과서가 나오기 시작해서 저희가 문제를 삼았어요. 그리고 2008년에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출판했죠. 그런데 책이 나오기도 전에 친일이라고 비난을 받았어요. 좌파진영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거죠. 그런 내용이 있지도 않은데 내용도 보지 않고 친일 매도를 하더라고요.

2008년 ‘대안 교과서’ 무턱대고 친일로 매도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올린 책을 꼽자면 어떤 게 있나요?

꼭 우파적인 책만 내는 게 아니라 대표적 프랑스 좌익 철학자 사르트르 책처럼 출판사 차원에서 인문서적을 많이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해야죠.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전 번역도 시원찮고요. 그동안 한 250여권의 책을 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비슷한 성향의 출판사들이 몇 개 더 생겼죠. 그러니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웃음)

팔리는 책들이 따로 있어요. 그런 거 잘 고르는 게 제 역할이긴 한데 좋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대안 교과서가 이런저런 오해도 받았지만 화제가 돼서인지 매출은 좀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시리즈인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책도 있었어요. 역사 용어 자체를 왜곡하는 좌파들의 중요한 목표가 이승만과 박정희를 매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출간했죠. 젊은 층에 접근하기 위해 비주얼과 사진에 신경 썼습니다.

- 이승만 대통령 얘기가 나온 김에 여쭤보겠습니다. 대표님은 1938년생이시니까 전형적인 4·19세대이시네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어떠십니까?

법과대학 4학년 때였어요. 이승만 대통령에게 하야하라고 시위를 한 게 4월 19일이고, 그렇게 해서 이 대통령이 당시 경무대에서 나온 게 4월 26일이거든요. 그런데 재밌는 일화가 있어요.

이 대통령이 나올 때 이제 대통령이 아니니 관용차를 안 타고 걸어서 자택인 이화장으로 가겠다고 한 거예요. 이때 여당이고 야당이고 할 것 없이 국회의원들이 찾아가서 말리고 그랬어요.

그렇게 해서 이화장에 들어가셨는데, 거기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자택 벽에 ‘여생이여 평안하시라’ ‘할아버지 잘 계세요’ 같은 응원 글귀를 쓰고 그랬어요. 그만큼 이승만이라는 사람은 국부라고 추앙받는 분위기도 컸던 겁니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부터 제대로 평가해야

- 조선일보에 계실 때 특별히 이승만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하셨나요?

조선일보 시절인 1995년 8월 15일에 광복 50년을 기념해서 ‘이승만과 나라세우기’라는 전시회를 기획해서 예술의전당 전관을 빌려서 진행했어요. 당시 여론은 물론이고 조선일보 사내에서도 엄청난 반대가 있었는데 그분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좌파와의 싸움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강행했습니다. 그리고 대성공으로 마쳤죠.

이때 예술의전당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관람자들이 그 학생들 손을 잡고 들어가서 같이 보자고 하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2000년 6월 25일에는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기념회를 했고요.

-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비하와 왜곡도 심각하죠. 대표님은 해병대 출신인데 베트남전 파병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베트남전에 참전은 못 하고 파병 병사들을 교육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제가 가르친 병사들 중에 사망한 친구들도 있으니 전쟁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것이긴 하죠. 하지만 국가를 경영하는 대통령 입장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당시 베트남 파병은 훌륭한 결정이었어요.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도록 했고 베트남전을 계기로 한국군의 근대화가 이룩됐어요. 그리고 경제적 수입도 얻어 경부고속도로 등 경제 발전의 근간을 만들었잖아요. 6·25 특수로 일본이 부흥했듯이 당시 한국의 많은 기업이 베트남전으로 발전을 이룰 수 있었어요.

중동 건설 붐도 마찬가지예요. 가난의 굴레를 벗기 위해 노력한 거죠. 단순하게 말해서 중동에 달러가 있으니 그것을 벌기 위해 간 것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만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입니다. 이런 나라를 여기저기서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처럼 학생들에게 가르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 그럼 다시 교과서 문제로 가보겠습니다. 2008년의 대안교과서는 제 생각에는 反대한민국 대 贊대한민국 교과서의 싸움의 일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나라든 역사교과서는 국가에 대해 긍정적인 것 아닌가요?

대한민국은 우리 민족이 가진 최초의 공화국이에요. 최초의 주권재민 나라이고, 처음으로 국민의 손으로 국회의원을 뽑았어요. 그 국회가 헌법을 채택해 대통령을 정했죠. 한반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현대사를 다루는 교과서들이 이 모든 것을 이룩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사진조차 제대로 싣지 않고 있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이승만 대통령은 부정선거로 쫓겨난 사람일 뿐이죠. 전쟁에서 영토를 지키고, 전시 상황에서도 국회를 연 분인데요. 그 때 그 분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이끌지 않았으면 분명히 북한의 남침이 또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본인을 비판하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만든 것도 이승만이에요. 그런데 당시에 살아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그 시대에 무슨 엄혹한 독재가 있었던 것처럼 말하고 있죠.

 

反대한민국 정서로 가득찬 역사교과서

- 역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대한민국에 대해 부정적인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특히 국사학계 대부분이 좌파라고 할 수 있을 정도죠. 기성세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적 생존 투쟁에선 성공했는데, 역사투쟁에선 실패한 것 아닐까요. 국사학자들이 역사를 본인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합니다.

특히 현대사가 그렇죠. 1980년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주축이 돼서 反제국주의나 민중주의, 계급주의로 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만든 거죠. 유행처럼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갔어요. 여기에 문제 제기를 하면 국사학자들이 ‘우리가역사 전문가인데 왜 당신들이 참견하느냐’는 식이죠.

그래서 정치, 경제를 포함한 사회과학 전문가들이 모여 ‘교과서포럼’을 조직하고 2008년 대안 교과서를 낸 거죠. 사기업도 애사심을 강조하는데 전 세계에 국가관이나 국가애를 가르치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 요새 비정상의 정상화가 화두인데 역사 문제도 개선할 방법이 없을까요?

대학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민노당에 가입한 대학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여당 지지 학생도 꽤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여론조사를 봐도 대한민국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는 젊은이들도 많이 있는 것 같고요. 농담이지만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취업에서 국가관을 항목으로 넣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 우리 사회에는 어느 정도의 사회 규범이나 원칙 같은 것을 제시할 원로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국가 원로로서 권위를 갖고 계신 분이 사회에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대표님은 우파진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원로라뇨? 당치 않습니다.(웃음) 시대가 원로를 인정하지 않는 시대인 것 같기는 합니다. 물론 세계적인 변화에 늙은 사람들이 잘 대응하지 못해서 권위까지 뺏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륜이 쌓이고 경험이 축적되다 보니 젊을 때보다는 좀 넓고 멀리 보이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많죠. 전 요즘 후배들에게 ‘자꾸 혼자하지 말고 남한테 물어보라’고 합니다.

인사도 그래요. 내부적으로만 하지 말고 각 분야의 원로를 찾아서 조언을 구하면 돼요. 그렇게 천거를 받으면 결국에는 대개 적당한 사람으로 판명됩니다. 사기업이든 공조직이든 마찬가지예요.

- 그렇다면 오랜 세월 언론인으로 그리고 출판사 경영인으로 활동하신 원로로서 현재 정국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박근혜 정부는 대체로 국정 방향을 잘 잡고 있다고 봅니다. 우선 경제를 잘해야 하는데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게 역사나 노조 문제 등이죠. 이게 모두 한 덩어리로 돌아가는 겁니다. 이런 문제들은 단숨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 대통령이 국민의 힘을 얻어 서서히 잘 하리라 보고 있습니다.

이번 신년 연설에 박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했습니다. 이건 남북관계 측면에서 대단한 청신호입니다. 요즘에는 좌파들이 통일을 반대하는데 전 대한민국의 완성된 구도는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한이 북한을 아우르고 더 큰 도약을 준비할 국력을 갖춘 거죠. 또 지정학적 분위기를 고려해도 그렇습니다.

일각에서는 현 동북아 상황을 국권을 빼앗긴 100년 전과 비교하며 걱정하기도 하는데 전 지금이 오히려 통일의 호기라고 여깁니다. 중국이나 일본과 소통의 여지가 많잖아요. 그리고 예전처럼 이들에게 먹힐 나라도 아니고요.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 공감

그런 의미에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하면서 통일과 북한을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사로 만든 것은 매우 잘한 정책이에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남북관계가 개선돼 보였지만 실상을 보면 당시 국민들은 통일이 되면 경제적 부담 때문에 둘 다 망할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독일이 통일 된 후 다시 유럽의 강국으로 등장한 경우를 보면, 통일이 되면 더 잘 살 수 있어요.

- 불편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저간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김용환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 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소위 ‘7인회’라는 모임의 영향력이 크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대표님도 그 7인회 멤버라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예전에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자주 만나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게 17대 대선 때죠. 전 지난 6~7년 전부터 정치에서 손을 떼고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는 그 분이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신 후부터는 전혀 만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나이 많은 사람이 있어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었죠. 물론 우리끼리는 만났죠. 지금은 그것도 시들하지만요. 그런데도 저하고 청와대를 연결 짓는 분들이 있어서 좀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것으로 끝이에요. 제 목표는 달성한 것이고, 다만 그 분이 나라를 훌륭한 방향으로 이끌기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 좀 거창하지만 새해이기도 하니 대표님에게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새해 덕담도 부탁드립니다.

창간 발행인인 김상철 변호사를 개인적으로 잘 알아요. 집에서도 만났었죠. 일찍 돌아가셔서 참 아쉬움이 큽니다. 제가 경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난 50년 간 한국이 이룬 경제 성공은 세계가 탄복할 수준의 기적인 것 확실하다고 봅니다. 이게 어떻게 이뤄졌나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제조업에 집중해 전 세계를 상대로 전력을 다해 수출한 덕분입니다. 그런데 제조업을 제외하고는 규제가 많아 발전이 더딥니다. 금융이나 의료, 문화 등 이제 다른 영역에서도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뷰 / 황성준 편집위원 globaljune@futurekorea.co.kr
정리 /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사진/ 신경수 기자 icfc@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