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구글이 말한다
창조경제, 구글이 말한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2.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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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의 100승, 즉 1뒤에 0이 100개가 붙는 숫자가 있다. 구골(googol)이라 불리는 수다. 1938년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카스너가 그의 9살 난 조카가 만든 ‘구골’이라는 말에 착안해 붙였다.

1997년 미국의 20대 중반의 두 젊은이 래리와 세르게이가 이 googol이라는 단어를 자신들이 개발한 인터넷 검색엔진의 이름으로 등록했을 때 그들은 googol의 스펠링을 google로 착각했다.

오늘날 구글은 검색 페이지 10억개 이상, 검색 이미지 11억개 이상, 검색 정보 80억개가 넘는 그야말로 ‘구골’에 가까운 세계 1위의 인터넷 검색기업이 됐다.

2013년 네이버는 세계 311위, 다음은 571위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도 차원이 다른 규모다. 지난해 구글은 시가총액 316조원,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32조원을 기록했다. 반면 네이버는 영업이익이 7000억원으로 구글의 46분의 1 수준이다.

구글의 방문자 수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방문자수 기준으로 국내 포털 1위 사업자인 네이버를 근소한 격차로 추격하며 2위 자리를 굳혔다.

세계 1위의 검색기업 구글

“구글이 2009년 순방문자 기준 50위에서 2013년 2위로 급등하며 네이버를 목전에서 위협하고 있다” 유승희 의원의 평가다.

검색으로 세계를 석권한 구글은 단지 인터넷 기업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글은 이미 소프트웨어에서 최강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체계라는 개방형 플랫폼은 수많은 개발자들을 ‘구글 진영’으로 진화시켰다. 그 자리에는 애플과 정상의 자리를 다투는 삼성전자도 있었다.

지난 1월 27일 삼성전자와 구글이 기존 보유 특허 뿐만 아니라 향후 10년간 출원되는 특허까지 서로 공유하는 내용의 글로벌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은 한마디로 디지털 라이프의 세계에 새로운 혁명의 아침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을 포함한 세계 10여개국에서 애플과 스마트폰 상용기술 및 디자인 등 분야 특허 침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계 스마트폰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소프트웨어, 검색 분야 선두 업체인 구글의 특허 공유는 애플과 MS 등 경쟁자들을 무한히 자극하고도 남는다.

삼성전자는 구글이 보유한 검색 및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애플리케이션 및 웹 개발력, 웹·모바일 광고 등 구글의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에 대한 특허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구글도 삼성이 생산하는 다양한 모바일 및 스마트 TV, 스마트 가전 등 하드웨어 제품에 자사 소프트웨어 기술을 맘껏 시험해 볼 수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스마트홈 생태계 등 디바이스 통합 기술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앨런 로 구글 특허 담당 고문은 “삼성전자와 협력을 통해 잠재적인 소송 위험을 줄이고 혁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했고 안승호 삼성전자 IP(지식재산) 센터장(부사장)은 “구글과의 이번 계약 체결은 불필요한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하고 자유롭게 사용”

‘The Google Story’의 저자 데이비드 A. 바이스와 마크 맬시드는 저서에서 구글의 성공요인을 ‘수요자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의성’으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 수요자가 선택한 구글이기에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오늘날 세계의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구글의 탄생은 여느 벤처기업과 다르지 않았다.

1995년 여름 23세의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24세의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스탠퍼드 대학에서 만나 의기투합해 세운 구글은 웹 검색에서 출발해 검색 시장의 최강자가 됐고 2008년 웹브라우저 구글 크롬을 공개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가 갖고 있던 독점적 영향력에 도전했다.

구글은 2007년 모바일 운영 체계인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진행하면서 모바일 시장에도 진입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사업을 넓혀나가고 있다.

 

구글은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하고 그것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내걸고 있다. 구글의 창립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엔지니어링과 컴퓨터 공학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검색 엔진 개발을 통해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인수 합병해 사세를 키웠다. 구글은 2004년에 키홀사(Keyhole Inc.)를 인수해 2005년 구글어스로 이름을 바꿔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6년에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를 인수했다. 2007년에는 디지털 마케팅 회사인 더블클릭을 인수했다. 이러한 인수합병과 사업영역 확대를 통해 구글은 인터넷 검색과 모바일 운영 체계, 광고, 미디어, 클라우딩 컴퓨팅까지 포괄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구글의 기술

구글은 미국에서 발생하는 인터넷 검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09년 현재 매일 수십억 개의 검색 결과 페이지에 이용자들이 방문하고 수백억 개의 구글 광고가 노출되고 있다.

구글은 페이지랭크(PageRank)라는 검색 알고리즘을 활용해 검색 엔진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구글 검색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 때문에 인터넷 시대의 이용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구글과 함께 생활’하게 됐다. 그만큼 일상생활에 구글이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그렇다면 구글의 기술 발전의 비결은 어디에 있었을까. 구글의 홈페이지에는 ‘Google Thing’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구글은 ‘완벽한 검색 엔진’ 개발을 위해 독자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래리 페이지는 ‘완벽한 검색 엔진’을 사용자가 뜻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원하는 결과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엔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때문에 구글은 지속적으로 기술 혁신을 추구해 오면서 기존 모델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역사를 보더라도 인간의 옷이 얼마나 다양하게 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한 가죽 옷에서 천, 폴리에스테르 등 원료와 디자인 그리고 기능의 변화까지 주위를 보더라도 인간과 관련된 그 모든 것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창조된다는 의미까지 적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보 제3시대라고 하는 IT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하며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소멸은 있을지언정 퇴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보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 결과 구글 만의 독자적인 인프라를 개발하고 검색 수행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PageRank™ 기술을 발명할 수 있었습니다."

구글의 이러한 설명은 ‘진화’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의 혁신이란 이전에 없던 그것도 완벽하게 새로운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주변에 있는 기술로부터 진화된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기술을 ‘발명’이나 ‘발견’이 아닌 진화적 관점으로 본 구글은 당연히 그 진화의 동력이 ‘문제 해결’의 부단한 실패와 개선에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구글의 기업문화는 실패를 용인한다. 대신 ‘해결’을 강조한다.

실제로 2년 전 구글은 웨이브라는 SNS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실패했다. 엔지니어들이 모든 좋은 기능을 다 붙여놨지만 사용 방법이 너무 어려웠던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사용설명서만 2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봐야 했던 실패작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불이익은 없었다. 구글 코리아의 정김경숙 홍보총괄 상무의 말이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배워서 다음에 더 좋은 것을 만들면 된다고 했죠. 즉 실패에 대한 책망보다는 ‘우리 구글에는 그 정도 여유는 있으니 한 번 해봐라’ 라고 합니다. 혁신을 장려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 실패를 용인하는 이유

구글이 실패를 용인하는 이유는 진화를 위해서다. 그 진화의 목적은 ‘문제 해결’과 ‘더 나은 세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구글의 연구 프로젝트 문화는 흔히 ‘X 뛰어넘기’(Solve for X)라고 불린다.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연구하는 이유도 ‘교통사고를 뛰어 넘자’는 생각 때문이라고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 카리시마 샤(Karishma Sha)는 말한다.

구글의 무인자동차 연구는 1년에 120만명씩 교통사고로 사망한다는 문제점과, ‘사람이 운전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차량 스스로 경로를 판단하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사고를 막고자 하는 무인자동차 연구가 진행됐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그렇게 실패로부터 배우면서 진화한다는 것이 구글의 생각이니 두고 볼 문제이기도 하다.

2014년은 구글이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구글코리아를 7년간 이끌어온 염동훈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사임했다.

구글은 2004년 한국에 진출해 10년 가까이 국내 시장을 공략했지만 PC 검색분야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6%를 넘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인터넷 시장의 벤처로 출발한 네이버가 시장 점유율 70% 이상의 대형 기업으로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이러한 차이는 구글이 포털이 아니라 검색이 주력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구글은 네이버와는 달리 콘텐츠를 만들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 구글 이용자는 구글 검색을 통해 자기 원하는 곳으로 최대한 빨리 이동하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에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업자로서는 이용자가 자기 포털에 오래 머물러 있기를 원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글과 네이버는 개방과 폐쇄라는 서로 상반된 전략으로 국내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 결과는 일단 네이버의 승리로 굳혀졌다.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 구글의 입장은 좀 다르다. 한국 정부의 비합리적 규제가 소비자들이 더 나은 서비스 선택을 할 수 없도록 가로 막고 있다는 점에서다.

예를 들어 구글은 전세계에 애플리케이션 판매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더 새롭고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러한 외국계 회사에게 전자지불결제 사업권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즉 현행법은 외국 회사가 국내에서 전자지불결제 사업을 하려면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해야 하고 이때 자회사는 그 업무를 외주 발주할 수 없게 돼 있다. 구글의 경우 한국에 결제를 담당할 자회사를 설립했으나 구글 본사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우리 정부는 ‘외주’로 보아 허가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가 한국에서 잘나가는 이유

그 결과 한국의 구글 앱 이용자는 영국, 일본, 호주 등의 이용자들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들에게만 그것도 특히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독과점을 누리고 있는 네이버와 같은 회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규제다.

구글과 네이버가 같은 벤처에서 시작했지만 오늘날 이 두 개의 회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과 사이즈 면에서 차이가 난다. 물론 두 기업 모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기업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글로벌 최강자와 국내 최강자가 경쟁하지 말란 법도 없다.

네이버의 독과점 문제는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통해 해소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소비자의 선택이 작용하고 시장의 룰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삼성전자와 손잡은 구글이 국내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구글로부터 ‘창조경제’의 비결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모든 창조경제의 본질은 이미 구글 안에 다 있다.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을 허락하는 기업가 정신, 인적 자산에 대한 전사적 관리 등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구글과 같은 기업이 나오리라 기대하는 것은 착오다. 지금 같은 포퓰리즘 정치권과 전능한 정부의 관치 경제하에서는 말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창조경제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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