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상한’ 교양도서 목록
[단독]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상한’ 교양도서 목록
  • 이원우
  • 승인 2014.02.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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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美-反대한민국 내용 서적들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돼 대량 유통
 

2013년 8월 15일. 광주광역시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는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가 열렸다. 해마다 모든 지역에서 하는 일반적인 행사로 평범하게 마무리될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행사는 큰 사달로 얼룩지고 말았다. 중고교생들로 이뤄진 광주시립 소년소녀합창단이 축하공연에서 입은 검은색 티셔츠 한 장 때문이었다.

학생들이 입은 티셔츠에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쿠바혁명가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공공기관이 주최한 광복절 경축식 행사에 수없이 많은 사람을 학살한 사회주의 혁명가의 얼굴을 새긴 티셔츠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전국에서 빗발쳤다. 지휘자 이모 씨를 비롯한 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도 끓어올랐다.

고의성이 없었던 점이 인정돼 지휘자 이모 씨가 징계위원회에까지 회부되지는 않았지만 각별한 주의를 촉구 받는 등의 경고조치에 처해졌다. 일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항의 성명이 있었지만 그 티셔츠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점이 조성됐다.

체 게바라 티셔츠를 원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구해서 입을 수 있다. 장 코르미에가 쓴 체 게바라의 평전을 읽는 건 한때 대학생들의 유행이었고 그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도 꽤 관객을 모았다.

우리는 자유국가에 살고 있다. 체 게바라를 하나의 아이콘으로 소비하는 건 죄가 아니다. 그런데 왜 광주의 티셔츠는 문제가 됐을까? 간단하다. 그날이 광복절이었고 행사 주체가 광주광역시라는 ‘공공기관’이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자. 그나마 티셔츠는 세금으로 구매된 건 아니었다. 그런데 만약 정부가 국민들의 세금을 집행해서 체 게바라의 일생을 홍보하고 미화하는 아동용 도서를 구매해 전국 각지의 도서관에 뿌리고 있다면 어떨까. 그 책에 ‘우수교양도서’라는 인증까지 해줘가면서 말이다.

이것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문제가 체 게바라에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지정 우수교양도서는 총 11개 분야 420권이다. 이 안엔 김일성도 있고 반미주의도 있고 민주노총도 있다. 문체부의 ‘수상한’ 우수교양도서들을 펼쳐본다.

정부가 우수교양도서 선정·지원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총 43종의 아동용 권장도서 목록을 발표했다. 세계동화전집이나 각종 문학전집이 이 목록에 포함됐다. 1972년부터는 과학기술, 문학, 종교, 철학, 역사 분야 등이 추가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목록은 20여 종 수준으로 그리 길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체 게바라를 ‘홍보’?

40년 세월이 지난 2013년에도 우수교양도서 목록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도서 종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만큼 분야가 세분화됐고 숫자도 400여 권 수준으로 대폭 늘어났다.

문제는 이 400여 권의 책들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느냐다. 과연 대한민국 정부가 공인해 줄 수 있을 만큼 건전하고 바람직한 내용들로만 채워져 있을까? 혹시 광복절 행사장에 체 게바라 티셔츠가 등장한 것 같은 이상한 풍경이 재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운명적이게도 작년 광주광역시를 곤경에 몰아넣은 체 게바라는 2013년 문체부의 교양도서목록에 다시 등장한다. 그것도 아동청소년 분야에서 동화(童話)의 형태로 말이다.

 

‘체 게바라와 랄랄라 라틴아메리카’는 체 게바라의 일생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조망한다는 기획으로 집필된 동화책이다. 저자는 서울대 사대 역사교육학과 최광렬 작가이며 오동 작가의 일러스트도 삽입됐다.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체 게바라와 함께 라틴아메리카 여행을 떠날 거예요”라는 책 소개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체 게바라를 지극히 긍정적인 시선에서만 바라보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를 돌아다니며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고 사회의 부조리에 의문을 느꼈던 위인으로 체 게바라를 미화하고 있는 것이다.

체 게바라를 띄워주려면 반미(反美)는 자연히 따라붙는 옵션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돌아본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나라들 중에는 아직도 미국 제국주의와 독재의 손길에서 해방되기를 기다리는 나라가 많았어.”

한국과 수교조차 맺지 않은 사회주의국가 쿠바의 경제 시스템을 미화하는 부분도 보인다.

“정해진 일 외에 따로 하는 노동에 대한 보수는 없었어. 내가 원해서 하는 ‘자발적 노동’이었지.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쿠바 경제를 지탱한 것은 일하는 사람들의 창의성, 의지 그리고 자발적 노동이었어.”

책의 후반부에는 세계사와 대한민국 역사를 병기한 연표가 수록돼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목록에 1945년 광복과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 생략돼 있다는 사실이다. 대신 3·1운동, 소련 수립,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한국전쟁, 4·19, 5·16,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남북정상회담 등은 기재돼 있다.

이 책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건국도 되지 않은 채로 전쟁을 하고 혁명을 하고 정상회담을 한 나라다. 서술이야 저자의 자유겠지만 이런 책을 문체부가 우수교양도서 목록에 편입시켰다면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정부가 추천하는 ‘반미주의 동화책’

다음으로 ‘나는 빈 라덴이 아니에요!’라는 동화책을 보자. 이 책은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던 2001년 9월 11일 이후 이슬람 소년 낫시르가 이슬람 혐오주의의 희생양이 된다는 내용의 동화다. 작가는 베르나르 샹바즈라는 프랑스인인데 정작 책을 열어보면 다문화에 대한 포용력을 강조하기보다는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강조하는 부분이 더 도드라진다.

 

“1991년 1월,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와 손잡고 이라크를 침략하였다. 이것을 ‘걸프 전쟁’이라고 한다.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벌인 까닭은 이라크가 작은 이웃나라 쿠웨이트를 침략했기 때문이었다.”

미국과 이라크에 대해 전부 ‘침략’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국도 북한을 침략한 게 된다. 한국 평화유지군이 동티모르에 들어간 것도 침략이다. 참고로 1991년 당시 걸프전에는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이 연합군의 형태로 참전했으며 UN 또한 여기에 동의했다.

당시 미국은 낫시르 소년과 동일한 문화권의 아랍국가 쿠웨이트를 구하기 위해 파병한 것이었다. 이런 복잡한 얘기는 차치하더라도 이 책 전반에 감도는 반미의 에너지는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 책 또한 ‘우수교양도서’로 인정했다.

‘믿음의 불편한 진실, 종교’라는 동화책의 경우 여러 가지 종교에 대한 기원을 밝히며 상식의 폭을 넓혀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추적인 기조는 역시나 반미로 기운다. 2차 걸프전을 설명하면서 미국이 입은 피해보다는 가해 사항을 강조하는 식이다.

“2차 걸프전 : 이라크 전쟁 발발 후 3년 동안 사망한 이라크 민간인 수는 9·11테러로 사망한 미국인 3천여 명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약 15만 명이나 되었다.”

단 하루 동안의 테러 피해자와 수년간의 전쟁 피해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 과연 온당할까? 그 이전에,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분분한 이 사안을 한쪽 시각에서만 바라본 동화책을 우수교양도서로 선정한 것이 과연 적절한 처신일까?

‘비정규직 투사 조기교육’이 우수교양?

아동청소년 분야 우수교양도서의 미심쩍음은 ‘비정규씨, 출근하세요?’라는 동화책에서 정점을 찍는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이 지은 이 책은 차라리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나 통합진보당의 교육 자료처럼 보이는 기묘한 동화책이다. 이 책이 아이들에게 전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정의를 보자.

“노동조합 : 나라에서는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단체를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다. 이 단체를 노동조합, 줄여서 노조라고 한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안전한 노동 환경과 안정된 생활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인다. 노동자가 편안하면 회사도 좋을 텐데, 노조를 막으려는 회사가 많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 같은 현안에 대해서도 편향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법원의 판결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몇 천 명만 골라서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나머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비정규직으로 쓰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동안 피해를 당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되어야 해요.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책의 추천사는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김순자 씨와 ‘크레인 농성’으로 유명한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썼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인세 전액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에 기부된다.

문체부는 이 책을 우수교양 도서로 선정했다. 정부가 반(反)정부적·반(反)시장적 단체의 책을 추천하고 지원하는 이 상황을 모순이라고 불러야 할까, 역설이라고 불러야 할까.

역사교과서 투쟁은 빙산의 일각 … 우수교양도서를 보라

이번에 선정된 우수교양도서 420권 중에서 아동청소년 분야는 122종에 달한다. 정치와는 관계없는 ‘상식적인 동화책’들도 여러 권 포진해 있지만 어른들 사이에서도 논쟁적인 소재를 편향적으로 다룬 책들도 많다. 그렇다고 위에서 거론된 책들과 반대되는 스탠스의 책들이 선정되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비슷한 문제는 사회과학 분야(총 69종)와 역사·지리·관광 분야(총 33종)에서도 반복된다.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사회과학 분야의 경우 시장경제에 대한 편향적인 서술을 하고 있는 책들이 다수 선정됐다.

‘이제는 사회적경제다’ ‘고장난 거대기업’ ‘국가에서 마을로’ ‘노동을 보는 눈’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세계노동운동사’ ‘시장의 착각 경제의 방황’ ‘자본주의 특강’ ‘협동조합 참 쉽다’ 등은 하나같이 시장경제의 불완전성을 강조하는 책들로 채워져 있다. 정부 실패에 대한 언급 없이 시장 실패만 언급하는 식이다. 시장경제의 순기능이나 우월성을 강조하는 책은 보이지 않는다.

역사·지리·관광 분야의 경우 문제가 좀 더 심각하다. 현대사에 대해 편향적인 서술을 보여주는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야 토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현대사에 대한 편향을 문체부가 ‘우수교양’으로 인정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한국의 레지스탕스’라는 책은 정부의 추천을 받았다고 하기엔 놀라운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의 작가 조한성 씨는 2006년부터 3년 반 동안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으로 일한 바 있다. 일제에 항거한 7개 비밀결사단과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저자가 붙인 이름이 바로 ‘레지스탕스’다.

이 책에서 신민회, 대한광복회, 대한민국임시정부, 의열단, 성진회와 독서회 중앙부, 조선건국동맹 등과 함께 소개되고 있는 단체는 조국광복회와 조선공산당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김일성 중심’의 투쟁사인 것이다. 동아일보에 의해 턱없이 그 공적이 과장된 것으로 비판 받는 김일성의 보천보 습격은 이 책에서 일제에 큰 타격을 입힌 중요한 ‘게릴라 작전’으로 강조되고 있다.

김일성을 위해 2개 이상의 챕터를 할애한 이 책에서 이승만은 3페이지 분량의 ‘번외’로 처리될 뿐이다. 그나마 이 짧은 내용도 부정적인 서술로 일관돼 있다. 오늘날처럼 정보의 유통이 빠르지 않아 이승만의 부정적인 부분들이 부각되지 않은 바 ‘명성만이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임시정부의 요인으로 지목되었다는 것이다.

이승만에 대한 날조로 점철된 ‘백년전쟁’이 영화로까지 제작되는 판에 이 정도 책이 출간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영화 ‘백년전쟁’을 우수교양영화로 선정한다면 우스운 일이 아닐까? 적어도 문체부는 ‘한국의 레지스탕스’를 우수교양도서로 선정했다.

이승만은 ‘현실주의자를 위한 변명’이라는 책에도 등장한다. 이승만 김윤식 최명길 원종 김춘추의 삶을 재조명한 이 책은 일면 이승만에 대한 균형 잡힌 서술을 할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내용을 읽어 보면 그렇지 않다. ‘이승만은 외교의 달인이 아니었고 전 생애에 걸쳐 반일을 고수하지도 않았다’는 평가로 귀결된다. 물론 이 책도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됐다.

이승만을 긍정적으로 조명한 책은 우수교양도서 목록 안에 한 권도 없다. 그뿐 아니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이라는 책은 아예 1948년의 건국을 평가 절하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한국인이 민주주의를 해방 후 처음 알았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하였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정약용 시절부터 이미 민주주의의 싹이 트고 있었다는 식의 주장을 한다. 교학사 역사교과서 문제가 한국 사회에 다양한 역사논쟁을 촉발시켰지만 이미 서점에서 역사투쟁은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 있는 상태다. 그리고 문체부는 우수교양도서라는 명목으로 이 싸움에 쐐기를 박았다.

자유국가 대한민국의 서점에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책들이 자유롭게 출간되고 있다. 이것은 아동청소년 분야도서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서점에는 마오쩌둥과 호치민의 삶을 조명한 ‘어린이용 위인전’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우수교양도서 선정되면 얻게 되는 혜택들

최근 오마이뉴스는 작가 목수정의 펜을 빌려 오사마 빈 라덴에게 경외감을 표한 심영길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우리는 조만간 ‘어린이를 위한 오사마 빈 라덴 위인전’도 보게 될지 모른다. 그런 책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 체 게바라든 비정규직이든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차피 최종 선택이 소비자의 몫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택을 온전히 소비자에게 맡겨뒀을 때 ‘비정규씨, 출근하세요?’ 같은 동화책, ‘한국인의 레지스탕스’ 같은 역사책은 과연 몇 권이나 팔릴까.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우수교양도서’라는 방식의 시장개입은 이러한 책들에게 절묘한 산소호흡기의 역할을 하게 된다. 문체부의 우수교양도서들은 단순히 선정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원’ 사업의 혜택까지 받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우수교양도서 420종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은 작년 11월 13일이다. 이 자료를 보면 해당 도서들에 대한 지원의 방침이 잘 나와 있다. 투입되는 예산은 총 24억 원. 선정된 도서들은 종당 각각 500만 원(최우수도서의 경우 750만 원) 이내로 20만여 권 구입된다. 그리고 공공도서관, 전국 각지의 작은도서관, 벽지 초중고등학교, 병영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등 2500여 곳에 배포된다.

정부의 직접 구매만이 전부는 아니다. 420종의 우수도서에 대해서는 해당 출판사에서 우수도서 인증마크를 부착할 수 있다. 이것은 우수도서로 선정되지 않은 도서들과는 차별되는 ‘정부 공인’의 효과를 낳게 된다. 실제로 예스24를 비롯한 온·오프라인 서점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2013년 우수 교양도서’ 등의 섹션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다.

결국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로 묘사하고 건국 대통령을 폄하하며 비정규직에 대한 왜곡된 시각으로 가득 찬 책들이 정부의 공인인증서를 획득해 대량 구매되어 전국으로 뿌려지는 꼴이다. 이것은 시장의 선택도 아니고 자유로운 거래도 아니다.

문체부는 “우수교양도서 사업을 통해 문화의 양극화 해소와 국민 독서문화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가 건전하고 균형 잡힌 책들을 골고루 선택했을 때의 얘기다. 현실은 완전히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대형서점에서 책을 고르기 힘든 산간벽지의 국민들이 왜 반미주의 동화책을 공급받아야 하는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민주노총 통합진보당 등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왜 그들 단체에 인세 기부를 해야 하는가?

문화체육관광부에게 머리가 있다면 이 문제에 대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게 가슴이 있다면 이 문제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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