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TV 1000만뷰 돌파를 축하하며
정규재TV 1000만뷰 돌파를 축하하며
  • 이원우
  • 승인 2014.02.24 09: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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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이상을 꿈꾼다
 

독일어에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가 있다. ‘타인의 불행에 기쁨을 느끼는 마음’을 뜻한다. 독일인들은 왜 저런 감정을 단어로까지 만들었을까. 참으로 심보가 뒤틀린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한국어에는 ‘쌤통’이라는 막강한 단어가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 쪽이 훨씬 경제적으로 그 미묘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한 가지 궁금증. 샤덴프로이데의 반대말은 뭘까? 오랫동안 나 혼자서만 비밀스럽게 알고 있던 무림의 고수가 중앙무대로 진출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느껴지는 쓸쓸함 같은 거 말이다. 실력 좋은 무명가수가 역경을 뚫고 1위 트로피를 거머쥐는 순간,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팬들의 마음은 기쁨이 절반 왠지 모를 이 감정이 절반이다.

이 감정은 ‘상대적 박탈감’과는 좀 다르다. 그 사람의 성공은 어차피 내가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로지 그 사람의 실력으로 그 사람이 이루어낸 성취다. 다만 나는 지금 그에게 열광하는 대다수의 사람들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그 실력을 알아봤으므로 타인들보다 우월한 심미안의 소유자로 구별 받고 싶은 거다.

내가 한국경제신문의 정규재 논설실장을 바라보는 마음이 딱 그렇다. 나는 그가 정규재TV라는 히트상품으로 1000만 뷰 돌파를 달성하기 훨씬 전인 2004년 무렵, 그러니까 정확히 10년 전부터 그의 글을 지켜봐왔다.

사실 그때도 그는 이미 스타였다. 러시아 특파원으로 특종을 빵빵 날려대던 시절을 거쳐 외환위기 특별취재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시절을 거쳐 한경의 논설위원으로 2주 1회 템포의 정규재 칼럼이 발표되고 있었다.

지금처럼 SNS가 발달되지 않아 실시간으로 반응을 알 수 없어서 그렇지 나처럼 숨겨진 열성팬들이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땐 정말 나 혼자 뿐인 것 같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의 20대가 보수 논객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행동이었다. 글 읽는 데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니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읽으면 그만이었다.

‘산뜻한 짧음’의 힘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좋은 필자가 있으면 그의 스타일을 연구한다. 수없이 많은 ‘정규재 칼럼’은 그렇게 나의 손에 의해 필사되고 블로그에 스크랩되었다.

그의 문장의 힘은 산뜻한 짧음에서 온다. 독자들은 누구나 글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 소리를 내어 읽는다. 이때 필자가 생각한 리듬과 독자가 생각한 리듬은 최대한 일치하는 게 좋다. 그런데 문장이 길어지면 이 리듬이 뒤틀릴 확률이 높아진다. 비문이 발생할 확률도 올라가므로 이해에 방해가 된다. 따라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짧은 문장의 힘을 익혀야 한다. 그의 글을 필사하면서 내가 얻은 결론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의 글을 얼마나 열심히 읽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은 그의 글보다도 TV토론에 나와 말하는 모습을 더 잘 기억하는 것 같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TV토론 비관론자인 나는 방송을 그렇게 열심히 챙겨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실제로 만나 뵙기 전까지 그의 말솜씨가 어떤지도 잘 몰랐다. ‘뱀의 혀’니 ‘떡실신’이니 하는 어이없는 연관 검색어 앞에서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2000만 개의 눈동자

그런 그가 오로지 말솜씨와 논리력 하나로 진행하는 프로그램 정규재TV가 얼마 전 1000만 뷰를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모든 영상들의 조회 수를 합쳤을 때 1000만이 넘었다는 얘기다. 대다수의 영상에는 정말로 그냥 ‘정규재’ 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도 알 수 없는 힘으로 2000만 개의 눈동자를 끌어당겼다. 놀라운 일이다.

예전처럼 그의 글을 필사하지는 못하지만 글쓰기가 힘들 때 정규재TV를 본다. 그러면 내가 지금 이렇게 축 처져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허리가 쭉 펴진다. 사실은 내가 오랫동안 생각만 하고 있던 Podcast ‘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를 시작한 것도 정규재TV에서 받은 자극 덕분이었다.

많은 분들 또한 이 방송에서 그런 기운을 얻는 모양이다. 나아가 이 방송의 성공은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참패하고 있는 보수 진영에 큰 용기가 돼주고 있다. 나 같은 사람에게도 여러 건의 기획과 섭외가 들어올 정도니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정규재는 정규재 한 명 뿐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규재TV의 단출한 컨셉은 진행자가 정규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정규재TV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이 분야에서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반증한다. 현재의 내공을 갖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가 쏟아 부었을 땀방울을 생각해야 한다. 그저 앉아서 자기 생각을 얘기하기만 하면 모두 정규재TV처럼 될 수 있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

남몰래 그를 좋아하던 시절은 보수가 욕이고 낙인이던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의견을 드러내면 곧바로 손가락질 당할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고 쓸 수밖에 없는 어리숙한 내 소신 앞에 정규재 논설실장은 한 줄기 빛이 되어줬다. 정규재TV 1000만 뷰 돌파는 선명한 그 빛이 누구보다 먼저 하늘에 도달한 불꽃놀이다. 언젠가 그보다 더 화려하고 멋진 불꽃놀이를 터뜨려 보겠다는 꿈을 꾸는 건 나의 자유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 기분이 별로 나쁘지 않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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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leim51 2014-03-10 07:00:56
정규재같은 애국보수논객은 자유대한민국의 희망임에 분명하다. 거대한 정신병동인 북한세습봉권왕조를 두둔하는 몰상식 이적의 반역들 종북주의자들이 짖어대도 정규재의 한마디라면 간단히 정리된다. 정규재 변희재, 조갑제 등 귀한 분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