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출신이 한국에 대사로 온 이유
기업가 출신이 한국에 대사로 온 이유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02.26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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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함께 하는 세계여행] 존 프라세티오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존 프라세티오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인도네시아는 2억5천만 명의 인구 세계 4위의 거대한 나라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6.2%로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국민총생산은 세계 16위에 달한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력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0여년후면 인도네시아가 세계10위권의 경제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래한국>은 지난 2월 6일 여의도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저에서 존 프라세티오(John A. Prasetio) 대사를 만났다. 프라세티오 대사는 경제인 출신으로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개인적 요청을 받고 재작년 말 한국에 부임했다. 프라세티오 대사는 기업인 출신답게 화려하고 웅장한 스크린 프리젠테이션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대단히 넓고 멋진 대사관저입니다. 노른자 여의도 땅에 이만한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도 놀랍습니다. 인도네시아 유도요노 대통령이 한국과 개인적 인연이 깊고 이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설명을 좀 해주시죠.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Susilo Bambang Yudhoyono) 대통령의 장인이 초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냈습니다. 이 대사관 건물이 70년대 지어졌을 때 바로 대통령의 장인이 부지를 매입하고 대사관저 건설을 총괄했습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당시 미국 유학중이었는데 한국을 방문해서는 주한 대사의 딸인 현재 영부인과 연애를 하곤 했었죠.(웃음) 그래서 한국을 더 좋아하고 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더 좋아지고 있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양국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유도요노 대통령의 장모에 대해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과거 퍼스트레이디 시절에 인도네시아 대사의 부인이었던 그분과 잘 알고 지내신 인연이 있다고 합니다.

-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이 40년이 넘었죠. 방금 스크린을 통해 소개를 들었지만 독자들을 위해 다시한번 인도네시아와 양국관계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바랍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로 볼 때 세계 4위이고 영토 크기로 보면 세계 7위입니다. 영토 끝에서 끝으로 가려면 비행기로 5시간 넘게 걸립니다. 1만7천여 개의 섬이 있는데 그 중에서 600여개 섬에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300개의 민족이 있는데 종교를 보면 대부분이 무슬림입니다.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건 1973년입니다. 양국이 활발한 경제교류를 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는 자원이 많기 때문에 주로 천연자원들을 한국에 수출하고 한국으로부터는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을 수입합니다. 양국 무역량은 연간 300억달러에 육박합니다.

FTA보다 더 포괄적인 CEPA협정 체결 준비

- 작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양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죠. 주요 의제는 무엇이었습니까.

양국 관계를 어떻게 더 발전시키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양국은 지난 2006년에 전략적 동반자관계가 됐습니다. 이걸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8개의 실무 그룹이 만나서 논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자카르타를 방문했을 때 이 관계를 더 격상시키는 것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현재 양국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추진 중입니다. 금년 내로 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습니다. CEPA가 체결되면 무역량이 증가하면서 직접투자도 증가하게 됩니다. 무역역조를 줄이고 관계를 더 증진시킨다는 의미가 됩니다.

- 주한 대사로서 가장 중점을 두고 계시는 업무는 어떤 분야인가요.

저의 가장 큰 기대는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많은 한국인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성공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많이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에게 이익이 돼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성공한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좋은 투자기회가 있을 때 제가 직접 그걸 소개하고 촉진하고자 합니다.

더 많은 한국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성공한다면

- 대사관저를 둘러보니 예술품이 많은데요, 양국의 문화 교류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이미 K-POP은 인도네시아에서 대단히 인기가 높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항상 K-POP의 톱3 시장입니다. 실제로 한국 드라마와 음악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죠. 아리랑TV는 인도네시아에도 리포터들을 두고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저는 인도네시아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를테면 한국에는 인도네시아 식당이 몇 개 있긴 하지만 아직 고급 식당이 없다는 사실이 대단히 아쉽습니다. 그리고 또한 인도네시아의 고유문화가 한국인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양국이 경제 교류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한다면 더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 아까 소개하신 대로 인도네시아는 많은 민족이 살고 있고 종교도 이슬람이 절대 다수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토속 종교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인도네시아는 전형적인 다문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이지만 동시에 힌두교 신화도 존중받고 있습니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한국인이 약 11만명 살고 있습니다. 자카르타에 한국 식당도 많고 삼원가든 분점이 자카르타에 있습니다. 삼원가든의 첫 해외 분점이라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인들도 한국음식을 매우 좋아합니다. 요즘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식당을 찾기가 대단히 쉬운 편입니다.

- 인도네시아는 북한과도 수교를 맺고 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요. 국제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인도네시아는 한국보다 북한과 먼저 외교관계를 수립했죠. 하지만 지금은 한국과 더 돈독한 관계입니다. 우리는 동북아시아에서 계속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대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하지만, 동시에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인권을 개선하도록 북한에 압력을 가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처럼 북한이 최소한의 체면을 차리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할 겁니다.

인도네시아의 일본 식민지 경험 한국과는 다소 차이

- 최근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놓고 외교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도 한국처럼 일본의 식민 지배를 겪었지요. 하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은 한국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내수 시장을 일본 회사들이 대다수 점유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말씀드리기가 대단히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합니다만, 각각의 나라들은 역사가 다릅니다. 그것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비교하면 오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한국은 1900년대 초반부터 30여년간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일본의 지배 이전에 네덜란드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아왔고 그러다 일본군이 왔습니다.

당시 일본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큰형님이 구해주러 왔다’고 주장을 하였고 이것이 상당부분 먹혀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일본에 점령당했던 3년간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이 고생을 한 건 사실입니다만 저로서는 직접 겪어보지 못한 역사입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한국인들이 겪었던 경험과 인도네시아인들이 겪었던 경험은 다르다고 할 수 있는거죠.

 

- 인도네시아인들이 한국하면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요.

한국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 먼저 언급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일부 한국인들의 생각은 좀 다르실 수 있겠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우세합니다. 그분이 이뤄낸 경제성장과 산업화의 업적 때문이죠.

인도네시아는 아직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산업화를 시키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을 위해서는 경제발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발전 정책을 배우려고 합니다.

전쟁과 식민 지배를 거치면서 희망이 없어보였던 대한민국인데 박정희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경제성장으로 인해서 산업화에 성공했고, 결국 승리한 나라가 되지 않았습니까.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겁니다.

경제를 성장시키고 민주화까지 이뤄내는 건 개발도상국이나 중진국에겐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봅니다. 한국과 수교 당시 한국에서 근무했던 초대 인도네시아 대사도 뭔가를 배우는 데 있어서 한국이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었고, 현재 대통령도 그러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박정희 경제발전 모델 교훈

- 대사님은 외교관 출신이 아니라 기업인 출신이시죠. 한국대사로 오시기까지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겁니까.

말씀드렸다시피 유도요노 대통령은 개인적 경험과 신념으로 인해 한국에 대해 많은 애정과 심정적 동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첫 임기 7년간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에 외교관들을 임명하다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이후 저를 임명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쉽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가있기를 원한 것 같습니다.

저는 기업가 출신으로 지난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유도요노 대통령에 의해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로 임명됐습니다. 원래 저는 기업체를 운영하면서 대통령의 경제자문단에 소속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한국 대사로 임명하셔서 여기에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일반적인 직업외교관들과는 달리 솔직하게 오픈하여 얘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게 한국 분들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한국 분들도 솔직담백한 걸 좋아하시니까요.

 

- 주요 기업인으로 지내시다가 공직을 맡으신 건데 재정적으로는 희생도 따를 것 같은데요.(웃음)

예전엔 많은 돈을 벌었지만 여기선 제가 돈을 쓰면서 하고 있습니다(웃음). 크게 만족합니다. 저는 여기서 대사로 있는 게 대단히 즐겁고 적성에도 맞습니다. 여기서 많은 것들을 연구하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치안상태에 대해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우선 한국은 거리가 안전하고 사람들이 정직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 휴대폰을 택시에 놓고 내린 적이 있는데 누군가 찾아서 제게 넘겨주더군요. 뿐만 아니라 서울은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세계 최고의 도시 중 하나죠. 어제 여의도의 한 고층 호텔에서 인도네시아에서 온 친구와 저녁을 먹었는데 서울의 야경에 매료되더군요.

- 아쉬운 점은 없나요.

인도네시아에 대해 잘 모르는 한국 국민들이 아직 많다는 사실입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를 인도와 혼동하는 분들도 많이 만나봤습니다. 대사로서 인도네시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도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과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조만간 전자여권 시스템이 완비되면 인도네시아에 가기가 더 쉬워질 겁니다. 오늘날 5000만명의 인도네시아인들이 중산층인데 이들은 소비력이 충분한 분들입니다. 그들의 소비력이 커지면 양국에 큰 기회가 될 것이고, 양국 관계도 더 발전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태진아, 이루, 이범수 등 많은 한국 연예인들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양국 관계의 개선을 돕고 있습니다.

인터뷰 / 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정리 /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사진 / 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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