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본지 특종 문체부 우수교양도서 취재 뒷이야기
[기자수첩] 본지 특종 문체부 우수교양도서 취재 뒷이야기
  • 이원우
  • 승인 2014.03.04 11: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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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大기자가 특종의 두 가지 조건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첫째, 남들이 보도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할 것. 이거야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항이다. 특종의 진짜 핵심은 두 번째다. 둘째, 그 보도로 세상이 변해야 특종이다. 기자는 자신의 보도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워지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된다. 오히려 즐겨야 한다.

지난 미래한국 466호 커버스토리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상한 교양도서 목록’은 분명 아무도 보도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문체부는 건국과 건국대통령을 폄하하고, 이념적으로 몹시 편향되었으며, 사회주의 경제와 체 게바라 따위를 미화하는 아동 도서에 ‘우수교양도서’라는 도장을 찍어줬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2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그 책들을 공공도서관, 전국 각지의 작은도서관, 벽지 초중고등학교, 병영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등 2500여 곳에 배포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세금도 이 책들에 투입되고 있다.

이 ‘저격’ 기사는 보도된 직후 문체부에 보고됐다는 후문이다. 유진룡 장관이 인지하고 시정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언제나 그렇듯 이렇게 되면 번거로워지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문체부로부터 이 사업을 위탁받아 실무 작업을 하는 것은 산하 특수법인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재호)이다. 이번 기사로 유탄을 직접 맞은 것도 출판진흥원이었다. 이곳저곳에서 여러 가지 얘기를 들었다. 아직 특종기자 그릇이 못되는 모양인지 세상이 시끄러워지는 게 별로 즐겁지는 않았다.

유감스러운 건 문체부가 이 문제를 인사(人事) 문제로 비화(혹은 격하)시켰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출판진흥원 원장을 바꾸는 정도로 이 문제를 덮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의미다. 그 속 편한 사고방식이 진심으로 부러울 뿐이다. 이번 사건을 우연에 의한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접근방식이다. 정말 그런가? 천만에. 이것은 필연이며 구조적인 문제다.

人事 문제 아닌 ‘구조의 문제’

출판진흥원 이재호 원장 개인으로 말할라치면 오히려 좌편향 문화판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지난 2012년 기존의 간행물윤리위원회가 개편되면서 출범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초대 원장이다.

그는 임명되자마자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길 닦아 놓으니 거지가 먼저 지나간다”고 비아냥대면서 이재호 원장이 대통령, 문화부 장관과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규탄대회까지 열렸다.

이재호 원장 개인의 성향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적다. 다만 시작이 저랬으니 무턱대고 다수의 출판 언론인들과 척을 질 수 없었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현재 출판시장의 좌편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진흥원 원장 한 사람의 정체성과는 관계없이 우수교양도서 사건은 필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 하에 있다.

특히나 2013년 목록은 1968년에 시작된 이 사업의 45년 역사에 남을 ‘화려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대체 심사위원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골랐을까. 어쩌면 심사과정이야말로 핵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사위원진이야말로 책을 고른 장본인들이며 진흥원은 이들의 선정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

그래서 심사과정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원활하진 않았다. 공개되는 것은 심사위원 77인의 명단뿐이다. 각종 협회와 학회의 추천을 받아 위촉된 심사위원들은 진흥원으로부터 심사내용과 과정, 추천사유 등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는다.

77명의 약력만 놓고 보면 좌우 균형이 잘 맞는 느낌이다. 한겨레신문 기자와 중앙일보 기자가 공존하고 교사와 교수, 한국사와 세계사가 공존한다. 한 사람의 내면을 좌파/우파로 속단해 버리는 건 허망한 일이지만 적어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은 주는 목록이다.

나아가 심사위원장은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분과위원장까지 역임했으니 누가 봐도 ‘보수’다. 그에게 연락을 취해봤다. 워낙 바쁘신 분이라 잘 되지 않았다. 반복된 회의로 공사다망하신 그는 이후에 다시 전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만 1년도 되지 않은 우수교양도서 심사에 대해 “그거 한참 전 일인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의 망각(忘却)에서 한국 문화판이 이 모양 이 꼴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소위 좌파는 한 권이라도 자신들의 생각에 부합하는 책을 파급시키기 위해 필사적인데 우파는 아무 생각이 없다.

조동성 교수는 한국 최고라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면서 총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인사다. 경영학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일 그가 우수교양도서랍시고 ‘이제는 사회적경제다’ ‘고장난 거대기업’ ‘세계노동운동사’ ‘시장의 착각 경제의 방황’ 같은 책들만 골라놓고도 기억이 안 난다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문화판은 원래 좌편향”이라는 말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좌편향 소설, 좌편향 영화를 즐긴다. 문화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 스토리란 아무래도 판을 뒤엎는 전복적 스탠스를 취할 때 깔끔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6:4, 7:3 정도의 편향이면 몰라도 9:1을 넘어서 10:0인 지금은 분명 문제가 있다. 권위주의를 넘어선 전체주의적 상황이다.

9:1도 아닌 10:0

문화판의 좌편향은 결국 대한민국 정부가 스스로 건국(建國)을 부정하는 참극을 불렀다. 교육부가 작년 10월 8종 교과서 출판사에 내려 보낸 ‘고교 한국사 교과서 수정보완 사항’을 보자.

‘대한민국 정부는 UN으로부터 인정받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건국의 출발을 하게 되었다’는 구절에 대해 교육부는 “건국이라는 말을 뺄 것”을 권고했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건국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 걸 의미하는지를 이젠 정부에까지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역사 논쟁의 근본에는 문화 편향이 있다. 그렇기에 감히 현재 상태를 ‘문화전쟁’으로 규정하고 싶다. 이 상황에선 좌파들에게 “당신은 틀렸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왜 옳은지’를 분명히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그런 생각을 널리 파급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적어도 지식인의 명함을 내밀고 다니겠다면 현재의 분위기에 생각 없이 휩쓸리지 않기를 분연히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육체의 전쟁은 잠시 멈춘 상태지만 정신의 전쟁은 예전보다 더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싸워본 지 너무 오래된 사람들에게는 ‘한참 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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