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탐욕을 경고한 풍자와 해학
인간 탐욕을 경고한 풍자와 해학
  • 미래한국
  • 승인 2014.03.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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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이솝 우화>
 

이솝 우화(寓話)는 세상의 모든 우화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졌고 나라와 시대를 넘어 가장 폭넓은 계층에게 사랑받은 책이다.

이솝(Aesop)의 그리스 이름은 아이소포스(Aisopos)다. ‘성서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책이 된’ 이솝 우화를 청소년기에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대개 중역(重譯)이나 발췌본이 대부분이었지만. 원전 완역본은 최근에야 나왔다.

그리스어 원전 완역 정본을 보면 이솝 우화는 청소년에 주는 교훈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탐욕과 사악함에 찌든 어른을 위한 우화란 걸 알게 된다. 수많은 위험에 노출된 사회, 타락한 현실을 이겨나갈 지혜가 가득하니 깊이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사람들은 바로 동심을 잃어버린 성인들이다.

이솝 우화는 그리스 서사시나 신화처럼 박진감이 넘치거나 흥미진진한 긴 스토리는 아니다. 글의 호흡이 짧아 읽기 편하다. 짤막한 이야기에 의인화된 동물과 식물, 또는 인간들의 에피소드 속에 삶의 교훈이 담겨 있다. 이솝 우화는 이솝의 창작 글이 대부분이지만 전해오는 신화와 속담, 일화, 설화와 겹치기도 한다.

이솝 우화에는 수많은 이본(異本)이 있다. 기독교 윤리가 지배하던 서양에서 이솝 우화가 품고 있는 냉혹한 현실세계의 모습들이 불편해 첨삭을 많이 한 까닭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흥미롭게 꾸미기 위해 원전과 달리 멋대로 덧붙인 경우도 적지 않다.

원전 완역본에는 358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대부분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우화들이 많다. 이성적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보고 듣고 겪을 수 있는 이야기로 전개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아이소포스는 왜 이런 우화들을 썼을까? 그는 기원전 6세기 경 사람으로 알려진다. 트라케 출신의 전쟁포로였고 사모스 사람의 노예로 일하다 아폴론 신전 사제들의 탐욕을 고발한 까닭에 그곳 사람들에게 살해되었다고 한다. 그는 장년기의 활동을 대부분 노예 상태로 보낸 것 같다.

그는 우화를 통해 자신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가 동식물을 의인화한 이야기의 형식을 빌린 이유도 현실적 위험을 피하는 지혜였을 것 같다.

그는 불합리와 모순, 탐욕과 거짓, 전쟁과 살육이 끊이지 않았던 당대의 현실을 비판하고 생존해 나가기 위한 삶의 평범한 진리를 깨우쳐 주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가 주로 다루는 주제는 상당 부분 강자가 약자를 강탈하기 위한 위선과 모략을 다루거나 위기에 처한 약자가 지혜로운 말과 처신으로 강자의 마수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들이다.

사악한 사람들에게 속지 않는 지혜를 제공하기도 하고 권선징악적인 결말을 통해 바른 삶을 인도하는 글도 상당히 많다. 헛된 욕망이나 지나친 탐욕으로 파멸에 이른 사례도 있다. 자신의 본성이나 역량을 넘어 분수를 모르는 행동으로 화를 초래한 경우도 보여준다.

아이소포스는 인간의 사악함, 무모한 욕망, 행운에 기대는 어리석음을 일깨우고 있다. 자연의 만물과 인간이 똑 같은 감성과 이성을 갖고 희로애락을 함께 누리는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우월성은 특별하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삶에 대한 인간의 겸손한 태도를 가다듬게 하는 듯싶다. 그러면서도 그의 글은 근엄한 도덕 교사처럼 굴지 않아 좋다.

시종 일관 풍자와 해학을 잃지 않는 미덕이 이솝 우화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세태를 풍자하고 일침을 주는 글쓰기의 풍부한 소재를 담고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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