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집트 성지순례단을 테러했나
누가 이집트 성지순례단을 테러했나
  • 미래한국
  • 승인 2014.03.0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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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 오후 3시 무렵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있는 휴양도시 타바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타바에서 유명한 힐튼호텔 인근에 서 있던 관광버스에서였다. 이 버스에는 한국인 성지순례 관광객 33명과 현지인 운전기사 등이 타고 있었다.

사고 수습 결과 사망자는 현지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국인 제진수 씨(카이로 한인교회 집사)와 버스에 타고 있던 성지순례객 김홍렬 씨, 현지인 가이드와 버스 운전기사, 자살폭탄 테러범 1명 등 5명이었다. 나머지 32명의 관광객 중 15명이 부상을 입고 현지 병원으로 후송됐다.

 

‘예루살렘의 지원자들’

테러는 폭탄을 껴입은 테러범이 버스에 오르려는 것을 제진수 씨가 제지한 직후 일어났다고 한다. 며칠 후 테러를 저질렀다는 단체가 나타났다. 이 단체의 이름은 ‘안사르 바이트 알 마크디스(Ansar Bait al-Maqdis)’. 아랍어로 ‘예루살렘의 지원자들(Supprters of Jelusalem)’이라는 뜻이다. 시나이반도에 근거지를 둔 이 단체는 알 카에다와도 연계된 무장 테러조직이다.

시나이반도에는 이들을 따르는 ‘알 누스라 대대(Al-Nusrah Battalion)’와 ‘알 푸르콴 여단(Al-Furqan Brigades)’도 활동 중이다. 수평적으로 연계한 조직으로는 ‘알 자마 알 이슬라미야(Al-Jama'ah al-Islamiyah)’라는 테러조직이 있다.

안사르 바이트 알 마크디스가 처음 생긴 것은 90년대 초반으로 추정되지만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2011년 2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혁명이 이집트 전역에서 시작된 뒤 시나이 반도 안에 있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잇는 가스 파이프라인을 폭파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슬람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시나이반도에 있던 한 과격 이슬람 그룹이 1990년대 말 ‘폭력 성전(聖戰, Jihad)’을 선포한 뒤 점차 극단적으로 변한 조직이라고 한다.

이들은 2011년 1월 시나이반도에 근거지를 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알 타위드 와 알 지하드(Al-Tawhid wa al-Jihad, 유일신과 성전)’ 그룹과 손을 잡으면서 안사르 바이트 알 마크디스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알 타위드 와 알 지하드는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활동하던 군납업체 직원 김선일 씨를 납치해 참수한 조직이다.

안사르 바이트 알 마크디스는 2012년 8월에는 시나이반도 남쪽에 있는 이스라엘 아콰바의 휴양지를 향해 로켓탄 공격을 퍼붓기도 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유럽의 한 만평가가 이슬람 선지자 마호메드를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국경수비대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사르 바이트 알 마크디스는 주로 해외의 ‘이교도 세력’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 하지만 2013년 7월부터는 이집트 국민들을 향해 테러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지지했던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축출당한 뒤 반역죄로 재판을 받기 시작해서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혁명으로 축출된 뒤 ‘무슬림 형제단’의 지원을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제는 무슬림 형제단이었다. 이들은 192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슬람 근본주의 집단으로 세계 각국에서 테러 조직들에게 ‘후원’을 해주고 있는 ‘수쿠크 채권’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무슬림 형제단은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뒤 “샤리아(이슬람 4대 율법 가운데 두 번째)를 통해 통치하는 이집트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가 대다수 국민들의 반발로 번복하기도 했다. 이후 자신들이 지지하던 무함마드 무르시가 대통령이 되자 그를 내세워 ‘이슬람 근본주의 색채’를 통치 이념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 왔다. 이를 본 이집트 군부는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 형제단에 계속 ‘경고’를 보냈다.

그럼에도 ‘샤리아를 통한 통치’를 운운하자 결국 쿠데타를 일으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하고 무슬림 형제단을 불법단체로 지정, 해체한 것이었다.

안사르 바이트 알 마크디스는 자신들이 지지하던 정치세력이 무력화되자 2013년 8월부터 주로 시나이반도 지역에서 이집트 군과 경찰은 물론 정치인, 민간 주요 시설에 대해 무차별 테러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유명한 테러가 2013년 9월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부 장관을 향한 폭탄테러와 지난 1월 25일 시나이반도에서 이집트 군 헬기를 향해 휴대용 지대공미사일(MANPAD)를 발사해 5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그들에게 관광은 ‘도덕 문란’

안사르 바이트 알 마크디스는 다른 알 카에다 조직들처럼 자신들이 테러를 저지를 당시의 모습을 모두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려놓고 ‘자살테러범’을 모집하고 있다. 이 단체는 17일 “우리가 한국인 성지순례객 테러를 감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은 이집트 국내 총생산의 11%, 외화 수입의 3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을 마비시키기 위해 테러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샤리아 통치’를 지지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들의 주장이 이해가 된다. 이들에게 관광산업은 ‘이교도를 성지로 끌어들이고 도덕을 문란케 하고 율법을 어지럽히는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안사르 바이트 알 마크디스와 같은 조직들이 테러를 계속할 텐데 우리나라 개신교계는 별 문제가 아니라는 듯 생각한다는 점이다.

실제 현지 여행업계에 따르면 2012년 초 이집트 정정이 불안해진 뒤에는 세계 각국의 성지순례 관광객은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나라 개신교계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만에 하나 테러를 당할 경우에는 개신교계 전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매우 부정적으로 변한다. 이번 테러 직후 진천중앙교회 측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의견에 대한 여론만 봐도 그렇다.

성지순례를 할 때 현지 상황을 철저히 파악한 뒤 정부에서 권고하는 사안을 최대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내 여론이다.


전경웅 객원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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