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인권에 레드라인 그었다”
“유엔, 北인권에 레드라인 그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3.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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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훈 대한민국 인권대사
이정훈 대한민국 인권대사

북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최종 보고서가 지난 2월 17일 발표되고 북한은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박 성명을 낸 가운데 이 보고서가 과연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관심이 높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 7월 COI 위원들이 한국에서 청문회를 진행할 때부터 이들의 조사와 자료 취합 활동을 지원하며 긴밀하게 협력해온 이정훈 대한민국 인권대사(본지 부회장)를 만나 COI 보고서의 의미와 전망을 들어봤다. 이정훈 인권대사는 오는 3월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COI가 최종 보고서를 정식으로 보고할 때도 우리나라를 대표해 참석할 계획이다.

북한 정권과는 더 이상 논의 못하겠다는 선언

- 이번 COI 보고서의 의미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탄압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준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COI 차원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분명히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입니다. 특히 북한 정권에 정치개혁을 주문한 것은 중요한데 이것을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수용하면 북한의 현 체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정권하고는 북한인권에 대해 논의하지 못 하겠다는 COI의 선언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다른 체제로 변화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입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압박하겠다는 것이죠. 굉장히 의미가 큽니다. 또한 지금까지의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기억하고 눈감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니 상당한 억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 이번 보고서에 북한의 관리들이나 정치범 수용소 등에서 실질적으로 인권 탄압을 자행하는 책임자들의 실명은 언급되지 않아서 실망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습니다.

그 점이 아쉽긴 하지만, 사실 수용소에 강제로 감금돼 있는 피해자들이 그 시설의 간부들 이름을 알고 특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일과 김정은 부자 이름이 수도 없이 언급됩니다.

이것 자체가 북한으로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압박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당과 군부의 세부 기관 목록이 나열되고 역할도 자세히 설명되고 있으니 여기 책임자들이 상당한 위협을 느낄 것입니다.

- COI 보고서의 영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ICC 회부의 경우 벌써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는데요.

아무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곧바로 ICC에 회부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김정은, 인권탄압, 대량학살, ICC 기소 등의 단어가 동시에 언급되는 것 자체만 해도 엄청난 변화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서 계속 제기될 텐데 중국 입장에서도 한두 번이라면 모르지만 10번, 20번, 30번 반대할 수 있나요? G2라는 국제사회 리더 역할을 하려는 중국 입장에서 이에 지속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외교적 부담이 큽니다.

더욱이 COI 보고서는 유엔헌장에 있는 조직적인 인권 탄압에 대한 보호책임(R2P: Responsibility to Protect)의 개념까지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개입 의무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가해자로서 체계적이고 주도적으로 거의 70년 간 인권 탄압을 자행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는데 국제사회가 아니면 그들을 보호해 줄 수가 없기 때문에 행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게 레드라인입니다. 보고서 이후 북한과의 단교를 결정한 보츠와나 정부가 R2P 정신을 행동으로 옮긴 첫 번째 사례입니다.

- 그렇다면 실제로 북한의 책임자들, 예컨대 김정은이 ICC에 회부가 되면 어떻게 처리가 됩니까?

북한이라는 정권 자체가 가해자이니 ICC에 회부되더라도 현실적으로 기소가 가능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단계까지 갔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가 클 것입니다. 이 경우는 러시아나 중국이 동의했다는 것인데 이때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붕괴가 아니라 다른 체제, 즉 비핵화를 추구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가 되면 북한의 3대 세습 세력들은 ICC에 기소되고 법정에 서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가 중요하고 이를 포함하는 북한인권법이 절실합니다.

北 인권 침해 현실,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

- 대한민국 인권대사로서 COI 보고서 작성에 직간접으로 도움을 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위원회 내부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COI 위원들이 북한인권을 다룬 경험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지난해 COI 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북한에 대한 자료와 현실에 처음 접했습니다. 여성이나 아동을 포함한 북한의 인권 유린 관련 증언을 청취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고 보입니다. 제 생각에 그분은 북한인권 개선 문제를 남은 인생의 과업으로 삼아 이것을 제대로 이행하도록 혼신의 힘을 쏟을 것입니다.

- 대사님은 지난해 COI가 청문회를 위해 한국에 왔을 때 위원들과 개별 만남을 갖고 자료 취합도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권대사로서 향후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지난 10월말 유엔총회에서 COI 커비 위원장의 중간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도 우리나라 대표로서 참석해서 별도로 커비 위원장의 발언을 지원했습니다. 오는 3월에 있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의 최종보고 때도 참석해서 대한민국 정부 대표로서 입장을 밝힐 계획입니다.

그리고 인권대사로서 지속적으로 북한인권 개선의 중요성을 국내외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해야 합니다. 특히 북한인권 운동을 하는 국내의 많은 NGO와 글로벌 인권단체들의 연계 고리 역할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해외의 영향력 있는 인권단체나 기관이 북한인권을 중요한 이슈로 관심을 갖도록 하는 노력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1월 설립한 휴먼리버티센터도 이런 인권대사 역할의 일환입니다. 호건 로벨스라는 영국의 대형 로펌과 협력해서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 가해자들을 ICC에 회부하기 위해 독립적인 법적 의견을 낼 계획입니다.

이런 활동도 COI 보고서에 공신력을 더해줄 것입니다. 그리고 국제적인 차원에서 북한인권의 현실을 알리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증언 등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 등에 배포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알도록 해야 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에 통일 준비를 강조하고 있는데 COI 등의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과 일치하는 방향인가요?

북한인권 개선 노력이 통일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사실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이 인권 탄압을 받을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물을 때 우리는 과연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라도 통일시대를 대비해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남북교류, 인도적 교류는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인권 문제가 정치화되면 안 됩니다. 인권 문제 만큼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죠. 남북교류의 작은 성과를 얻기 위해 탄압 받고 있는 북한 주민의 현실을 슬쩍 넘기는 것은 양심에 어긋나는 문제입니다. 인권 문제는 북핵문제에 버금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인터뷰 /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사진 / 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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